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기차

삶은 끝없는 물음

by 현월안


어둠이 가장 짙을 때,
기차는 출발한다.
아직 세상은 잠들고,
세상의 이름조차 불확실한 순간에
길을 나선다.


서울에서 부산행 기차에 올랐다


커다란 창 너머 스치는 불빛은
지나온 시간들의 그림자,
어떤 때는 손에 쥐었고,
어떤 때는 놓쳤고,
그래서 더 선명한 것들

기차는 묻지 않는다
어디서 왔느냐고,
무엇을 잃었느냐고
다만 앞으로 달릴 뿐이다


운명처럼 정해진 궤도를 따라.

때로는 혼자,
때로는 낯선 이와 등을 맞대고
모두 같은 방향을 향하지만
목적지는 다 다르다


창밖은 서서히 밝아오고,
새벽이 아침으로 바뀔 즈음
비로소 깨닫는다
이 여정이 끝이 아니라
다음 정차역일 뿐이라는 걸,

그래서 삶은 새벽기차를 닮았다


고요한 출발,
이름 모를 정거장들,
그러나 멈추지 않는 속도.
그리고,
모두 내릴 그곳에 가까워지면
잠시, 이 순간을 껴안는다


여기가 끝인가

여기가 시작인가

삶은 끝없는 물음 앞에

,

길을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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