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 시굴조사 현장에 투입되어 일했다. 문화재 발굴 현장에서는 연구원들뿐만 아니라 인부 어르신들도 함께 일 한다. 현장은 오전 10시에 한 번, 오후 3시에 한 번 쉬는 시간을 가지는데, 어르신들은 쉬는 시간에 자주 나물 뜯으러 가셨다. 쉬는 시간이 되면 다들 어디론가 사라지셨다가 쉬는 시간 마칠 때쯤 숲 속 여기저기서 이름 모를 풀들을 한가득 들고 나오셨다. 퇴근할 무렵에는 산타할아버지처럼 풀들이 한가득 담긴 포대자루를 들고 집으로 가셨다.
"김 선생님 이거 드소."
나한테 산삼 비슷하게 생긴 것을 귀한 거라며주시기도 하였다.어느 날 어르신께서 초록색 열매처럼 생긴 것을 보여 주셨다. 나는 그게 과일인 줄 알았는데 호두라고 하셨다.
"호두가 이렇게 생겼다꼬요?"
대구가 그렇게 큰 도시는 아니지만 도시에서만 자란 나는 호두의 원형을 처음 봐서 너무 신기했다.
'호두나무가 있었다니!'
도시에서 자랐기 때문이 아니라 내가 무식해서 몰랐던 것일 수도 있다. 가끔시골에 갔을 때 길가의 작물이나 산의 풀들을 보고 이게 뭔지 아느냐는 엄마의 질문에 엉뚱한 대답을 해서 엄마 허파를 뒤집기도 한다. 어쨌든 퇴근 후에 같이 일하는 연구원 쌤이랑 숙소에도 안 가고 어르신들과 함께 호두나무들이 모여있는 곳으로 갔다. 한 어르신께서 나무에 올라 나무를 흔들면 다른 어르신들과 나와 연구원 쌤은 열심히 떨어진 호두들을 주웠다. 별 거 아닌데 그땐 왜 그렇게 아이처럼 신이 났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