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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은 몸을 다시 유연하게

by 또 다른세상

운동 중 요가가 좋다는 이야기에 덜컥 연회원권을 샀다. 하지만 열 번도 가지 못하고 정지 신청을 해 두었다. 그리고 칠 개월 만에 다시 요가원 문을 열고 들어섰다. 조용히 흐르는 음악이 마음까지 차분하게 만들어 준다. 원장님이 반갑게 맞아 주었다. “오랫만에 오셨네요.”


수강생들이 한두 명씩 들어온다. 요가복을 예쁘게 차려 입은 사람들 사이에서, 나는 편안한 트레이닝복에 넉넉한 상의를 걸치고 있다. 보통은 맨발로 수련하지만, 발이 시려 그대로 신고 있었다.


강사님은 블록 두 개를 준비하라고 한다. 요가매트 옆에 블록을 놓았다. 발목과 종아리까지 저린 느낌이 남아 있어 구부려 앉기가 쉽지 않다. 호흡에 집중하려 하지만, 걱정거리가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다. ‘여기까지 와서 무슨 짓이야’ 하고 마음속으로 중얼거리며 다시 호흡에 집중해 본다.


동작이 바뀐다. 아기자세, 나비자세, 소자세… 몸을 다양하게 움직이란다. 예전 같지 않은 내 몸을 확인한다. 주변 수강생들은 강사님의 지시에 따라 순식간에 동작을 바꾸지만, 나는 늦고 호흡도 자꾸 거꾸로 된다. 강사님이 다가와 다리를 잡아 주며 호흡을 바로 잡아 준다. 얼굴과 머리는 땀으로 흠뻑 젖었다. 혹시 매트에 땀이 떨어질까 신경이 쓰인다. 옆에서 강사님이 시범으로 보여주는 동작은 입이 떡 벌어질 만큼 유연하다.


정확히 따라 하진 못했지만, 오랜만에 땀을 흘리고 나니 나른하면서도 피곤하다. 욕심이 생겨 매일 오고 싶지만, 무리해서 일상의 균형을 잃을까 걱정도 된다. 우선순위는 균형 잡힌 몸을 만드는 것이다. 그동안 아프다는 핑계로 걷기만 했던 내 몸은 근육이 부족하다. 다년간 수업을 들어온 수강생들의 몸과는 차이가 났다.


강사님은 단순히 겉으로 보이는 신체가 아니라, 속에 있는 몸까지 자극해 단단하게 해야 건강해진다고 말했다. 내게 꼭 필요한 이야기였다. 거북이처럼 천천히 걸어와 수업을 듣기 잘했다. 아프다고 몸을 지나치게 조심하면 회복이 더 늦어진다.


지금은 빨리 걷지도 못하지만, 유연해지는 것이 목표다. 달리기를 할 수 있는 몸도 만들고 싶다. 선항암, 수술, 방사선까지 마친 나는 누구보다 센 부작용을 경험했다. 세상도 멈춘 듯했다. 하지만 오늘 나는 요가원까지 걸어와 수업을 받았다. 내 몸이 더 딱딱해졌다는 것을 느끼는 시간이었다.


앞으로 남은 치료는 다시 항암이다. 제발 덜 힘든 시간이 되길 바란다. 요가원은 일주일에 한 번 이상 찾아, 조용한 숨소리와 마주하고 싶다. 아주 조금씩 건강해지고, 땀 흘리며 일상이 가능해지는 나를 만나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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