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이 참 좋다.
찌뿌듯한 하늘이 그 찌푸둥한 구름을 걷어내고 있다.
저만치서부터 다가오는 햇살에 시야가 밝아지고 있다.
창을 여니 정갈한 바람이 살갗을 지나간다.
촉촉한 빗물에 스며든 이파리에서 풀내음이 올라온다.
조용한 방안 내 자리에 앉아 있을 수 있다.
문득 떠오른다.
이 좋은 날 문득 생각난 이것을 나는 선물처럼 나누어 보려 한다.
매일이 팍팍하다.
철이 들어보니 가면 갈수록 하면 할수록 태산이란 말을 실감하게 된다.
그렇지만 가지 않을 수 없고 하지 않을 수 없으니 일상의 힘겨움은 점점 농축되나 보다.
찐득찐득하니 한 숟갈 퍼내어 먹어치우기도 쉽지 않다.
그럴 때면 나는 멍하니 멍 때리고 앉아 숨만 쉬게 된다.
아무 생각 없이 그냥 숨만 쉰다.
그리고
'토닥토닥 '
'그래 맞아 '
'그렇지'라며
기운을 차리게 되고 다시 웃게 된다.
이런 선물 같은 묘약이 내게는 있다.
나에게는 빛나는 멋진 어른들이 있다.
그래서 참 행복하다.
학창 시절, 사회인 시절, 자라는 어른시절...
내 생활의 곳곳에 나타나 준 멋진 어른들이 내게는 있다.
멋진 어른.
내 눈에 멋진 어른.
너그럽고,
여유롭고,
풍요로운,
품격 있는,
부드럽고 세심한,
참 예의 바른,
자유로운,
정도껏 즐기는,
어른.
이런 멋진 어른들이 내게 있어 내가 행운아인 것이다.
그 덕분에 나는 혼란스럽고, 헤매게 될 때, 힘겨울 때, 짐스러울 때, 도망치고 싶을 때, 숨이 찰 때, 앞이 깜깜할 때, 아무튼 뭐 사는 게 녹록지 않을 때 그리고 도태하고 있다고 느낄 때 나는 나를 이렇게 위로할 수 있다.
"보이니?
나의 5년 후 나의 10년 후 나의 20년 후 나의 30년 후... 나는 내가 보는 이 멋진 어른들보다 더 멋진 모습으로 살게 될 거야.. 염려 마.. 나는 당연히 그럴 테니까.."라고 그럼 나는 또
"그래 맞아"라고 맞장구를 치고
"그렇지! 나는 이 멋진 어른들보다 조금 더 멋진 삶을 살 텐데"라는 확신을 확인하면서 큰 위로를 받게 된다.
누군가가 뭐 말도 안 되는 소리냐고 다그쳐도 나는 말할 수 있을 만큼 자신이 있다.
나는 지금 그냥 살지 않으니까
지금 나는 촘촘히 살고 있으니까
나는 충분히 그럴 수 있지라고 말할 수 있다.
바라볼 수 있는 어른이 있음이 얼마나 큰 축복인지 알게 된 나는 지금 또 다른 욕심을 부려본다.
나의 모습이 어느 청춘에겐 멋진 어른일 수 있기를 바라보게 된다. 그래서 그 청춘이 혹 내게 물어온다면 나는 내가 바라보며 지나온 시간 속 팁을 살짝 말해주고 싶다.
'청춘을 사는 당신에게 혹 찾아드는 아픔과 슬픔과 고통이 있더라도 되도록이면 은근히 즐겨보길 바란다.
왜냐하면 당신의 앞날엔 멋진 어른의 모습이 기다리고 있으니 지금 힘겨움은 가치롭게 즐겨볼 만하지 않을까 싶다. 잘 지나온 그 가치로운 시간이 당신의 멋진 모습을 빛나게 하면 그 빛을 보고 따라오는 또 다른 청춘이 있을 테니까'
나는 내 방에 앉아 이렇게 좋은 날 따뜻한 위로를 받을 수 있어 참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