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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에 할 말을 삼켰더니 밤에 시로 토했습니다.

95년생, 서른 살부터는 참지 않고 시를 쓰기로 마음먹었습니다.

by 박재

주로 낮에는 삼켜야 할 말이 많다. 달싹 거리는 입술을 깨물어 다물고, 목젖을 아래 고정한다. 할 말은 많지만 하지 않는 상황, 이런 순간이 얼마나 많았는지. 그때 하지 못한 말들은 절대 창자까지 내려가지 못한다. 식도를 붙잡고, 가슴을 움켜쥐어 폐부 어딘가에 꽉 뭉쳐 있다.


말해야 할 순간을 놓친 말들은 묵직해진다는 걸 아는가. 한마디 한마디가 아래서부터 욱하며 오르는 것을 내려 누르는 것은, 마치 해수욕장에서 비치볼을 물아래로 계속 누르는 것과 같다. 다른 점이 있다면, 그렇게 삼킨 말들을 다시 꺼낼 때, 시원한 해방감을 뿌리며 확 튀어 오르지 않는다는 것이다.


결국 한순간에 꺼낼 수도, 단번에 정리할 수도 없는 것들이 끈적하게 엉겨 붙는다. 삼킨 말들은 그렇게 서로 달라붙어 함축된다. 밤이 되면, 적대자가 없는 안전한 어둠이 찾아오면, 그제야 삼킨 말들을 뚝 뚝 떼어진 수제비처럼 문장으로 흘러나온다.


이미 장황한 문맥은 파괴되었고, 세세한 감정들은 소멸되었다. 이제 남은 건 단단한 한 줄, 묵직한 단어뿐. 나는 뭉탱이들을 한 데 모아두고 '시'라고 부르기로 했다.


서른이 되었다. 이제는 하고 싶은 말을 다하며 살지 못한다는 것을 납득한다. 많은 인연을 잃었고, 많은 인정을 까먹었다. 말하는 것보다 듣게 되는 시간이 늘었고, 비례적으로 삼키는 말도 늘었다.


세상을 다 이해하기에는 너무 어리고, 모른척하기에는 적지 않은 나이, 서른. 그래서 시를 쓰기로 했다. 낮에 삼킨 말들을, 밤이 되면 토해내기로 했다. 그렇게, 서른 살부터 시를 쓰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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