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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디온 Jul 06. 2024

밴댕이는 억울하다

5월에 일산 국립암센터 근처에 자리한 강화식당에 가면 별미를 맛볼 수 있다. 바로 5~6월이 가장 맛있는 밴댕이 회이다. 밴댕이 회를 시키면, 조그만 사각접시에 얌전하게 누워 있는 밴댕이와 함께 기름기 많은 밴댕이 살과 어우러져 맛을 업그레이드시켜 줄 된장양념장이 함께 나온다. 강화에서 공수된 싱싱한 무로 만든 큼직한 깍두기 맛도 특별하다.     


5~6월에 가장 맛있게 즐길 수 있는 밴댕이 회를 먹으면서 반주를 빼놓을 수 없다. 고소한 밴댕이 살을 씹으면 ‘쏘주’ 한 병이 금세 사라진다. 회를 다 먹고 나서는 밴댕이 회덮밥으로 마무리하고 식당을 나서 걸으면, 세상 부러울 게 없이 행복하다.      


한때 ‘밴댕이 감별사’를 자처한 시절이 있었다. 밴댕이를 감별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다. 선입견을 갖고 섣부르게 한두 가지 사실에 기반해 타인을 낙인찍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시절 나는 바로 그렇게 충분하지 않은 근거를 가지고 사람을 판단하기도 하였다. 여기저기 밴댕이가 많다고 투덜댔지만 뒤돌아놓고 생각해 보니 ‘밴댕이 감별사’를 자처한 내가 밴댕이였다는 생각이 든다. 밴댕이 눈에 밴댕이가 잘 보이는 것이다.      


강화식당에서 늘 밴댕이 회만 먹어 밴댕이는 회로만 먹는 줄 알았는데 최근 밴댕이 소금구이를 먹을 기회가 있었다. 기름기가 많은 밴댕이는 소금구이 맛이 고소한 것이 그야말로 일품이었다. ‘밴댕이’라면 으레 떠올리는 이미지와 밴댕이가 혀에 선사하는 맛은 너무나 달랐다. 전어나 조기보다는 작지만 멸치보다는 큰 싱싱한 밴댕이의 살결은 은은하였다. ‘밴댕이’란 말에 씌어진 부정적인 이미지는 누가 만들어낸 것인가. ‘밴댕이 소갈딱지’란 말은 분명 밴댕이를 먹어보지 않은 ‘밴댕이’ 같은 사람이 밴댕이에게 씌어놓은 모함일 것이다.     


우리가 밴댕이라 부르는 것은 ‘반지’라고 부르는 물고기라고 하니, 사실 밴댕이는 밴댕이가 아닌 것이다. 진짜 밴댕이는 육수 낼 때 쓰는 말린 생선인 디포리라고 한다. 그러고 보니 ‘밴댕이’라 불리는 ‘반지’는 억울할 것이다. 게다가 속 좁은 사람의 대명사로 불리니 더 억울할 것이다.     


‘밴댕이구이’ 아니 ‘반지’ 구이는 고소한 게 일품이었다. 이렇게 개성 있게 고소한 맛은 큰 물고기에서는 맛볼 수 없는 매력이다. 밴댕이는 작지만 내장이 정말 작고 깨끗하다. 쪼그만 체급에 똥이 잔뜩 들은 멸치에 비하면 밴댕이는 얼마나 우아한 녀석인가.      


며칠 전에 바다에서 뛰어놀았을 밴댕이는 지금은 내 위장에서 자신의 임무를 다하고 있을 것이다. 덕분에 내 혀는 즐거웠다.      


누가 밴댕이를 모함했는가. 내장이 작고 깨끗한 밴댕이를 속 좁은 인간을 상징하는 것으로 모함한 자는 누구인가. 아니 누가 ‘반지’를 모함했는가.



소금을 뿌려 노릇하게 구워낸 밴댕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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