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나는 숙이 씨를 위해 울어본 적이 없다. 돌이켜보면 엄마는 천성이 여린 사람이었는데(과거형), 지금 은 강철 인간이 다 되었다. 그 모습을 보며 나는 무엇이 엄마를 이토록 강인하게 만들었을까 생각한다.
신혼 때 숙이 씨는 아는 사람 하나 없이 낯선 곳에서 연년생을 낳아 기르는 게 너무 힘이 들어 매일을 눈물로 보냈다고 한다. 그때 나는 너무 어렸을 때라 기억이 잘 나지는 않지만, 조금 철이 들고 나서는 자유분방한 남편과 무례한 시댁 식구들 때문에 눈물 흘리던 엄마의 모습은 지금도 어렴풋이 기억하고 있다. 언젠가 부모님이 싸우신 날 엄마가 울다 지쳐 잠들었는데 어린 마음에 엄마가 괜찮은지 자다가 몇 번이고 깨서 확인하느라 잠을 지새운 적도 있다.
그러나 숙이 씨는 천성이 낙천적인 편이라 그렇게 울다가도 언제 그랬냐는 듯 툭툭 털고 일어나는 편이었다. 내가 불평불만을 터트릴 때면 사람은 항상 긍정적이어야 한다 입버릇처럼 말하곤 한다. 나는 그런 숙이 씨가 이해가 되지 않을 때도 있지만 쉽게 눈물이 터지는 여린 성격과 어떻게든 정신승리를 하고자(!) 노력하는 모습은 숙이 씨를 똑 닮았다. 이런 게 또 숙이씨의 매력이기도 하다.
강철 인간 같아 보이는 숙이 씨지만 지금도 가끔 눈물을 보이고는 하는데 자식을 잘못(?) 키웠다고 생각이 들 때나 우리가 아플 때, 우리에게 미안할 때 등이다. 적고 보니 자식이 눈물 버튼이다. (요즘에는 남편 때문에 우는 일은 거의 없다.) 그렇지만 나는 숙이 씨를 위해 울어본 적은 없다.
숙이 씨가 아픈 데 없고 걱정 없이 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하지만 그리고 숙이 씨 때문에 속상해서 운 적은 있지만.. 내가 숙이 씨를 위해 울어본 적이 없다는 것은 나의 마음을 이상하게 만든다. 그럴 때면 부모가 자식을 사랑하는 마음만큼 자식은 할 수 없다, 내리사랑이다는 말을 변명처럼 떠올리는 것이다.
아마 숙이 씨에게 이런 이야기를 하면 허튼 생각하지 말고 너만 알아서 잘 살면 된다고 할 것이다. 엄마 말이 맞다. 지금은 내 앞가림을 잘하는 것이 중요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