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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리움 Apr 17. 2024

마음일기- 나를 만나다 17

#4. 나 안아주기-  죽음을 마주한 당신에게 

음을 마주한 당신에게 


✽조금은 어렵고 무거울 수 있는 주제이므로 준비가 되었을 때 답해 보세요. 



1) 내가 경험했던 ‘죽음’은 어떤 것이었나요? 

     예) 가족의 죽음. 친구의 자살, 사회적 사건 등 



2) 그 ‘죽음’을 경험했을 때 나의 감정 상태는 어땠나요?



3) 그 ‘죽음’이 나의 삶에 끼친 영향이 있다면 어떤 것이었을까요?




죽음을 마주한 당신에게 


 제가 20대의 중반이 되었을 때 갑자기 폭풍처럼 사건들이 밀려왔어요. 외할머니께서 갑작스럽게 몸이 안 좋아지시더니 수 개월 만에 돌아가셨어요. 비슷한 시기에 함께 공부하던 분과 같이 일하던 동료 분이 스스로 생을 마감했습니다.  또한 할아버지께서 암에 걸리셨다는 소식도 들었지요. 너무나 한꺼번에 몰려왔어요. 함께 공부하고 일을 했던 분들은 엄청나게 가까웠던 건 아니지만 또 엄청 멀었던 사이는 아니었지요. 저는 그 때는 잘 몰랐는데 그 일들이 꽤 크게 작용한 것 같아요. 공부를 하던 시기라 ‘애도’에 대해서 숱하게 들었는데도 너무 한꺼번에 몰아치니 제대로 ‘애도’를 할 겨를도 없었던 것 같아요. 나의 일상은 너무나 바빴고, 내가 해내야 할 일들은 많았고, 내 감정을 돌아볼 새도 없이 나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사람들 앞에 서서 강의를 하거나 상담을 해야 했어요. 


 그런데 어느 순간 여기 저기서 고장이 나는 것 같았어요. 삶에 대한 허망함, 헛헛함, 무의미함이 스멀스멀 저를 잠식했고, 지금 나는 무엇을 위해 살고 있는지,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할지에 대해서도 점점 회의감이 들기 시작했어요. 내 감정이 너무 벅차서 사람을 만나기도 힘들었고, 내가 하고자 했던 모든 것에서 도망치고 싶다는 생각뿐이었습니다. 내가 하고 있는 ‘상담’이란 일 조차 버거웠고, 정말 힘이 있고 의미가 있는 일인지 모르겠다는 생각까지 들기도 했어요. 


 저의 부모님은 몸이 늘 약하신 분들이었어요. 특히 어머니가 많이 아프셨지요. 뚜렷한 병명은 없으나 신장이 많이 좋지 않아 늘 몸이 붓고 깔아지고 기운이 없을 때가 많았어요. 갑자기 의식이 없을 정도로 쓰러지시면 한참을 몸을 주무르고 시간이 지나야 조금씩 의식이 돌아오는 경우도 많았지요. 몇 년 전에는 아버지가 암이라는 소식에 정말 깜짝 놀라고 참담하기도 했어요. 다행히 초기에 발견하여 치료를 받으셔서 지금까지 함께 하고 있지만 채 완벽하게 돌아오지 않은 몸은 늘 아픔을 호소하곤 합니다. 

 이런 부모님의 모습을 자주 보던 터라 늘 불안감이 있습니다. 의식 없는 어머니를 보며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코에 손을 대본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에요. 늘 죽음을 염두하고 준비하는 마음으로 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둘째 아이가 많이 아파서 33주 만에 응급 수술로 꺼내고 바로 신생아 집중 치료실로 들어가 5개월이 넘게 있었어요. 코로나가 극심할 때라 아이를 만날 수도 만질 수도, 안을 수도 없는 서글픈 나날이었지요. 아픈 아이를 볼 수 있는 시간은 수술을 받으러 가는 길, 검사를 받으러 가는 길, 이동하는 그 시간 밖에 없었습니다. 그마저도 인큐베이터 안에서 온갖 기계 장치를 달고 있는 아기를 만지지도 못한 채 바라보기만 해야 했어요. 어느 날은 CT 검사를 받던 중 호흡이 멈추고 심정지가 와서 의사들이 다 뛰어오는 등 난리를 겪었어요. 내 아이가 죽어가는 모습을 보는 그 참담함의 시간은 결코 잊혀지지가 않아요. 다행히도 무사히 살았고, 지금은 함께 있지만요.  


