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글에는 먹이 사슬이 있다. 육식 동물, 강한 동물 만이 살아남는다. 목숨이 걸린 먹이 사슬이기에 한 순간이라도 방심할 수 없는 환경이다. 먹이 사슬의 아래에 있는 동물들은 먹을 때, 쉴 때, 잘 때도 긴장을 풀 수 없다. 살기 위해 눈을 뜨고 자야 하지 않을까? 아프리카 초원에서는 역시 사자가 먹이 사슬의 최 상위이다. 가끔 하이에나가 떼로 몰려 사자에게 덤비지만 초원의 왕 자리는 견고하다.
비즈니스 세계에서도 먹이 사슬이 있을까? 있다면 누가, 어느 나라 사업가가 먹이사슬의 최고 위치에 있을까? 미국, 중남미, 유럽, 동남아시아, 중앙아시아, 중동 등에서 거래선들과 사업을 하면서 이들의 사업수완을 알게 되었다. 이들이 타국들의 거래선들과 거래하는 모습도 다른 시각에서 보면서 이들의 사업 역량도 알았다.
그래서 감히 얘기할 수 있다. 비즈니스에도 먹이사슬 구조가 존재한다. 협상에서 이기고 지고의 문제가 아니고 근원적인 천적 구조, 먹이 사슬이 존재한다는 얘기이다. 이 역학 구조는 그 나라의 역사적 배경, 사회적 관습, 상 관행, 사업가의 기본적인 자세와 연계되어 있다.
한국과 미국 간 비즈니스에서는 누가 우위를 갖는가? 일반적인 견해로는 미국이 우위를 갖고 있다고 본다. 대체로 갑과 을의 관계가 형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시장의 크기, 시장 의존도, 두나라 간의 역학적 관계를 보더라도 부인할 수 없는 부분이다. 수출 없이는 성장할 수 없는 한국의 경제 구조는 미국과의 비즈니스 상관관계를 단순하게 만들어 놓았다. 미국 시장이 원하는 최적의 조건_고 품질, 경쟁력 있는 가격_에 맞추어 상품을 공급해야 하고, 대신에 양으로 사업규모를 키워 이익을 확보하는 구조를 말한다. 대개의 경우, 동일한 제품이라도 미국에서 팔리는 가격이 한국 시장에서 팔라는 가격보다 낮게 형성되어 있다. 그럼에도 공급량이 크기에 이익은 창출된다.
한국과 터키 간의 비즈니스 사슬 구조는 어떠할까? 고대로부터 터키, 특히 이스탄불은 동서양을 잇는 교역의 도시였다. 아시아의 일본, 중국에서부터 유럽의 끝나라 포르투갈까지 이스탄불을 통해 동, 서양 간의 교역이 있었기에 상거래 기술, 경험이 무척 발달된 나라가 터키이다. 소위, 상술이 발달한 나라이다. 상술이라는 용어 자체가 풍기는 느낌이 있다. 장사, 사업에 있어서 뭔가 석연치 않은, 개운하지 않은 느낌을 유발하는 상거래 기법이라는 느낌을 내포하고 있다. 터키 상인들과 매번 거래할 때마다 받는 느낌은 이들의 상술에 당한 듯한, 기분이 좋지 않다는 것이다. 거래를 할 때, 이들은 무척 잘해주는 듯한데 왠지 모르게 속는다는 기분이 드는 이유가 그러한 것이다.
실지로 한국 사업가들은 터키 사업가들에게 당하는 경우, 뒤통수 맞는 경우가 허다하다. 일례로, 1997년, 터키 정부의 지원 하에 한국의 유명 자동차 기업이 터키에 진출하여 공장을 건립했다. 정부의 허가 취득 및 지정학적 리스크 분산 차원에서 터키 회사와 50대 50의 합자회사를 설립했는데 이것이 골머리의 시작이었다.
사사건건 반대를 위한 반대를 일삼았고, 투자 혹은 생산 규모 확대 등 지속 성장과 안정 경영을 위한 의사결정을 할 때에도 과도한 요구사항을 앞세워 자신의 실속을 우선 챙기는 행위를 서슴지 않았다. 자신들의 요구사항이 관철이 안될 때는 합자회사의 의결권을 행사하지 않아 일이 진행이 안되게 하는 일종의 사보타주를 하였다. 한 번도 쉽게 넘어간 적이 없었다. 울며 겨자 먹기로 이들의 요구사항을 들어주고 일을 풀어 갈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하게 되었고 한 번의 사례는 계속 악용이 되었다.
이 횡포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이 터키 업체의 지분을 인수하여 한국식 경영을 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들의 지분을 가져오는 것은 쉽지 않았다. 이들의 횡포, 무대포식 얼토당토 하지 않는 요구를 내세웠고, 요구사항을 들어줘도 차일피일 미루는 등, 시간끌기로 더 많은 것을 요구했다. 글로벌 스탠더드 비즈니스 절차는 일절 작용하지 않았다. 아직도 이들의 지분을 완전히 확보 못한 것으로 알고 있다.
