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는 왜 리모컨을 차지했을까

인사 외에 더이상 대화가 되지 않는 답답하고 무력했던 남자

by 박재

아버지



거실 한쪽에 리모컨이 놓여 있었다

엄지로 힘을 주어 꾸욱 눌러도

안 넘어가는 채널


소파는 눌린 자국을 안고
하루를 밀고 있었고
마루에 비친 햇살은

무관심 속에 완주했다


티비는 묵묵히
볼륨을 조금씩 높여갔다
누가 눌렀는지는 아무도 몰랐다


무소음 뉴스가 지나가고
광고가 지났고
거실 조명은 점점 저녁을 흉내 냈다


말을 안 해도 되는 공간엔
말이 없어도 되는 사람이
하루를 다 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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