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건강을 위한 유산소 운동의 한계는 존재할까?

많이 달릴수록 건강에 이로울까, 해로울까?

뜨거운 태양과 끈적한 습도를 머금은 이른 폭염이 이어지고 있지만, 러너들의 달리기 열정을 막을 수는 없는 것 같다. 가을 마라톤을 준비하는 러너라면, 월 마일리지를 보물 모으듯이 모으는 것에 다들 공감을 할 터인데, 한 달에 200km, 300km는 기본이고 런플루언서 나 대회 입상을 하는 러너들을 보면 월 마일리지가 500km에서 1000km까지도 가니, 이쯤 되면 궁금해진다.


과연 건강을 위한 이상적인 유산소운동의 한계치는 존재할까?


사실, 유산소 운동(aerobic exercise)은 심혈관계 건강, 대사 질환 예방, 정신 건강 개선, 수명 연장 등 다방면에서 그 효과가 입증된 신체활동이다. 의사나 각종 단체에서 권고하는 유산소 신체활동 범위는 세계보건기구(WHO)와 미국질병예방서비스특별 위원회(U.S. Preventive Services Task Force)의 자료를 기반으로 한 것인데, 성인에게 주당 중강도 신체활동 150~300분 또는 고강도 활동 75~150분을 권고하고 있다 [1]. 중강도의 신체 활동은 주로 빠른 걷기, 수영, 자전거 타기, 가벼운 조깅 등이 해당이 되고 고강도 활동은 달리기, 인터벌 트레이닝, 에어로빅 등의 활동이 해당이 된다.


WHO 의 성인 권장 신체 활동.


하지만 이러한 기준은 "최소한의 건강을 지키기 위한 가이드라인“일 뿐, 유산소 운동의 상한선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제시한 것은 아니다.

2020년에 WHO에서 제시한 연구에 의하면, 건강 증진을 위해 주당 중강도 활동 300분 이상, 또는 고강도 활동 150분 이상 수행 시 추가적인 건강상의 이점이 존재한다고 명시하였고 [1] 주당 최대 450~600분까지의 운동이 건강 지표를 향상한다는 데이터를 인정하고 있다 [2]. 주당 600분까지라 한다면, 러너의 입장에서 대략 km당 6분 페이스로 달린다고 하고 거리로 환산한다면 주당 100km 거리를 달리는 것이 부상 없이 가능하기만 하다면 건강 상의 이점이 있다는 것이다.

(더 빠르게 달린다면 거리는 더 늘어날 것이다.)


실제로 유럽의 대규모 역학 연구를 살펴보면, 하루 60~90분의 걷기 또는 그에 준하는 유산소 운동을 한 집단이 가장 낮은 사망률을 기록했으며, 운동량 증가에 따른 사망률 감소 효과가 관찰되었다 [3]. 또 다른 미국에서 이루어진 연구에서도 WHO 권고량을 2~3배 초과한 수준까지 운동량이 증가해도 사망률은 오히려 더 낮아졌다고 한다 [4].


그렇다면, 사망률 관점에서는 유산소 운동을 많이 하면 할수록 건강 상의 이득이 있다고 하더라도 과도한 유산소 운동이 주는 다른 건강 위험은 없을까?


과도한 유산소 운동으로 인한 부정맥이나 심장의 구조적 변화, 심근병 이슈가 종종 제기되기도 한다. 지속적이고 강도 높은 유산소 운동을 오랜 기간 반복한 일부 엘리트 운동선수에게서 심방세동 (atrial fibrillation)과 같은 부정맥의 발생률이 일반인보다 높게 보고되기도 하고 [5], 또한 심근 섬유화(myocardial fibrosis), 우심실 확장 등 구조적 심장 변화가 마라톤 선수나 철인 3종 참가자에서 관찰되기도 했다 [6].


그러나 이들 연구는 대부분 극단적인 고강도 운동을 장기간 지속한 집단을 대상으로 한 것으로, 일반적인 수준의 유산소 운동을 하는 보통의 사람들에게까지 적용할 수 없다고 본다. 실제로 대부분의 일반인에게서는 이러한 변화가 임상적으로 유의미한 문제로 발전하지 않으며, 오히려 규칙적인 운동은 심혈관 기능의 향상과 부정맥의 예방적 효과를 가진다 [7].


그러나 지속적인 고강도 유산소 운동은 일부에서 오버 트레이닝 증후군(Overtraining Syndrome)을 유발할 수 있다. 이는 피로 누적, 수면 장애, 면역 저하, 기분 저하 등이 동반되며, 특히 적절한 회복이 부족할 때 발생한다. 러너들이라면 피해 갈 수 없는 각종 인대와 힘줄 등의 염증으로 인한 부상도 결국 적절한 휴식의 부재로 인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운동의 절대량보다는 회복의 질이 가장 중요하며 같은 운동량이라도 개인의 회복 능력, 수면, 영양 상태에 따라 해로운 자극이 될지, 건강 자극이 될지가 결정된다고 판단된다.


Take Home Message!


* WHO 권고량 이상으로 유산소 운동을 늘리는 것은, 대부분의 일반 성인에게 더 큰 건강상의 이득을 제공한다.

* 다만, 극한의 고강도 운동을 장기적으로 반복할 경우 일부 심장 리스크가 존재할 수 있으며, 이는 회복이 결핍된 상태에서 더 두드러진다.

* 적절한 회복, 영양, 수면이 뒷받침된다면, 매일 60~80분의 중강도 유산소 운동은 일반적으로 안전하며 이상적인 운동량일 수 있다.

* 따라서 이상적인 유산소 운동의 상한선은 획일적으로 존재하지 않으며, 개인의 체력, 회복 능력, 건강 상태에 따라 유동적으로 해석되어야 한다.


러너들이여!

뜨거운 여름, 적절한 휴식을 병행하며 현명하게 자신에게 맞는 훈련을 합시다! 파이팅!






참고문헌

1. World Health Organization. WHO guidelines on physical activity and sedentary behaviour. Geneva: WHO; 2020.


2. American College of Sports Medicine.
ACSM's Guidelines for Exercise Testing and Prescription. 11th ed. 2021.


3. Ekelund U, et al. Physical activity and all-cause mortality across levels of overall and abdominal adiposity in European men and women: the EPIC cohort study. Lancet. 2015;385/0985):1831-1841.


4. Arem H, et al. Leisure Time Physical Activity and Mortality: A Detailed Pooled Analysis of the Dose-Response Relationship. JAMA Intern Med.
2015;175(6):959-967.


5. Andersen K, et al. Risk of arrhythmias in long-term endurance athletes. J Am Coll Cardiol. 2013;61(10):1054-1055.


6. La Gerche A, et al. Exercise-induced right ventricular dysfunction and structural remodelling in endurance athletes. Eur Heart J. 2012;33(8):998-1006.


7. Arem H, et al. Leisure Time Physical Activity and Mortality: A Detailed Pooled Analysis of the Dose-Response Relationship. JAMA Intern Med.
2015;175(6):959-967.





keyword
목요일 연재
이전 13화나는 숫자가 아니야_데이터와 러너의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