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의 이름

by 디디온

두릅을 알고 먹게 된 것은 불과 몇 년 전부터이다. 그전에는 두릅을 먹어본 적이 없다.

두릅을 먹게 된 것은 아는 분이 광양으로 내려가 농사를 지으시는데 그 가운데 봄에 두릅이 있어 사 먹게 된 것이다.


보통 3월 말에서 4월 초 두릅이 온다. 처음으로 도착하는 것은 키가 작고 통통한 연한 연두색 참두릅이다. 이 두릅을 소금을 넣고 데쳐 초장에 찍어먹는다. 보들보들하고 연한 아기 궁둥이 같은 참두릅 밑동을 잡고 입에 넣으면 비로소 봄이 도착했음을 느낄 수 있다.


참두릅을 다 먹을 때 즈음 개두릅(엄나무순)이 온다. 같은 자매인 것 같은데 개두릅은 생긴 모양이 참두릅과 다르다. ‘개’라는 접두사를 붙인 것을 보면 두릅보다 못하다는 뉘앙스가 있는 것 같다. 좀 더 날씬한 외양에 아직은 부드러운 가시가 나 있다. 참두릅은 언니 같고 개두릅은 여동생 같다.


언니 참두릅은 부드럽고 품격 있지만 동생 개두릅은 통통 튀며 쫄깃한 질감이다. 초장에만 어울리는 참두릅과 달리 개두릅은 초장에 찍어 먹어도 맛있지만, 어간장에 무쳐 놓으면 반찬으로도 훌륭하고 막걸리 안주로도 안성맞춤이다. 까탈스럽지만 알고 보면 재주가 많아 더 매력적인 둘째 동생 같은 느낌이다.


처음 두릅을 접했을 때는 참두릅을 더 좋아했다. 왠지 거무튀튀한 색깔 하며 가시가 삐죽삐죽 나있는 모양 하며 개두릅은 영 마음에 들지 않았다. 두릅이 품고 있는 씁쓸한 맛의 결도 참두릅은 너그러운 결인데 반해 개두릅은 성깔 있는 느낌이랄까. 그런데 한 해 두 해 점점 두릅을 먹어가며 맛을 알아갈수록 개두릅이 좋아지는 것은 어인 일인지.


두릅.jpg 소금을 넣고 팔팔 끓는 물에 데쳐놓은 참두릅. 밑동이 보송보송한 아기 궁둥이 같다.


올해도 참두릅을 거쳐 어간장에 무친 개두릅을 반찬 삼아 안주 삼아 먹으며 씁쓸한 맛에 매혹 중이다. 화사한 봄에 씁쓸한 맛에 매혹당하는 일도 나쁘지 않다. 씁쓸한 맛을 좋아하게 될 줄은 미처 예상하지 못한 일이다. 그것이 사는 일의 묘미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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