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산(山山)이 07화
그다음 날에도 꿈은 반복되었어요.
돌아가신 아버지가 꿈에 나오고, 영주 씨는 아버지를 뒤쫓는 꿈이요.
네. 제가 아빠를 뒤쫓다가 산 정상에 도착해서 깨는 꿈이요. 저는 겁을 먹었어요. 왜 하필 한라산을 다녀온 이후부터 이런 꿈을 꾸는지. 매일 밤 꿈은 계속되었고, 마침내 아빠가 꿈에 나오지 않게 되었을 때에도 저는 계속 산을 올랐어요.
현실에선 피해야 했던 산을 꿈에서는 계속 올랐던 겁니까.
네. 할머니한테 산은 사람을 홀리는 존재라고 수없이 들어왔던 터라, 한라산에 다녀온 뒤로 정말 단단히 홀렸다고 생각했어요.
계속 꿈에서 산을 오르니까, 정신이 피폐해졌어요. 꿈에서 깰 때면 제 몸은 등산을 다녀온 사람처럼 땀으로 흠뻑 젖어있었어요.
어떤 의미가 있나. 내가 초월적인 존재에 선택받은 건 아닐까. 이러다 굿판을 벌어야 하나. 별생각이 다 들어서 꿈해몽을 해주는 사이트에 글을 썼어요.
칠흑같이 어두운 산을 오르는 꿈.
꿈을 꾸는 날이면, 늘 어두운 산을 오르는 꿈을 꿉니다.
어느 날은 어두운 산에서 아빠를 쫓아가기도 하고, 또 이름 모를 누군가에게 쫓기기도 하고,
혼자 걸어가기도 합니다.
제가 이 꿈을 꾼 지 1년이 넘었는데,
도대체 어떤 의미이기에 이토록 오래도록 자주 꿈을 꾸는지 궁금합니다.
답변이 달렸어요.
어두운 산을 오르는 것은 통상 좋지 않은 상황에서 어떤 일을 성취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 꿈은 꿈을 꾸는 자가 현재 불안감을 극도로 느끼고 있음을 알려주는 심리 몽입니다.
다만, 꿈이라는 것은 인간의 잠재의식에 있는 상념이나 감정이 만든 창조적 상상이고, 의도나 의미가 담겨있지만 현실과는 다르게 논리적이거나 사실적이지 않습니다.
상징적이고 왜곡된 형태로 표현되기 때문에 꿈을 꾼 자가 처해진 상황이나 나이, 성별 등 기본적인 인적 사항을 알아야 꿈을 명확히 해석할 수 있습니다.
자세한 해석이 필요하다면 다음의 번호로 연락 주십시오. 010-xxxx-xxxx. 유료 상담.
영주 씨는 그 번호로 전화를 걸었나요.
아니요. 바보같이 저를 괴롭히는 일에 돈을 쓸 순 없었어요.
그곳에 돈을 쓰면, 현실은 더욱 괴로워질 테니까요. 누가 그랬거든요. 듣고 싶은 말을 들을 때까지 그런 곳을 찾아다닌다고. 결국 도돌이표라고. 내가 듣고 싶은 말은 이미 정해져 있는데, 그 말을 타인이 해줄 때까지 찾아다녀서 위안을 얻는 거라고. 그냥 자기 자신에게 직접 말해주는 게 낫지 않나요.
영주 씨는 사주나 미신 따위의 것들을 믿지 않는 것 같습니다.
네. 저는 그런 건 믿지 않아요. 경하 씨는요?
저도 믿지 않습니다. 추상적이고 애매모호한 말들로 사람을 현혹시키지 않습니까. 일반적인 사람들이 겪는 기쁨과 슬픔, 행복과 고통, 환희와 절망을 두루뭉술하게 재해석하는 것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참 의외이지 않습니까. 사주는 믿지 않으면서, 산은 믿는다는 게.
경하 씨는 그럼 산을 믿지 않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