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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메리 May 02. 2024

호두는 땅에서 나는 건 줄 알았는데!

M세대 메리의 찌질한 실패 이야기

  안동 시굴조사 현장에 투입되어 일했다. 문화재 발굴 현장에서는 연구원들뿐만 아니라 인부 어르신들도 함께 일 한다. 현장은 오전 10시에 한 번, 오후 3시에 한 번 쉬는 시간을 가지는데, 어르신들은 쉬는 시간에 자주 나물 뜯으러 가셨다. 쉬는 시간이 되면 다들 어디론가 사라지셨다가 쉬는 시간 마칠 때쯤 숲 속 여기저기서 이름 모를 풀들을 한가득 들고 나오셨다. 퇴근할 무렵에는 산타 할아버지처럼 풀들이 한가득 담긴 포대자루를 들고 집으로 가셨다.


  "김 선생님 이거 드소."


  나한테 산삼 비슷하게 생긴 것을 귀한 거라며 주시기도 하였다. 어느 날 어르신께서 초록색 열매처럼 생긴 것을 보여 주셨다. 나는 그게 과일인 줄 알았는데 호두라고 하셨다.


  "호두가 이렇게 생겼다꼬요?"


  대구가 그렇게 큰 도시는 아니지만 도시에서만 자란 나는 호두의 원형을 처음 봐서 너무 신기했다.


  '호두나무가 있었다니!'


  도시에서 자랐기 때문이 아니라 내가 무식해서 몰랐던 것일 수도 있다. 가끔 시골에 갔을 때 길가의 작물이나 산의 풀들을 보고 이게 뭔지 아느냐는 엄마의 질문에 엉뚱한 대답을 해서 엄마 허파를 뒤집기도 한다. 어쨌든 퇴근 후에 같이 일하는 연구원 쌤이랑 숙소에도 안 가고 어르신들과 함께 호두나무들이 모여있는 곳으로 갔다. 한 어르신께서 나무에 올라 나무를 흔들면 다른 어르신들과 나와 연구원 쌤은 열심히 떨어진 호두들을 주웠다. 별 거 아닌데 그땐 왜 그렇게 아이처럼 신이 났던지!


연구원 이름이 찍힌 유물 수습 봉투에 호두와 밤을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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