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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노아 Mar 28. 2024

400m계주와 인생

삶을 달리는 지혜

100M 달리기 세계기록은 2009 우샤인 볼트가 세운 9.58초이다. 그러면 100M 세계 기록 x 4와 400M 계주의 세계 기록과 비교하면 어떤 것이 빠를까? 계주의 경우 직선보다 달리기 힘든 곡선 구간이 있고 바통을 주고받아야 하는 번거로움도 있다는 것도 염두에 두자. 자, 어떤 답을 선택하겠는가?


언뜻 우샤인볼트 기록 * 4의 기록이 400M 계주 기록보다 빠르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런데 실 결과는 의외로 400계주가 빠르다. 2012년 런던 올림픽의 400M 계주를 방송하던 방송사 아나운서의 얘기를 들어 보자.


“바통 하나로 팽팽한 긴장감을 이어가는 남자 400m 계주. 육상 단거리의 유일한 단체전으로, 세계기록은 1992년 미국 팀이 갖고 있던 37초 40인데 오늘 자메이카팀에 의해 런던 올림픽에서 갱신이 되었습니다. 기록은 36초 84인데 무려 0.56초를 단축한 것입니다. 이는 평균 한 선수가 9초 21초에 달린 셈인데, 2009년 베를린 세게 육상 선수권 대회에서 우샤인볼트가 세운 100m 세계기록인 9초 58보다 무려 0.37초나 빠릅니다.”


상식과는 달리, 400m 계주가 빠른 이유가 뭘까? 물리적으로 설명하면, 바통을 이어받을 주자가 이미 뛰고 있기 때문에 이때 발생한 가속도 때문에 그렇다고 한다. 그렇지만 이 물리적인 설명보다 나는 이 결과에 삶의 지혜가 숨어 있다고 생각한다. 


4명이 함께 이어 뛰는 계주에 삶의 원리가 숨어 있다.


결승점은 삶의 목표, 인생의 목표이다. 이 결승점에 먼저 닿기 위해 시작부터 총력을 다해야 한다. 첫 구간은 가속도를 높이기 위해 가능한 한 빨리 뛰어야 한다. 결승점과 상관없이 최선을 다해야 한다. 두 번째 구간은 여전히 결승점이 보이지 않지만 가속도 이상을 유지해야 한다. 세 번째 구간은 결승점이 희미하게 보이니 의지를 가해 가속도를 높여야 한다. 네 번째 구간에서는 결승점이 명확히 보이고 목표의 결과를 가늠할 수 있다. 목표가 여전히 멀리 보이고, 결과가 안 좋을 듯하면 마지막 구간에서도 박차를 가해야 한다. 


나의 삶에서, 네 구간이 모두 좋다면 결승점 도달은 빠를 것이고 결과는 만족스러울 것이다. 그러나 네 구간이 항상 좋을 수는 없다. 한 구간의 결과가 좋지 않다면 다음 구간에서 만회할 수 있고 만회해야만 한다. 다음 구간에서 만회가 안된다면 그다음구간에서 다시 도전해야 한다. 어느 한 구간에서도 소홀해선 안된다. 결승점, 목표에 도달하려면 지난 구간의 결과를 떠안고 바통을 이어받아 뛰어야 하고, 더 잘 뛰어야 한다.  

인생이 이런 것이다. 어느 한 구간 소홀 할 수가 없다. 나의 목표, 결승점이 있다면 그것을 향해 꾸준히 나아가야 하는 것이다. 지난 구간의 결과를 품고 나아가고, 더 나아가야 한다. 한 구간을 잘했다고, 다음 구간을 편히 가려면 전체 구간이 늦어지게 되는 것이다. 1,2,3구간을 빠르게 뛰었더라도 마지막 4구간에서 속도를 늦추면 결승점도달은 소원하거나 미뤄질 것이고 1,2,3구간에서 조금 부족하더라도 4구간에 박차를 다하면 후회는 없을 것이다. 인생에서 은퇴 후가 좋은 예가 된다. 은퇴 전까지 열심히 뛰었다고 남은 구간을 쉬듯이 뛴다면 전체 결과는 아쉬울지 모른다.


그렇다면 이번엔 4구간을 4명이 뛴다고 관점을 달리 해보자. 내가 맡은 구간에 최선을 다해야 하는 것이다. 앞 구간에서 뒤처지면 바통을 미리 받아 그 구간을 더 뛰고, 더 빨리 뛰어야 할 것이다. 앞 구간에서 앞섰다면 앞으로 더 나아가 바통을 이어받아 가속도를 높여야 할 것이다. 이렇게 결승점까지 구간별 속도, 위치를 조율해 가면서 뛰어야 하고 바통을 이어받는 순간의 집중도를 높여야 한다. 그렇게 최선의 결과는 만들어지는 것이다. 삶도 이런 것이다. 혼자 400m를 뛰는 것보다 4명이서 역할을 나누어 같이 뛰는 것이 더 빠르고 효과가 극대화된다. 


‘혼자서는 빨리 갈 수 있지만, 함께라면 더 멀리 갈 수 있다’는 전통적인 격언을 수정하여, ‘혼자서는 늦게 가고, 함께 라야 빠르고 멀리 갈 수 있다.’로 해야 한다. 협력의 묘법이다. 나 혼자 다 잘할 수 있다는 생각은 교만에 가까운 것이다. 어떤 경우에도 혼자보다는 같이 하는 것이 그 결과가 낫다는 것을 생각해 둬야 한다. 단, 같이 가더라도 혼자 뛰어할 곳에서 자기 역할을 제대로 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계주의 묘미는 바통을 전달받을 때, 그리고 코너를 돌 때에 있다. 이런 의미에서 몇 번 발 생 할 수 있는 인생의 전환기에 더 집중력, 균형감각을 높여야 한다. 실패의 순간과 성취의 순간에도, 좌절의 순간과 영광의 순간에도, 은퇴의 순간과 새로운 시작의 순간에도 더욱 집중력을 끌어올려 다시 뛰어야 한다. 이러한 전환기에 실수까지 겹쳐진다면 인생은 더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성취, 영광의 순간에 집중력, 균형감각을 잃으면 나락으로 떨어진다. 그런 사례를 많이 보지 않았던가?


계주 시작할 때 운동화 끈을 제대로 매어야 한다. 걸어야 할 구간은 없다. 목표만이 갈 방향이다. 반드시라는 세 글자만 남긴다. 뛸 때는 뒤를 보지 않는다, 결과가 뻔할지라도 전력질주 해야 한다. 내가 뛰는 이유를 결코 어떤 한순간에도 망각해서는 안된다 (주 1). 브런치 북에서 철학적 사유를 공유하시는 작가의 글이다. 모든 문구들이 우리 인생에 적용해야 할 내용들이다. 


우샤인 볼트의 기록을 넘어선 400M 계주의 세계 기록을 통해 인생 그리고 같이 뜀에 대한 깊은 통찰을 봤다. 우리는 각자의 구간에서 최선을 다하고, 서로를 지지하며, 모든 순간에 집중함으로써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 도전하는 모두에게 다시 제언하고 싶다. 아직 충분히 뛸 수 있는데 이 구간에서 속도를 늦추고 싶은지? 그리고 다음 구간으로 이어지는 전환기에 집중력, 균형감각을 느슨하게 하고 싶은지?     


(주 1) 새벽 독서 1800일 독서, 글, 사유, 지담, 브런치북, 2024,   

           https://brunch.co.kr/@fd2810bf17474ff/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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