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일곱, 무월경에 백미공포증까지 경험했던 시기
클라이밍과 폴댄스로 재밌게 움직이는 매 순간이 좋았다.
게다가 두 운동 모두 수직 중력운동이라 몸이 가벼워질수록 실력이 향상됨을 느꼈다.
그렇게 운동과 함께 다이어트를 병행하다 보니 점점 기력을 잃어간 시기가 있었다.
운동을 잘하고 싶을수록 더 식단을 조였고,
이것을 실력 향상의 기조라 여기며 몸이 보내는 신호를 애써 무시했기에...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몸은 계속 나에게 살려달라고 신호를 보내고 있었지만,
다시 예전의 무거운 몸으로 돌아가는 것이 두려웠다.
이 영양부족의 상태로 6개월을 버텼고,
그 끝은 언제나 스트레스성 폭식으로 인한 원점회귀였다.
운동강박과 제한적 식단으로 살면서 느낀 이상신호로는 크게 2가지가 있다.
1. 무월경
몸이 비상사태가 되면 지금 당장 필요치 않은 기능부터 하나하나 스위치를 끄기 시작한다.
그리하여 내 몸은 여성호르몬의 분비를 포기했나 보다.
월경할 수 있는 몸이 되려면 자신에게 맞는 최소한의 체지방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강박이 제일 과했을 때의 체지방률은 13%였고,
바디프로필을 찍는 사람이나 피트니스 선수들이 이 정도를 유지한다고 한다.
그렇게 무월경을 겪고도 정신 못 차렸던 나는
'운동하는데 안 나오면 편하지.', '그래도 증량하긴 싫은걸?' 등의 생떼를 부렸다.
몸에겐 정말 가혹한 형벌과도 같으니 나와 같은 실수를 겪지 않길 바란다.
한 번 어긋난 생리불순은 다시 되돌리는 데 시간이 많이 필요했고,
지금까지도 부정출혈과 빈발월경 등
불규칙적인 호르몬 주기를 겪는 중이다.
끼니를 밥으로 챙겨 먹은 지 약 1년이 지난 지금,
5~7일의 오차로 한 달에 한 번 월경을 할 정도로 많이 나아졌다.
2. 탄수화물 기피(=기력저하)
다이어트하는 사람이라면
'단백질은 많이 먹고 탄수화물은 멀리하라'는 말을 한 번쯤은 들었을 듯 하다.
하지만 간과하는 것이 있다.
탄수화물을 먹지 않으면 훗날 일반식 섭취를 두려워하게 된다.
강박 없이 살 땐, 음식을 그저 '배를 채우는 끼니'로 여겼다.
떡볶이, 마라탕 등 먹고 싶은 음식이 있다면 적당히, 맛있게 타인과 즐기는 것이 가능했다.
하지만 점점 다이어트에 심취하게 되면 탄수화물을 안 챙겨 먹게 된다.
혈당을 올리고 살 찌우는 주범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난 지인에게 우스갯소리로 '백미공포증', '떡볶이포비아'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식단을 과하게 제한했다.
또한 탄수화물은 일상생활에서 쓰이는 에너지원 중 가장 효율적인 영양소인데,
이 것이 몸에 들어오지 않으면 하루종일 기력이 부족하고 생기가 없어 보인다.
이렇게 한 번 생긴 강박이 지금까지 나를 괴롭히고 있다.
모든 음식을 칼로리로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다이어트하면서 밥은 잘 안 먹는데
단백질쿠키, 단백질쉐이크, 단백질바 등의 대체 간식은 폭식한다면?
다시 한번 식단을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이렇게 몸에서 느낀 이상신호 2가지를 말해보았다.
사실 지금도 운동과 식단강박에서 자유롭지 못한 삶을 살고 있다.
오늘 먹은 음식의 칼로리를 계산한다던지,
하루 섭취량 조절을 위해 지인과의 약속을 취소한다던지,
조금 먹어놓고 배부르다고 나와 남을 속인다던지..
하지만 이 마저도 내가 건강한 삶을 위해 노력하는 과정이라 생각하기로 했다.
하나씩 강박을 버려서 최종 목표인
'다이어트하지 않는 삶'을 얻기 위해
오늘도 밥을 든든히 먹고 행복하게 운동하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