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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루결 Aug 25. 2023

미용실 없이 살기


대부분 긴 머리로 지내 온 터라 매직이나 염색할 때 말고는 미용실에 자주 가는 편은 아니었다. 내 손으로 머리카락을 처음 잘라본 건 중학생 때였다. 그때부터 앞머리를 직접 자르기 시작했고 고등학생 때 학교 규정에 걸리지 않기 위해 머리 전체 길이를 잘라 본 적이 있다. 성인이 되어서도 한 번씩 집에서 긴 머리 기장을 조금씩 다듬곤 했지만 보통은 미용실에 머리를 맡겼다. 그러다 몇 년 전부터 본격적으로 셀프 미용을 시작했다. 아주 가끔 머리가 너무 길 때 끝만 살짝 다듬고 있다.


머리카락을 자르는 데 필요한 건 가위. 좀 더 섬세하게 다듬고 싶다면 빗과 집게 핀이 필요하다. 집게 핀이 없으면 고무줄이나 헤어밴드 등 머리카락을 고정시킬 수 있는 것을 준비하자. 자르는 방법은 유튜브에서 영상으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셀프 컷' '셀프 레이어드 컷'을 검색해 보자. 층이 많은 머리(레이어드 컷)도 따라 하기 쉽다. 전문 미용사가 직접 시연하는 영상을 참고하는 걸 추천한다.


긴 머리는 짧은 머리에 비해 자르기가 수월하다. 머리를 앞으로 넘겨서 자르면 된다. 모든 모발의 끝부분을 거울이 아닌 내 눈으로 보면서 다듬을 수가 있다. 머리카락을 자르는 기본 요령은 가위를 세워서 자르는 것. 머리카락 끝부분은 아래로, 가위 끝은 위로 향하는 방향으로 맞닿아야 한다. 숱을 치고 싶다면 숱 전용 가위를 이용해도 좋다. 나는 가위 하나로 대충 숱을 친다.





이제는 내 마음대로 머리를 자르고 다듬는다. 경험치가 쌓여서인지 어느 정도 내 감각을 믿게 되었달까. 그보다는 긴 머리를 살짝 다듬는 정도라 크게 어렵지 않은 터다. '이 정도면 봐줄 만 한데?'로 만족하고 있다. 그래도 제법 시간이 걸린다. 머리를 계속 기르다 보니 자주 손볼 일은 없다. 긴 머리가 감고 말리는 데 시간은 많이 걸리지만 짧은 머리보다는 관리가 편한 면도 있어서 아직까지는 긴 머리를 유지하고 있다. 무엇보다 긴 머리를 좋아하기도 하고.


혼자 머리를 다듬는 일이 어려워 보이지만, 사실 머리카락을 자르는 데에는 많은 힘이 들지 않는다. 미용실이 없거나 지금처럼 흔하지 않았을 때는 집에서 가족들끼리 서로 머리카락을 다듬어 주었을 것이다. 미용비가 비싼 해외에서는 집에서 머리카락을 자르는 경우가 많다고 하니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다. 손재주가 뛰어나지 않은 이상 헤어 디자이너의 손길이 닿은, 깔끔하고 예쁜 머리는 못하더라도 구색 맞춤은 할 수 있다.


처음에는 서툴러도 하다 보면 늘지 않을까? 내 머리는 스스로 정돈할 수 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애써 다른 이의 힘을 빌리지 않아도 된다는 것. 남의 손에 맡기는 게 당연했던 일을 내 힘으로 직접 한다는 건 새로운 도전이자 새로운 시각이 확장되는 일이다. 막상 해보면 생각보다 어려운 일은 아니라는 걸 알게 될 수도 있고 또 다른 재능을 발견할지도 모를 일이다. 셀프 미용이 어렵고 직접 자른 머리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그만큼 전문 미용사들의 노고를 깊이 이해하게 될 테니 손해 볼 건 없다. 머리는 꼭 미용실에서 해야 한다는 생각. 당연하게 의지해 왔던 일에서 한 발짝 벗어나 혼자서도 할 수 있는 일을 찾았다. 또 다른 자유의 시작이다.


다음 도전은 단발머리다. 줄곧 자르고 싶었는데 어깨 위로 올라가는 짧은 머리는 어려워 보여서 용기를 내지 못하고 있었다. 언젠가는 내 손으로 숏컷까지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우선 그전에 허리까지 오는 긴 머리카락을 가볍게 자르고 오랜 소원이었던 모발 기부를 해보려고 한다.


<긴 머리 없이 살기>로 돌아오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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