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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가능한 건강 관리- 일상에서 독소 줄이기

무심코 써온 것들을 다시 바라보기

by ligdow


“제가 왜 암에 걸렸을까요?”

의사 선생님들은 일반적으로 알려진 의학적 설명과 검사 결과에 따른 해석 정도를 전해주셨다. 물론 그 누구도 암의 원인을 단정 지을 수는 없다. 하지만 그 물음은 내 몸과 마음, 그리고 매일의 일상을 더 꼼꼼히 들여다보게 만들었다.


그즈음 모발 중금속 미네랄 검사를 받게 되었고 결과지를 보았다. 생각보다 높게 나온 수치에 조금 놀랐고, 동시에 내가 평소에 어떤 방식으로 살아왔는지가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환경에 관심이 많았고, 가족의 건강을 생각하며 나름 신경 써왔던 일상들이 있었다. 완벽하진 않았지만 내 나름의 기준을 세워 이어오던 생활 방식이었다.


예를 들면 장을 볼 때 생긴 포장재는 분리 배출하고, 주방 도구는 유리나 스테인리스 위주로 사용했다. 향이 강한 제품은 거의 쓰지 않았고, 새 옷도 꼭 필요할 때만 사는 편이었다. 배달 음식보다는 집에서 요리해 먹는 걸 즐겼고, 플라스틱 보관 용기도 줄여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실천들이 완벽할 수는 없었던 것 같다. 무심코 써왔던 물건들 속에 어떤 화학 성분이 있었는지 나도 다 알 수는 없다. 어쩌면 그런 것들이 쌓여 중금속 검사 결과로 나타난 걸지도 모른다. 지금은 일상을 조금 더 의식적으로 바라보며, 줄일 수 있는 건 줄이고 바꿀 수 있는 건 천천히 바꿔가는 중이다. 꼭 필요한 것은 사용하되 가능한 범위 안에서 더 나은 선택을 하려고 한다.




1. 주방에서 시작된 변화 – 플라스틱 줄이기


하루 중 가장 오랜 시간을 보내는 곳은 주방이다.

식재료를 다듬고 음식을 만들며, 가족의 건강을 챙기고 내 몸을 돌보는 일이 이곳에서 시작된다. 그러다 보니 가장 많은 도구와 물건이 드나들고, 그래서 더 신중하게 살피게 되는 공간이기도 하다.


가스레인지 대신 인덕션으로 교체했다.

암 진단 후, 가스불에서 나오는 유해 물질이 실내 공기와 건강에 좋지 않다는 걸 알게 되었다. 내가 서울에 있는 동안 남편이 인덕션으로 교체해 주었다.

인덕션을 사용하기 전에는 주방과 거실 창문을 열어 미리 환기를 시키고, 요리할 때는 꼭 환풍기도 함께 켠다.

조리도구는 스테인리스 냄비와 스테인리스 프라이팬으로.

8년 전부터 스테인리스 제품을 써왔지만 편리함 때문에 어쩌다 사용하던 코팅 프라이팬들도 이번 기회에 전부 정리했다.

보관 용기는 유리나 도자기로.

그동안 주로 유리 용기를 써왔고, 플라스틱 보관 용기는 몇 년 전부터 거의 사용하지 않았다. 이번엔 남아 있던 것들도 정리하면서 조금 더 안심할 수 있는 주방으로 바꿔갔다.

남편과 아이들이 배달 음식을 주문할 경우

배달은 어쩌다 가끔 있는 일이지만, 플라스틱 용기에 담겨 온 음식은 바로 그릇에 옮겨 담아 먹는다. 플라스틱 숟가락과 나무젓가락은 주문에서 제외한다.



수년 간 이어지는 우리 집 규칙: 본인이 먹고 마신 것은 깨끗하게 씻어서 말린 후 분리 배출한다.


환자 혁명-조한경 지음, p146

*프탈레이트: 플라스틱을 말랑말랑하고 유연하게 가공하는 데 가소제로 사용된다. 환경 호르몬이라 불리는 대표적인 내분비계 교란 물질이다. 비닐랩, 화장품, 향수, 세제, 식품 포장재 등에 포함된다.


이 물질은 인체에 축적되며 호르몬 작용을 흉내 내거나 방해하고, 특히 호르몬에 민감한 시기인 성장기 아이들이나 면역이 예민한 환자들과 암 환자들에게는 그 영향을 무시할 수 없다. 암을 계기로 이런 정보들을 더 민감하게 받아들였고, 최대한 내 몸과 집안 환경을 가능한 한 프탈레이트로부터 더 멀어지게 하는 중이다.




2. 향보다 안전을 선택하기 – 생활용품


몸에 닿는 제품은 더 신중해졌다.

향이 좋다는 이유로 습관처럼 쓰던 것들을 멈추고,

무엇을 덜어내고 무엇을 바꿀지를 정리해 나갔다.


섬유유연제는 그만.

부드럽고 포근한 향이 남는 옷 대신 그냥 맑게 헹군 옷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어쩌다 가끔 사용하던 이것도 아예 사용을 하지 않는다.

탈취제와 방향제도 안녕.

