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반대편 브라질에서 2달 살아보기
누군가 나를 부르듯 지금 비가 와. 철없이 내리는 비는 나를 자꾸 쓸어가. 쏟아져 내리는 저 빗속을 걸으면, 감추고 깊은 기억들이 다시 밀려와. 비가 와.
햇살 아래 해변을 가려던 날이었지만. 날씨는 좀처럼 도와주질 않았다.
대신에 아침부터 20살에 즐겨 듣던 김현철의 노래를 흥얼거렸다. 오늘도 비가 내리고 있었다. 참고로 브라질 날씨는 한국과 정반대의 계절이다. 한국이 여름이면, 브라질은 겨울이다. 다만 워낙 면적이 커서 지역마다 기온도 제각각이다. 내가 머물던 아라카주는 23~26도 정도였고, 대부분이 반팔차림이었다.
아무튼 바다는 나중에 갈 날이 있겠거니 하고, 근처에 다른 쇼핑몰에 가보기로 했다.
가는 길에 문득 눈에 들어오는 낯익은 문구 하나. 외국에 오니 평소 시니컬한 나란 존재도 애국자가 되는 건지 현대자동차를 보고 반가운 마음에 사진을 한 장 찍었다. 참고로 여기는 도요타, 현대 니로, 피아트 같은 소형차가 꽤 많았다.
이 날은 브라질 공휴일이라서 쇼핑몰이 평소보다 늦은 12시에 열어서 다들 오픈을 기다리고 있었다. 처음엔 무슨 오픈행사가 행사가 있어서 레어템이나 명품론칭 오픈런인가, 하고 기웃거리기도 했다. 새콤달콤한 브라질 특산물인 맛있는 아싸이 아이스크림을 사 먹고, 여기에도 버거킹과 중식, 일식이 존재함을 확인했다.
이 날 내가 배운 브라질 언어는 다음과 같다.
“hoje é feriado aqui no estado.” (오늘은 여기 주에서 휴일입니다.)
점심으로는 햄버거를 먹었는데 사실상 불고기 버거랑 맛이 똑같았다. 서점 구경을 했는데 엄청나게 다양한 책들이 반가웠다. 그중에서도 역시나 오타쿠답게 코믹북이 반가웠는데 슬램덩크를 발견했을 때는 나도 모르게 탄성이 흘러나왔다. "아, 여기도 똑같잖아!!!" 그래, 지구반대편도 서로 같은 것과 때로 다른 것을 함께 가지고 있었다.
서점 구경은 역시나 재미있었다. 한국책이나 영화 관련 서적을 발견하지 못해서 살짝 아쉬웠지만. 그런데 참, 이노우에 작가님! 배가본드와 리얼은 완결을 안 하실 건가요? 제발 좀 부탁드립니다.
다만 한 가지가 다르다면 일단 언어가 가장 큰 벽이었다. 그 언어의 벽이 나를 철저히 외로운 자로 만드는데, 나는 그 느낌이 아직은 싫지 않았다.
외로움. 그것은 나를 나답게 느낄 수 있는 순간이기도 하다. 차분히 나를 들여다보기에 외로움처럼 안성맞춤인 방법도 드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