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이 남긴 자리..
얼마 전 대전에서 외숙모님이 올라오셨다.
몇 달 전, 숙모님은 평생의 동반자이던 삼촌을 하늘나라에 보내드렸다.
그리고 그보다 훨씬 더 긴 시간, 아홉 해 전에는
나에게는 단 하나뿐이었던 사촌 형을, 숙모님에게는 세상에 하나뿐인 아들을 먼저 떠나보내야 했다.
형은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그 선택을 온전히 이해한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형의 인생을 가까이에서 본 사람들이라면
그 극단적인 결심 뒤에 숨어 있었을 그의 고통과 외로움을
조금은 짐작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오늘 우리가 둘러앉은 자리에는
형제, 자매, 손자, 손녀들이 함께였다.
웃음도 있었고 일상의 이야기들이 오갔지만,
문득 숙모님을 바라보는 순간
그분 마음 깊은 곳에 남아 있을 허전함과 그리움이
잔잔한 그림자처럼 스며 있는 듯 느껴졌다.
말하지 않으셔도, 표정에 드러나지 않아도
시간이 모두를 아물게 해주는 건 아니라는 사실을 나는 알고 있다.
우리는 각자의 인생을 살아내느라
누군가의 슬픔에 귀 기울이는 데 점점 인색해지고 있는지도 모른다.
바쁘다는 이유로, 괜찮겠지 하는 마음으로
정작 가장 가까운 이들의 마음을 놓치고 지나갈 때가 많다.
그래서 가끔은 발걸음을 멈추고
나 자신을 되돌아보는 시간이 필요하다.
지금 내 주변에, 말없이 버티고 있지만
사실은 따뜻한 위로 한 줄이 필요할지도 모르는 사람이 있는지 한 번쯤 마음 깊이 생각해 보는 것,
그 짧은 성찰이 누군가에게는 살아갈 용기가 되어줄지도 모른다.
오늘 숙모님을 보며 나는 다시 한번 그런 마음의 다짐을 해본다.
누군가의 아픔에 조금 더 민감한 사람이 되자고.
조금 더 천천히, 따뜻하게 살아보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