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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 마음 하얀 마음. 1

멋있는 여군 목격담

by 함문평

1979년 구3 시절 흑석동에 살았다. 지금은 재개발로 아파트 단지가 된 까치고개 아래 살았다. 그 시절은 서울대학교에 몇 명 더 합격시키느냐에 학교가 목숨을 걸었다. 600명 학생 중에 문과반 60명 이과반 60명을 성적순으로 뽑아 0교시 수업이라고 보통 학생들 학교 등교 전에 1시간 특강을 국어, 영어, 수학만 했었다.

한 겨울 눈이 내려 조심조심 고갯길을 내려가는데 반대쪽에서 여군 중위가 걸어오고 있었다. 몇 걸음 앞에 하사와 병장이 희희낙락 거리면서 여군 중위에게 경례 없이 통과했다. 여군 중위가


"동작 그만!"

"거기 하사와 병장 제자리 서!"

앙칼진 소프라노 명령에 하사와 병장은 섰다.

"귀관들은 왜 경례 안 하지 난 여자니까 남자들 경례 안 받아도 상관없어 하지만 이 육군 중위 계급은 국가 재산이거든?" 하면서 모자를 벗어 땅바닥에 놓고

"계급장 중위에게 경롓!" 하니 둘이 거수경례를 했다.

귀관들 행위 보고서 올려야 한다고 수첩과 볼펜을 꺼내 관등성명 적으려고 하니 하사와 병장이 빌며 사정사정했다.

결국 여군 중위는 적지는 않고 둘을 돌려보냈는데, 그 여군 중위가 한 동안 눈에 아른 거려 공부가 안되었다. 그 시절은 여군도 귀하던 시절에 그런 세월이 흘러 장교가 되었고 군수사령부 의장대장이 되었다.


군수사령부가 현재는 계룡대에 이전했지만 그 시절은 부산시 대연동에 있었다. 별명이 대연동 백구두였다. 행사화 백구두에 상의 초록 재킷에 하의 백색 바지에 일본군 순사가 연상되는 긴 칼을 차고 행사 지휘를 했다. 군수사령부의 국기강하식과 장군들 전역행사에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의 개막식에 초대되어 의장행사 시범을 보였다. 어린이날 행사에도 초청되었다.

부산에서 경비중대장 끝나기 한 달 전에 탄약사령부 인사과장 전화를 받았다. 함 대위 군수사령부 의장대장 김 XX대위가 보직 끝나도 후임자 없어 못 떠난다. 함 대위와 다른 대위가 후임자니 군수사령부 인사처에서 면접이 있다고 해서 갔다. 대연동 군수사령부에 가니 후보자가 3명인데 둘은 키가 178 정도 컸고 나만 172 아담사이즈였다. 인사처장, 인사과장, 군악대장이 심사 위원이고 위원장은 참모장이었다. 대연동 군수사 연병장에서 보행하면서 앞으로 갓! 우로봣! 제자리섯! 구령조정 3회가 면접 실기시험이었다.

모 대위는 키는 크나 음이 소프라노 조대위는 구령은 좋으나 군악연주와 섞이면 음이 악기소리에 깔린다고 함 대위는 소리가 크고 구령에 힘이시려 군악소리에도 의장대와 군악대가 나의 제자리섯! 구령이 들린다고 해서 합격했다. 합격한 것은 후보생 시절 정말 보기 싫은 선배 23기 덕분이다. S3 조상군이라고 있었다. 우리 기수를 청주 무심천 강변이나 상당산성, 구룡봉에 집합을 시키고 차렷자세로 5분을 버티게 했다.

어쩌다 흔들리거나 다리 사이가 떨어지는 동기생에게 가리 사이로 탱크가 지나간다고 야단을 쳤다. 그런 혹독한 훈련으로 부동자세로 5분을 버틸 수 있었고, 의장대장 테스트에 합격을 했다.


참모장님이 키가 172는 옥에 티야 하시면서 백색, 흑색 행사용 구두를 특수하게 뒷굽만 높이면 넘어지니 앞뒤 다 높여 뒷굽 12센티 앞굽 8센티 행사화를 만들라고 10만 원을 주셨다. 15개월 의장대장을 했다.

의장대장을 하면서 여군대장 이수정 소령 도움을 많이 받았다. 의장대장과 군악대장 여군대장은 상호협력이 필요한 지휘관이었다. 여군대장과 군악대장은 소령인데 의장대장은 대위였다. 계급이 강패라고 군악대장 소령에게 여러모로 눌려 지내는 의장대장 함대위를 여군대장이 많이 군악대장에게 반기를 들어 편하게 해 주었다. 나중에 알게 되었는데 여군대장 남편이 학군 19기 선배였다.

23기 선배들이 학군단 특성훈련코스와 구룡봉 무심천 상당산성에서 가입단 교육과 목청 트게 하는 구령 조정 덕분에 대위시절 3대 1의 경쟁에서 내가 낙점된 것이다. 사람의 인생은 알 수 없다. 23기 선배들에 대한 나의 미움은 그래서 사라졌다. 신통방통하지 23기 선배들은 근 십 년 후 문평 목소리가 군악대 연주에 뚫고 나갈 소리를 후보생 때 만들다니!


의장대에는 행사 때 기수단 요원으로 여군 하사 6명이 파견 왔다. 태극기 군수사령부기 장성기 별 셋 , 둘, 하나 그리고 행사 시 주인공이 속한 부대의 기까지 담당했다.


내 나이 60에 가장 멋있는 여군은 흑석동에서 본 여군 중위와 군수사령부 여군대장 이수정 소령이었다. 보고 싶다 그 여군장교 두 명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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