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구마에 핀 한 송이 꽃, '리28'을 음주해보았다.
오늘은 고구마로 만든 소주를 한 병 가지고 왔다. '리28', 이름만 들어도 도수가 추측되는 친구로, 검은색으로 곱게 싸매어져 있는 겉모습부터 매력적인 작품이다. 고구마소주를 마셔본지 꽤 오래된 것 같아 그 풍미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데, 쌓인 시간만큼이나 만족스러운 향미가 출현하길 바란다.
고구마에 핀 한 송이 꽃, 리28
일단 겉으로 보이는 외관부터 상당히 고급스러움을 알 수 있다. 흑빛으로 물든 몸통과 그 끝을 마무리하고 있는 나무마개, 거기에 병의 윗부분을 두르고 있는 고구마색 띠지까지. 보통 일본식 소주에서 많이 볼 수 있는 형태를 뽐내고 있으며, 전면부의 라벨 역시 이 단일색의 단아함을 해치지 않도록 '리28'라는 술의 이름만 백색으로 적어놓은 모습이다. 이 마개를 가린 띠지의 끝을 보면 조그마한 고구마가 그려진 것을 볼 수 있는데, 이 묵묵한 분위기 속에서 묘하게 귀여운 분위기를 풍겨 그런가 계속 눈이간다.
'리28'은 전북 익산시의 '초이리브루어리'에서 태어난 작품으로, 익산 베니하루카 고구마의 깊고 진한 풍미를 그대로 담아 빚어낸 증류식 소주이다.
감압증류 방식으로 만들어 부드러운 목 넘김과 깔끔한 맛을 느낄 수 있으며, 너무 가볍지도, 무겁지도 않은 절묘한 알콜 함유량으로 인해 참 만족스러운 풍미를 감상할 수 있다고 한다.
작품의 용량은 375ML, 도수는 28도, 가격은 27,000원. 혼자 마셔도 좋고, 둘이 마셔도 나쁘지 않은 양에 낮은 희석식 소주의 거의 두 배 정도 되는 알콜 함유량, 술을 즐기지 않는 사람이라면 쉽게 구매하기 어려운, 엔트리급 위스키 정도의 금액을 지니고 있다.
잔에 따른 술은 여타 소주와 같이 아주 투명한 얼굴을 자랑한다. 입자감이 전혀 보이지 않는 깨끗한 표면은 잔 벽을 따라 떨어지는 매끄러운 술방울과 함께 작품에 대한 기대를 높인다.
이어서 코를 가져다 대니 맑은 고구마내가 잔을 타고 흘러나온다. 생고구마와 찐고구마가 반 정도 섞인 깔끔한 향에 더해지는 조금 달달한 꽃내음과 과실, 알콜은 그 아래로 얇게 깔려있으며, 도수에 비해 크게 도드라지진 않는다. 가장 위에서 코를 건드리는 꽃향이 상당히 인상적이다. 약간은 화한면도 있고, 체리 계열의 과실같기도 한 것이 예상을 하지 못해서 그런지 더욱 코에 오래 남는듯 하다.
한 모금 머금으면 부드러운 술이 따뜻하게 퍼지기 시작한다. 에탄올에 더해지는 스파이시함과 단맛이 입 안을 채워가고, 동시에 코에는 앞서 말한 꽃내음이 들어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고구마 자체의 존재감이 크다고 이야기하긴 어려우나, 그 위치를 고운 화초가 대신하고 있는 분위기이다. 그리 얼굴을 내밀지 않던 향과는 달리 28도라는 도수의 존재감을 비교적 확실히 알 수 있으며, 꽃 향기와 함께 물들어가는 적당한 감미가 매력적이다. 참고로 알콜의 경우 알싸한 부분이 조금 부각되어 있는 것이지, 역한 느낌은 크게 나타나지 않는다.
목구멍을 넘어간 후에는 혀에는 후추가 닿은듯한 맵싸함이, 코에는 앞서 말한 꽃내음이 남아있다가 사라진다. 이 때 여운의 길이는 약 4~5초 정도로, 알딸딸함과 함께 서서히 흩어지는 향에 집중하면 좋을 듯 하다. 고구마 위로 퍼지는 꽃내음이 절로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고구마에 핀 한 송이 꽃이 떠오르는 술이었다. 전체적인 균형이 잘 잡혀 있으며, 특히나 스며들듯 번져가는 풍미가 마음에 든다. 은은한 고구마와 그 위에 더해진 향긋함을 느끼고 싶다면 한 번쯤 음주해보길 바란다.
곁들일 안주로는 항정살 수육, 숙성회, 소고기 타다끼 등을 추천한다. 잘 익은 수육 한 점과 '리28'은 따뜻하게 물드는 시간을 선사할 것이다.
'리28', 예상치 못한 모습이 더욱 매력적인 작품이었다. 고구마와 꽃이 좋은 조화를 자랑한다.
판매처에 따라 가격이 약간씩 상이하다. 10% 이상 차이나는 경우도 있으니 잘 보고 구매하자.
향긋한 고구마, '리28'의 주간평가는 4.0/5.0 이다. 고구마에 핀 한 송이 꽃을 감상해보자.
주간일기의 모든 내용은 개인적인 평가임을 명심해 주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