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좋은 사람이 되게 하는 달리기.
소소한 달리기 일상을 이어가고 있는 요즘이다. 뜨거운 햇살 아래, 요즘은 그저 달리고 있다는 그 자체가 의미가 있는 것 같다.
지난 6월에는 321km를 달렸다. 직장 생활하며 아이를 키우며 나름대로는 최선을 다한 결과이다. 300km를 넘긴 한 달의 러닝 마일리지는 정말 뿌듯하다.
7월이 되자, 문 열리기를 기다렸다는 듯 더위가 밀려 들어왔다. 숨막히는 낮의 열기는 도저히 틈새런을 하기 불가했다. 요즘은 트레드밀로 도망가서 러닝을 꾸역꾸역 이어가고 있다. 헬스장에 도착하면 에어컨 바람이 시원한 듯하여도 막상 달리면 땀이 비오듯 쏟아진다.
러닝 머신 위로도 땀이 뚝뚝 떨어진다. 거 참, 여름은 여름인 것이다.
요즘처럼 더운 날에도 굳이 달리기를 그렇게 꾸역꾸역 하는 이유를 묻곤 한다. 그러게 말이야. 돌이켜 생각해본다. 달리기를 처음 만났을 때에는 달리기를 생각하면 설레고 행복했다. 달리러 나가기 위해 새벽에 일어나는 것이 힘들지 않았다. 숨겨둔 애인을 만나러 가는, 바람난 사람처럼 새벽5시 전에 번쩍 떠지는 눈, 망설임 없이 일어나 영하의 날씨에도, 절절 끓는 태양에도 두려움 없이 나서곤 했다.
그런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 무거운 눈커풀에 새벽에 일어나는 것이 힘들고, 일어나도 옷 갈아입고 나가기까지 망설이는 시간도 한 참 걸린다. 막상 나오면 잘했다 싶으면서도, 달릴까 말까 한참을 고민한다.
가슴 콩닥거리고 설레는 사랑도 때가 되면 사그라지듯, 달리기에 대한 사랑도 식은 걸까. 더이상 설레지 않는 연인이지만, 의리로 만나는 그런 냉정과 열정 사이일까?
새벽에 달리기를 하고 땀에 흠뻑 젖어 들어온 나를 보고 잠에서 덜 깬 아들 녀석이 물었다.
“엄마는 달리기가 그렇게 좋아?”
“음... 아니.. 그냥 그렇지뭐.”
“그런데 왜 달리고 왔어?”
“그냥, 루틴이야. 엄마의 루틴.”
그렇다.
달리기는 이제 너무 좋아서 설레지도
뜨겁게 사랑하지도 않는다.
(예전엔 그랬지)
그냥 루틴이다. 리츄얼 같은 것.
나를 나 자신이게 해주는.
#더좋은사람이되게하는달리기
#달리기는놀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