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르지 않아도, 멈추면 끝이다>
“If you wait for perfect information, you’ll be too late.”
("완벽한 정보를 기다리면 너무 늦을 겁니다.")
- Reed Hastings, Netflix Culture Deck (2015)
결정이 늦은 조직에는 두 가지 인간형이 있습니다. ‘결정을 기다리는 사람’과 ‘결정이 내려지지 않아도 실행하는 사람’이 있죠. 후자는 조직의 방향이 아니라 조직의 관성을 다룰 줄 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들은 상사의 승인을 기다리지 않습니다. 대신 “작동되는 실험”으로 의견을 바꿔버리곤 합니다.
<Pixar - Ed Catmull, “승인 대신 신뢰로”>
Pixar는 애니메이션 업계의 전설이지만, 내부 프로세스는 극도로 느리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수백 명의 아티스트가, 한 장면 한 프레임에 의견을 내기 때문인데요. 그럼에도 Pixar가 효율을 유지할 수 있었던 이유는 공동창업자 Ed Catmull이 만든 시스템 덕분이었다고 합니다.
“If everyone waits for approval, nothing gets made.”
(“모두가 승인을 기다린다면, 아무것도 만들어지지 않는다.”)
- Ed Catmull, Creativity, Inc. (2014)
그래서 Catmull은 “Braintrust Meeting”이라는 내부 제도를 만들었다고 하는데요. 승인 대신 서로의 피드백으로 개선하는 구조로 알려져 있습니다. 결정이 늦어도, 대화는 빠르게 돌기 때문에 계속 업계의 전설로 남아 있을 수 있는 것 같습니다.
<Spotify - Daniel Ek, “결정권이 아니라 독립성이 문제다”>
Spotify는 조직이 커질수록 의사결정이 느려져 버렸습니다. 이에 CEO Daniel Ek은 조직을 ‘Tribe-Squad-Chapter’라는 작은 단위의 셀 구조로 나눴다고 합니다.
“We replaced hierarchy with alignment.”
(“우리는 위계를 정렬(alignment)로 대체했다.”)
- Daniel Ek, Spotify Engineering Culture (2017)
모든 팀이 독립적으로 움직이되, 하나의 원칙만 공유했다고 합니다. “사용자 경험 중심.” 이 구조 덕분에 Spotify는 100개 이상의 마이크로팀이 동시에 실험하고, 실패하고, 수정할 수 있게 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결정의 속도 대신, 실행의 자율성으로 시스템을 살린 셈입니다.
<Zara - Amancio Ortega & Inditex, “결정이 늦을 수 없는 조직”>
Zara의 본사는 스페인 갈리시아 지방, 공급망이 유럽에 밀집되어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Zara는 매장 피드백을 반영하는 속도가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르다고도 알려져 있습니다. — 디자인 변경 → 매장 반영까지 단 3주. 그 이유를 창업자 Amancio Ortega는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We don’t predict trends. We react to them.”
(“우리는 유행을 예측하지 않는다. 그저 반응할 뿐이다.”)
- Amancio Ortega, Business of Fashion Interview (2011)
결정이 늦은 대신, 데이터·현장·공급망이 하나로 연결된 반응 구조가 조직을 대신 움직인다고 합니다. Zara의 강점은 “결정이 느려도 실행은 빠른 회사”입니다.
NASA — Gene Kranz, “모든 결정이 늦을 때, 책임은 빨라야 한다”
Apollo 13 미션 실패 직전, NASA의 현장 통제 책임자였던 Gene Kranz는 이런 말을 남겼다고 합니다.
“Let’s work the problem, people. Let’s not make things worse by guessing.”
(“문제를 해결하자, 사람들. 추측으로 더 망치지 말자.”)
Gene Kranz, Failure is Not an Option (2000)
이 말은 NASA 역사상 가장 느린 의사결정 상황에서 나온 문장이라고 하는데요. 산소탱크 폭발, 교신 단절, 모든 데이터 불확실, 그는 즉흥이 아닌 구조화된 냉정함으로 위기를 정리했다고 하죠. “Failure is not an option.” (“실패는 선택지가 아니다.”) NASA가 살아남은 이유는 빠른 결정이 아니라, 확실한 책임의 주체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Uniqlo — Tadashi Yanai, “결정을 기다리지 말고, 결정 가능한 환경을 만들어라”>
Fast Retailing의 창업자 Tadashi Yanai는 의사결정 속도가 느린 일본식 경영 관행을 스스로 비판하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Speed is useless if direction is wrong.”
(“방향이 틀리면 속도는 아무 의미가 없다.”)
- Tadashi Yanai, Harvard Business Review Interview (2019)
그는 본사에 ‘Global One’ 시스템을 도입했습니다. 모든 국가가 동시에 데이터를 보고, 의사결정 과정에서 “하향식 명령”이 아니라 “실시간 공유” 가 가능해졌다고 하죠. 결정이 느리면, 결정 가능한 환경을 만들곤 합니더. 그것이 Uniqlo의 생존 방식이라고 볼 수 있겠네요.
<마치며-느린 결정, 빠른 맥락>
Pixar는 피드백 구조로, Spotify는 독립 팀 구조로, Zara는 반응형 공급망으로, NASA는 명확한 책임 구조로, Uniqlo는 실시간 데이터 구조로, 각자의 방식으로 ‘느림’을 시스템화했습니다.
결정이 느린 조직에서 살아남는 사람은 결정을 기다리지 않습니다. 그들은 언제나 “불완전한 실행”으로 조직을 움직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