이와 같은 유사한 사례들이 많다. 터키 기업과 컨소시엄으로 참여한 차낙칼레 교량 건설 사례에서도 한국의 굴지 기업이 당했다. 지금도 투자 원금조차 회수 못하고 있다. 한국의 중소기업 사례로 내려가면 상황은 더 안 좋다. 터키에 진출한 중소기업 상당수가 터키 기업들에게 뒤통수를 맞은 경우가 많았다. 물론 한국기업을 보호하는 정부의 지원이 있지만 실상에서는 당하기 일쑤다.
결국, 한국과 터키 간의 비즈니스 먹이사슬에서는 터키가 우위에 있다고 하겠다. 물론 한국과 중동의 주요 국가 간에도 한국은 먹이사슬의 아래에 있다. 특히, 사우디에서 한국 기업들이 많이 당했다. 빌딩 건설, 공장 건설, 인프라 건설 사업에 뛰어들었지만 공사 완료 후에 대금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경우도 허다했다. 한국의 대기업도 사우디에서 대형 빌딩 공사 후에 대금을 제때에 회수 못한 경우도 있었다.
그럼, 터키가 비즈니스 먹이 사슬에서 한국 외 다른 국가에도 항상 우위에 있는가? 대답은 ‘그렇지 않다’이다. 비즈니스 관행에서 터키의 최대 천적 국가는 중국이다. 터키 기업은 한국 기업을 좌지우지할 정도로 상술, 막무가내 정신이 강하지만 중국 기업을 만나면 당하는 입장에 놓였다. 터키 상술의 역사와 계략의 정도는 중국 상술보다는 한 단계 아래인 것이다. 터키의 막무가내 사업 관행을 지그시 누르는 것이 중국식이니 그 상술의 정도를 가늠할 수 있었다.
터키 기업이 중국에서 중국 기업과 협업하여 사업을 하다가 살아 돌아온 경우가 드물다. 거의 죄다 실패이다. 요즘은 터키 기업들은 중국에서 사업할 생각조차 안 한다. 해외 비즈니스 수주 싸움에서도 중국 기업과 맞붙을 경우에도 터키는 회피하는 경향이 있다.
소비자 가전 예에서 보면, 터키 기업의 제품력, 이미지, 가격, 판매 방식이 중국의 소비자 가전 업체와 유사하다. 그렇기에 터키 기업이 중국에 진출하면 경쟁력 있는 사업을 할 수 있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현실은 달랐다. 중국 시장에서 터키 기업을 상대하는 중국, 중국 기업은 결코 만만하지 않았다.
반면, 터키 내에서 중국 기업은 무척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마치 중국기업의 안방 시장처럼 웬만한 중국 기업, 제품들이 활개를 치고 있다. 터키 내 합자회사도 터키 기업은 중국 기업에 당하는 꼴이다. 중국기업이 터키에 진출할 때부터 상술의 수준이 달랐다. 중국 기업들이 똘똘 뭉쳐서 터키 내 사업의 노하우를 공유하면서 조금도 불리한 상황을 만들지 않았다. 터키에서 분쟁이 발생할 경우에는 중국기업들은 벌떼처럼 달라붙어 자기네 중국 기업을 직, 간접으로 지원을 했다. 지 아무리 무대포식인 터키 기업도 중국업체의 준비, 노하우, 단체 행동을 넘어설 수가 없었던 것이다.
결국, 비즈니스 먹이사슬에서 터키는 중국의 아래 단계에 있었던 것이다. 정리를 하면, 한국은 비즈니스 먹이 사슬에서 하단에 위치하고 있어서 이들과의 경쟁, 협업에서는 손해 본 적이 많았다. 반면, 터키는 한국보다는 상술이 높지만 상술이 더 강한 중국에게는 밀렸다는 것이다.
아프리카 초원 동물의 세계에서 먹이사슬의 최고점에는 사자가 있듯이 비즈니스 먹이사슬의 고층에는 중국, 중국 기업, 중국 기업가가 있다고 하겠다. 지금까지 비즈니스 먹이사슬 구조를 몇 국의 예를 들어 가벼운 톤으로 살펴봤다.
한국, 한국기업, 한국 기업가는 현대사에서 급격히 성장했다. 그리고 글로벌 스탠더드 비즈니스 놈(Norm)을 배워 적용했다. 가진 것 없는 나라에서 글로벌 레벨의 수준 높은 사업 기법을 배우고 접목하여 일구어 왔다. 그러나 막무가내 식의 비즈니스 관행은 당할 수가 없다. 그렇다고 이들을 넘어 서기 위해 더 묘한 상술을 익혀서 사용할 필요는 없다. 오로지 인적 자원만 가진 한국이, 한국의 기업이 세게 무대에서 우뚝 서 있는 것은 한국이 가진 우수성_기술력, 민첩성, 탄력성, 효율성 등_을 바탕으로 글로벌 스탠더드 기준을 제대로 배워서 적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개인기에 가까운 상술보다는 신뢰를 바탕으로 한 글로벌 놈(Norm)을 따라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의 상술 때문에 당장은 손해 볼 수 있지만, 길게 보면 우리의 방법이 이들을 넘어서는 것이고 이미 글로벌 무대에서 증명을 하고 있다. ‘호랑이에 물려가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라는 속담이 있듯이 먹이 사슬에서 높은 상술을 만나더라도 정신을 차려 이들의 계략을 알고 대처하면 되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만의 정도, 신뢰를 바탕으로 한 기업활동을 전개하는, 우리의 큰 그릇 기업 정신으로 나아가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