 아주 가까운 사랑하는 이의 죽음을 경험한 사람들의 마음을 전 차마 다 안다고는 할 수 없겠어요. 그저 제가 경험한 ‘죽음’에 대한 짧은 이야기들이었습니다. 제게 있어 죽음은 늘상 가까이 있는 것 같지만 가까이 하고 싶지 않은 단어인 것 같아요. 내 곁에서 없어진다, 더 이상 볼 수 없다는 그 ‘부재감’은 극심한 슬픔을 느끼게 하고 절망스럽게도 해요. 특히나 스스로 삶을 끝낸 경우에는 내가 그 사람에게 있어 도움이 되지 못했다는 죄책감, 미안함, 절망적인 슬픔, 한 편으로는 우리를 두고 가 버린 것에 대한 미움, 후회 등 정말 수많은 감정들이 따라 오는 것 같아요. 


 이미 병약한 부모님을 보며 죽음에 대해서 늘 준비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래서 더욱 불안함이 있던 저에게 20대 중반의 한꺼번에 밀려왔던 그 일들로 개인적으로는 큰 변화가 생겼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꿈도 비전도 광대하고 엄청 글로벌한 목표가 많이 있었는데요, 약간 현실주의자가 되었달까요?  


 당시에 제가 느꼈던 삶에 대한 사소함, 가벼움, 헛헛함과 허망함이 불투명한 미래보다는 ‘현재’, ‘내가 있는 바로 이 곳’에 집중하게 만들었던 것 같아요. 언제 죽을지 모르는 내 가족, 언제 죽을지 모르는 삶의 허망함 속에서 그냥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하자, 내 곁에 있는 사람들과 함께 하자, 엄청난 성공과 부, 명예보다는 그저 지금 내 삶을 충실하자고 다짐했던 것 같아요. 계획에 없던 결혼도 일찍 하고, 아이를 낳고자 노력했던 모든 삶의 방향들이 이 지점에서 시작된 것 같습니다. 먼 미래의 찬란한 목표 보다는 오늘 하루의 할 일들, 가까운 미래의 현실적인 목표들을 세우고 실행에 옮기다 보니 내 삶의 모습이 내가 20대 초반에 상상했던 것과는 상당히 다르게 변한 것 같아요.


 어떤 이들은 저에게 꿈이 작아졌다, 포기한 것이 많아졌다고 할지 모르겠는데 지금 제가 살아가고 있는 방식은 저만의 최선인 것 같아요. 이러한 최선의 선택들이 만들어 낸 모습이 저에겐 나쁘지 않고요. 떠나 보낸 이들에 대한 애도의 시간은 조금씩 더 선명하게 가졌고, 그로 인한 내 삶의 의미들은 새로 정립해 나가고 있는 중인 것 같아요. 


 ‘죽음’에 대한 당신의 이야기는 어떠했나요? 아직도 들여다 보지 못하는 부분들이 있다면 무리할 필요는 없습니다. 하지만 ‘애도’의 작업은 꽤 중요해요. 상실에 대한 극심한 슬픔과 고통의 감정을 잘 흘려 보내고 다시 내 자리를 찾고 내게 주어진 다른 관계들에 최선을 다하기까지, 내 삶을 다시 정돈하기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걸릴 수도 있지만 반드시 해야 할 일입니다. 아주 힘들고 고통스러워도요. 보통은 시간이 걸려도 혼자서도 할 수 있지만 아주 특수의 상황이었거나 많이 고통스러워서 일상 생활을 유지하기가 힘들다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도 추천 드립니다. 


 당신에게 ‘죽음’은 어떤 이야기를 품고 있나요? 어떤 모양이든, 어떤 색이든, 당신의 이야기를 듣고 싶네요. 그리고 한 번 꼭 안아 드리고 싶어요. 



[마음일기-나를 만나다시리즈는 출간 예정인 글에서 발췌편집하였습니다 2 발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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