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소설 <부적>으로 현대시선에 당선되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부적을 쓰기는 1982년 대학 1학년 때 썼다.
강원도 횡성에서 할아버지 재산 소 99마리 중에 서울로 손자 전학시키고 먹고살고 중학교 고등학교 6년 동안 학교에 내는 공납급과 과외나 학원비로 소 20마리를 팔아 할아버지 재산이 소 79마리로 줄어든 상태에서 대학생이 되었다.
공부를 열심히 해서 학점 에이플러스를 할아버지께 보여들이고 싶었다.
하지만 인생은 나에게 술 한잔 사주지도 않고 내 희망 대로 되는 일도 없었다.
대학교 설립자와 재단 이사와의 분규로 서울서 관선 이사가 파견되었고 대통령 전두환과 동기라는 이유로 육사 11기 준장 이동희가 학장이 되었다.
육사 출신치고는 한석봉 천자문은 익힌 수준이었다. 학교 가봐야 데모의 연속이고 교수들도 전공 교수나 교양과목 교수나 중간고사 리포트로 대체합니다.
책 제목 알려주고 요약하고 자신의 의견을 꼭 결론에 나타나게 쓰기 바랍니다였다.
정말 서두 또는 서론 본문은 책 요약이라 일사천리로 썼다. 문제는 나의 의견을 제시하라고?
점수를 주는 교수가 요즘말로 좌클릭인지 우클릭인지 어떻게 알고 결론을 쓰냐고?
여러 괴목 리포트를 서론 본론 다 쓰고 결론만 여백으로 18학점 중에 교련 2학점을 뺀 16학점 리포트를 만지작거리는데 같은 과 여학생 방 미숙이가 다가왔다.
야 함문평 소문에 리포트 다 쓰고 시간 남아돌아 소설 쓴다며?
어느 미친 연놈이 그런 유언비어 퍼뜨린 거야?
가장 친한 신상균이 그러더라!
그 새끼는 하여튼 입이 방정이야?
너 쓴 거 이리 내봐? 내가 잠시 빌려
보고 결론은 내가 써줄게 했다.
다음날 그녀가 나의 원본 리포트와 자신의 결론을 나에게 주었다.
나는 그래도 똑같은 결론이 아니게 단어나 문맥을 바꾸어 써서 제출했다.
성적표를 받아보니 난 교련만 에이플러스이고 16학점이 대부분 B플러스이고 전공 국어학개론 A플러스 국문학개론 A마이너스였다.
미숙이는 교련을 안 배우니 대신 정치학 개론만 B플러스고 나머지 전부 A, 마이너스였다.
화가 났다.
원조는 나인데 내 거 보고 베낀 미숙이는 에이고 원조가 B플러스라 여러모로 속상하고 자존심 상했다.
그때나 지금이나 학점 이의신청해서 성공하는 예는 없지만 했다.
교수님 답변이 야 함문평은 일단 글씨가 비둘기 날아가는 안비체이고 김미숙은 가지런한 글씨체로 보이지?
할 말이 없었다. 거기에 촉새 신상균은 우리는 사립사대라 진로가 불투명하다고 반수를 해서 공주교대로 갔다.
대학 생활 낙이 없어 장교나 해야지 한 것이 2년 3개월 아닌 21년 3개월을 했다.
인생은 알 수 없다. 미숙이와 상균이는 어디서 나처럼 늙어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