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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물원킨트 Jun 05. 2024

혈액형, 그리고 화상환자 (1)


외과의사 강철은 여느 때와 다름없이 분주한 아침을 맞이하고 있었다. 아침 회진을 마치고, 에스프레소 커피 한 잔을 들고 있을 때, 응급의학과 레지던트인 형석이 다급히 뛰어왔다.


“강철 선배! 응급수술이 필요합니다! 5번 침대 환자, 다발성 외상으로 출혈이 심해요.”


강철은 커피를 내려놓고, 재빨리 형석과 함께 응급실로 향했다.


“형석아, 환자 상태는?”


형석이 숨을 고르며 말했다.


“교통사고 환자입니다. 내출혈과 다발성 골절이 의심됩니다. 혈압은 80/50, 맥박은 120 이상으로 매우 불안정합니다.”


응급실에 도착한 강철은 환자의 상태를 확인하고, 곧바로 수술 준비를 시작했다.


“형석, 혈액형 검사와 수혈 준비해. 은경 선생, 수술실 준비 완료됐는지 확인해 줘.”


응급의학과 은경이 그 말을 듣고 재빠르게 대답했다.


“네, 강철 선생님! 이미 준비됐습니다. 바로 들어가시죠.”


수술실로 들어간 강철은 민정에게 고개를 끄덕였다.


“민정아, 넌 출혈 부위를 잡아줘. 난 복부 열어서 내부 출혈을 막을게.”


민정은 침착하게 대답했다.


“네, 선배. 바로 시작하겠습니다.”


강철은 메스를 들고 복부를 절개했다.


“자, 출혈 부위 찾았어. 간 파열이 심하네. 클램프 좀 줘.”


민정은 신속하게 클램프를 건네주며, 강철의 지시에 따라 움직였다. 수술실의 분위기는 긴장감으로 가득했지만, 강철과 민정의 손은 흔들림이 없었다. 환자의 혈압은 점점 안정되어 갔고, 수술은 차츰차츰 진척되었다.


수술이 한창일 때, 은경이 다가와 말했다.


“혈액 공급이 부족해요. B형 혈액이 필요한데, 혈액은행에 재고가 부족하대요. O형도 오후에나 들어온다는데요.”


“이런 젠장.”


강철은 잠시 생각하다가, 형석을 불렀다.


“형석아, 네 혈액형 뭐야?”


형석은 당황하며 대답했다.


“저, B형입니다. 왜요?”


강철은 진지하게 말했다.


“지금 당장 네 피 좀 뽑아야겠어. 응급 상황이야.”


형석은 잠시 망설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진심이세요?”


“미안하다. 지금 방법이 그거밖에 없어.”


“네, 알겠습니다. 바로 하겠습니다.”






형석은 헌혈을 위해 이동하고, 강철과 민정은 계속해서 수술을 진행했다. 민정이 갑자기 긴장한 얼굴로 말했다.


“선배, 이거 실수한 것 같아요. 출혈이 더 심해졌어요!”


강철은 냉정하게 말했다.


“침착해, 민정아. 실수는 누구나 할 수 있어. 자, 흡입기 좀 더 강하게 해 줘. 출혈 부위를 다시 확인해 보자.”


민정은 긴장 속에서도 강철의 말을 따르며 실수를 만회하려고 애썼다. 그 순간, 형석이 헌혈을 마치고 돌아왔다. 그는 팔에 밴드를 붙이고 있었다.


“형석아, 고생했어. 은경, 형석이 피 좀 빨리 준비해 줘. 우리 환자한테 지금 바로 필요해.”


은경은 신속하게 형석의 혈액을 준비하며 농담을 던졌다. “형석, 너 피 많이 뽑혔으니 오늘 당분 섭취 좀 해야겠다. 도넛 하나 사줄까?”


형석은 피곤한 얼굴로 웃으며 대답했다. “도넛보단 커피 한 잔이 절실해요, 은경 선배.”






시간이 흘러, 수술은 점점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강철은 마지막으로 출혈을 막고 봉합을 시작했다.


“좋아, 이제 마무리다. 모두 수고했어. 형석, 민정, 은경, 다들 고생 많았어.”


민정은 땀을 닦으며 말했다.


“선배, 정말 다행이에요. 처음엔 너무 긴장했는데, 선배 덕분에 무사히 끝났네요.”


강철은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


“우린 팀이니까. 서로 도와가면서 하는 거야. 이제 환자가 회복될 때까지 잘 지켜보자.”


수술이 끝난 후, 강철과 민정은 응급실 로비로 나와 잠시 휴식을 취했다. 형석은 은경과 함께 커피를 마시며, 조금의 여유를 즐기고 있었다.


“형석아, 오늘 네 피 덕분에 환자가 살았어. 정말 고마워.”


강철이 말했다.


형석은 쑥스러워하며 대답했다.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한 것뿐이에요, 선배. 그래도 정말 긴장됐어요.”


은경은 농담을 던졌다.


“형석, 오늘부로 너희 혈액형이 응급실 공인 헌혈 혈액형이야. 앞으로도 자주 헌혈해 줘.”


모두가 웃으며 일상의 긴장감을 풀어갔다. 그러나 그들의 웃음 뒤에는 언제나 긴박한 상황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모두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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