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메리 Apr 11. 2024

스물아홉 생일, 1년 후 죽기로 결심했다

M세대 메리의 찌질한 실패 이야기

  내가 일본으로 떠나기 전 친구가 추천해 준 책이 있는데 <스물아홉 생일, 1년 후 죽기로 결심했다>였다. 일본 사람이 쓴 책이다. 그때 내가 세는 나이로 29살이었고 작가처럼 비정규직으로만 일해 왔기에 공감하며 읽었다.


  

  29살 아무것도 정해진 게 없는 채로 오사카로 떠날 때는 두려움이 없었다. 두려움보다는 호기심이 더 컸기 때문이다. 아르바이트를 구하지 못해 실패하고 돌아올지도 모른다는 생각, 한국에서보다 더 못한 대우를 받으며 3D직종에 종사하거나 주방에서 설거지 아르바이트를 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마음속 깊은 곳에서 일본에서도 고고학과 관련된 일을 구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였는데, 다른 사람들에게 얘기했다가는 불가능하다거나 미쳤다는 소리만 들을 것 같아서 가만히 있었다.

  

https://brunch.co.kr/@merrymerry/18


  일본 문화재 발굴회사에서 유물 실측, 복원, 탁본, 넘버링 등의 작업을 하였다. 나는 한국에서 유물 실측은 배우지 못했기에 팀장인 카케이상이 유물 실측하는 방법을 자세히 알려주었다. 근현대사 흐름 상 한국 고고학은 일본 고고학에서 왔는데, 한국에서 사용했던 도구들도 전부 일제였기에 일본에서도 익숙한 도구들을 사용하였다.

  점심시간에는 도시락을 싸 와서 먹는 사람들이 많아서 나도 도시락을 싸 다녔다. 내가 일본어가 서툴러서 다 같이 점심 먹으며 얘기하다가 모르는 단어가 나오면 다들 친절하게 설명해 주었다.

  그런데 어떤 때는 집중해서 듣다가 흐름을 놓쳐 못 알아들으면 알아듣는 표정을 하고서는 멍 때리기도 하였다. 그러다 "한국에서는 어떤가요?"라는 질문이 들리면 깜짝 놀라서 할 말을 찾다가 동문서답하기도 하였다. 못 알아들은  티 내지 않으려고 애썼지만 '아, 못 알아들었구나'라고 생각했겠지!

  어쨌든 회사 사람들이랑 친해져서 일을 마치고 같이 맥주 한잔 하기도 하고 주말에 박물관 구경도 다녔다.

제일 자주 갔던 단골집 타코부츠와 타코야끼


https://brunch.co.kr/@merrymerry/41

https://brunch.co.kr/@merrymerry/55


  워홀 비자가 만료되고 취업비자가 승인 나지 않아 한국으로 돌아와 문화재 연구원에 취직하였다. 그때 일본 회사와 교류를 맺길 바랐었는데 내가 일을 그만두고 공무원 시험공부를 하면서 이루어지지 못한 점이 아쉽다.

이전 01화 막노동 아니고 문화재 발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