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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그린 Jun 08. 2023

양딸이 되어줄래?

새로 옮긴 보금자리는 한국의 아파트와 비슷해서 적응을 빨리했다. 

한국인 50대 부부는 나를 반갑게 맞아주시는 것도 모자라 마치 엄마 아빠처럼 챙겨주셨다. 맛있는 걸 먹을 때면 꼭 방문을 노크하고 함께 먹자고 불러냈다. 집 근처 산책하기 좋은 곳이 있으면 함께 걷자고 늘어져있는 나를 달랬고, 주일에는 한국인 목사님 말씀도 듣고 한인들과 점심도 먹자며 집 앞 교회로 이끌어주셨다, 시간이 지날수록 두 분의 정성과 진심에 나도 부모님의 사랑을 어슴푸레 느껴가고 있었다. 


어머님과 아버님은 재혼 부부셨는데 이런 두 분의 개인 사정도 나중에는 나에게 털어놓으셨다. 한국에 살고 있는 작은딸과 나이가 비슷하다며 나를 보면 딸 생각이 난다고 하셨다. 어느 날 어머님 아버님은 나에게 우스갯소리로 말씀하셨다. 


"그냥 양딸 하자"

"네? 하하하하하"

 "왜 웃노 양딸 하자니까."


진심인지 농담인지 구분이 되지 않았다. 자식들이 멀쩡히 있는데 왜 나를 양딸 삼으려고 하실까. 그저 좋은 마음으로 농담하시는 거란 생각에 웃어넘겼다. 


어머님의 친정 가족들은 모두 다운타운 근거리에 함께 살고 있었는데 나를 가족들에게도 소개해주셨다. 백발이 되셨지만 너무 정정하신 구순 할머니의 친구가 되어 드리기도 했고, 함께 탁구도 치고, 식당에도 같이 갔다. 어머님의 여동생이 운영하시는 약국에서 서류 작업 아르바이트를 할 수 있게 일거리를 주시기도 했다. 어머님의 가족분들 모두 나를 따뜻하게 대해 주셨다. 어떠한 조건도 이유도 없었다. 마음이 오고 가는 길에 진정한 고마움만 있었다.   

  

일요일 아침 느지막이 일어나 거실로 나왔다. 햇살이 들어와 집안을 따뜻하게 비치고 있었다. 베란다 앞에 놓인 원형 식탁에 어머님과 아버님이 앉아 계셨다. 일요일 아침 부부가 테이블에 함께 앉아 있는 모습이 어색하게 느껴지던 찰나 아버님이 물으셨다.     


“굿모닝~ 잘 잤어요? 우리 브런치 먹을 건데 같이 먹을래요?”

“메뉴가 뭐예요? 저야 좋죠”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어머님은 식빵을 토스트기에 넣고, 아버님은 계란프라이를 만들었다. 나는 커피 3잔을 내려 한잔씩 식탁으로 옮겼다. 좁은 주방이었지만 셋이서 복작복작 브런치를 준비하며 웃음이 흘러넘쳤다. 다시 식탁에 마주 앉아 도손도손 이야기를 나누며 선데이모닝을 만끽했다.


 나의 부모님과 주말에 식탁에 앉아 아침을 함께 먹은 기억이 없었던 탓일까. 가슴 끝에서 묵직한 행복감이 올라왔다. 처음 가져보는 시간, 감정, 공간에 함께 하는 사람들과의 조화까지 모든 게 완벽했다. 

토론토에서 살아가는 하루하루에 별 다른 건 없었다. 도망쳐온 타지에서 뭔가를 이루기보다 새로운 나를 찾는 여정으로 생각했기에 급할 건 없었다. 30년 한국에서 살면서 가져보지 못했던 것, 느껴보지 못한 감정, 경험해보지 않은 일들을 하나씩 채울 때마다 내 안에 채워지는 에너지를 느꼈다. 나도 몰랐던 나를 발견하고 가능성을 찾고 새로운 나로 태어나는 하루에 감사하다고 외쳤다. 어느 날은 눈물로 어떤 날은 웃으며 감사하다고 말했다.  


양딸이 되어달라는 말에 웃음으로 넘겼지만 세상 어떤 고백보다도 더 달콤한 사랑고백에 가슴으로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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