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가 스친 흔적
버스가 도로 공사구간을 지나며
흙탕물을 뿌렸다
내 옷이 옴팡 젖었다
큰 양동이에 가득 담아서
누군가 나를 향해
정확하게 정조준한 것처럼,
'어머 어떡하지~'
뜻하지 않은 그 순간
나만 홀로 멈춰 선 느낌이다
세상이 나를 날카롭게 스치고
내가 세상 안에 있음을
깨닫는 짧은 시간,
흙탕물이 튄 자리마다
진하게 얼룩이 새겨지고,
젖은 옷자락엔 말없이
질문 하나가 배어든다
젖은 옷은
존재의 표면이 얼마나 얇은지를
고스란히 드러낸다
버스 바퀴는 나를 스쳤고
나에게 다가온 것은
의도가 아닌 결과다
세상에는
어떤 일이 그저 일어난다
예고 없이,
이유 없이,
누구의 의도도 없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