예전에도 즐겨 사용하진 않았지만 이제는 아예 제품 자체가 집 안에 없다. 공기 중에 퍼지는 향은 내 폐로 들어올 수 있으니 더는 가볍게 넘길 수 없게 되었다.

화장품은 기초 제품만 성분부터 본다.

원래 색조 화장은 하지 않지만 기초 화장품은 자연유래 성분 제품을 고르고 있다. 평소 이용하는 유기농 매장에서 구입하는 편이다.

세제는 가능한 무향과 천연 성분인 것으로 구입한다.

주방세제, 바디워시, 비누와 샴푸까지 가능하면 무향에 가까운 제품을 찾고 성분을 확인한다. 냄새가 진하고 거품이 많이 나는 제품이 꼭 더 깨끗한 것도, 더 좋은 것도 아닐 테니.



세포 리셋-김덕수 지음(닥터덕), p88

건강을 위해 선택한 변화들이 내 삶의 기본값이 되었다. 완벽하진 않지만 향기 대신 안전, 편리함 대신 신중함, 습관 대신 이유 있는 선택을 하고 있다.




3. 지구를 위한다는 마음으로 시작된 실천- 결국 나를 위한 실천


나의 작은 습관 몇 가지는 처음에는 지구를 위한 다짐에서 시작되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보니 그 모든 실천이 결국 내 몸을 위한 건강한 선택이었음을 깨닫게 되었다.


장을 볼 때는 비닐봉지를 줄이고 재사용 가능한 종량제 봉투나 장바구니, 에코백을 사용한다.

스티로폼 트레이에 담긴 식재료는 가능하면 피한다.

분리수거는 최대한 꼼꼼하게!

비닐은 물기를 잘 털어내고 헹궈서 말린 뒤 배출하고, 플라스틱과 기타 용기도 씻어서 말려 분리 배출한다.

옷은 1년에 3개 구입한다는 원칙을 정해 6년째 실천 중이다. 작년 여름에 홈쇼핑에서 티셔츠를 구입했다.

’3종이지만 이것은 1개에 해당하는 거야.‘ 자기 합리화를 한 후 큰애한테는 괜히 장황한 설명을 늘어놓았다. 가만히 듣던 큰애는 웃으며 말했다.

“엄마, 난 아무 말도 안 했어.”


평소에 청바지와 티셔츠를 즐겨 입는다. 그런데 어느 날 책에서 본 몇 줄의 문장이 생각보다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청바지 한 벌 만드는 데 물이 7,000리터에서 1만 1,000리터가 필요하다. 티셔츠 한 장에는 2,700리터가 필요하다. 의류 산업에서 배출되는 탄소는 전체 산업 탄소 배출량의 8-10%를 차지한다.'

그날 이후 새 옷을 사기보다 지금 있는 옷을 오래 입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나만의 옷 구입 원칙도 세우게 되었다.


이런 실천은 암 진단 이전부터 수년간 이어온 습관이었다. 그때는 단지 환경을 위한 작은 노력이면 충분하다고 여겼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내 몸에 쌓일 수 있는 유해물질을 줄이는 생활습관이기도 했다.




25년 6월 13일 세계일보 뉴스에 따르면 ‘암 생존자는 초미세먼지에 노출되면 심근경색. 뇌졸중 등 심혈관질환 발생 위험이 특히 높다’고 한다.

박상민 교수(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암 생존자는 외부 환경 변화에 민감한 특성을 지니고 있어, 초미세먼지와 같은 환경 요인에 대한 일상적 노출 관리가 중요하다. “

신형영 교수(서울성모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미세먼지를 흡입하면 장내 미생물군 변화, 폐 염증, 전신 염증 반응이 증가되고 이는 심혈관질환 발생을 높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암 생존자의 건강관리는 일상생활 관리 및 환경 요소에 의해 달라질 수 있다."라고 했다.


암을 겪고 난 뒤로는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에도 더 민감해졌다. 예전보다 더 자주 날씨 앱을 확인하고, 공기질이 나쁜 날에는 외출을 자제하거나 KF 마스크를 꼭 착용한다. 실내 환기에도 신경을 쓴다. 사소해 보이지만 이런 습관들이 나를 조금 더 지켜주는 일이라고 믿는다.


나름 관리한다고 해도 완벽할 수는 없다.

때로는 편리함 앞에 잠시 멈칫하다가 마땅한 대안이 떠오르지 않으면 조용히 그냥 넘어가기도 한다.

화학 제품을 완전히 피하며 살 수는 없지만, 무엇이 더 나은 선택인지 하나씩 알아가면서 자연스럽게 기준이 생겼다. 그렇게 조심스럽게 고르고 덜어내는 일을 반복하다 보니 어느새 지금의 생활이 되었다. 일상 속 독소를 줄이려는 마음은 삶을 더 단순하게 만들었고 내 몸과 마음을 돌아보게 했다. 애써 노력하지 않아도 이제는 그 자체로 나를 지켜주는 하나의 습관이 되었다.






2020.7.4 자연드림 단골 매장에서 셀카를 찍어 인증샷을 남기는 이벤트에 참여했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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