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건 뭐 때문이냐면요...
요즘 한국사람들은 스위스 여행을 어떻게 다니나 하고 네이버에 검색을 해 봤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미친 외식비. 누구는 "외식비가 너무 비싸니 있는 동안 쿱(Coop-스위스 내 마트체인)에서 질 좋은 삼겹살을 사다가 맨날 구워먹다가 오는 게 이득이다" 했더랬다. 나도 솔직히 좀 혹했다.
아무래도 현재 환율을 고려하면 틀린 말은 아니다. 1프랑 당 1500원을 호가하니, 뭘 사더라도 50%는 더 내는 느낌일테다. 달러와 고려하면 그렇게까지 높지는 않지만 그래도 미국사는 사람 입장에서도 10%정도 더 내는 셈. 이런 악명높은 스위스 외식비 이야기를 듣고 우리는 놀라지 않기 위해 마음을 단단히 먹었다. 비싼 건 어쩔 수 없다. 남편은 스위스까지 가서 삼겹살 구워먹기 싫다고 했다. (본래는 삼겹살 좋아함)
그런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스위스 외식비는 그렇게 비싸지 않았다. 이건 어그로를 끌 요량이 아니고 내가 돈이 많아서도 아니다. 이건 순전히 샌프란시스코 때문이다.
3일차 쯤, 슈니첼을 먹겠다고 동네의 레스토랑에 들어갔다. 동네 할아버지 할머니, 직장동료들이 모여 맥주와 함께 저녁을 먹으며 시끌시끌 하던 아늑한 곳. 평일 저녁인데도 바빠서 주인 할아버지가 자꾸 2분 만, 2분 만 기다려달라며 정신없이 왔다갔다 했다.
긴장한 채로 메뉴판을 봤다. 슈니첼은 36프랑, 남편이 주문하려는 송아지 고기 요리는 41프랑. 음, 비싸군. 그렇지만 또 샌프란시스코에 비교해서 막 눈이 돌아갈 만큼 비싼 건 아니었다.
마른 침을 삼키며 음료 메뉴를 본 나는 내 눈을 믿지 못했다. 와인 한 잔에 7프랑. 7프랑?!?!? 단위를 다시보고 눈을 비비고 다시 봐도 7프랑이였다. 샌프란시스코에서 와인 한잔은 보통 14-18불. 반값이었다. 우리는 급격히 흥분했고, 남편이 와인을 한 잔 시켰다. 나는 탄산수 한 잔.
음식은 기교가 없이 투박하고 간결한 데 양 많은 스위스 스타일. 특히 남편 접시의 해쉬브라운(?) 같은 저 감자전 스러운 것. 튀길 때 참기름을 넣고 튀겼나 풍미가 독특했다. 한국 가격으로 생각하면 당연히 너무나 비싸지만, 좋은 재료를 써서 잘 요리했는지 그 투박한 맛이 좋았다. 일단 분위기가 정말 마음에 들었고 와인도 맛있었으므로 꽤나 행복해졌다. 너무 많이서 절반만 먹다 포장해 갈 요량이었는데 먹다 보니 솔직한 맛이 마음에 들어서 저 큰 걸 다 먹었다.
자, 계산을 할 시간
슈니첼 36
송아지요리 41
와인 한 잔 7
탄산수 8
---------------------
92프랑 (101달러)
남편이 신이나서 말했다.
"That was not expensive!" (안 비싼데?!)
그 이유는 샌프란시스코 가격을 보면 알 수 있다. 비슷한 요리를 샌프란시스코의 어느 식당에서 먹었다고 치자.
슈니첼 28
송아지 요리 38
와인 한 잔 18
물 (무료)
소계 : 84 달러
+ 세금 7.35
+ SF Mandate (5%) 4.2
+ 팁 (18%) 15.12
-----------------------------------
110.67 달러
(일 년 전 쯤 글에서 샌프란시스코 외식비 물가를 한 번 다룬 적 있는데, 거기에 팁과 SF Mandate에 대해 자세히 풀었었다)
https://brunch.co.kr/@presidiolibrary/7
위의 두 경우를 비교해 보면, 샌프란시스코에서 먹었을 때 환율을 고려한다고 하더라도 더 비싼 걸 볼 수 있다.
스위스 음식 값 자체는 비쌌다. 물도 무조건 유료로 주문해야하니 맞는 말이다. (아니 세계에서 가장 깨끗한 마실수 있는 수돗물이라면서 왜 식당에서는 돈 받고 팔지?) 다만, 그 비싼 가격은 팁과 택스를 포함하기 때문에, 그리고 와인이 훨씬 저렴하기 때문에 주문할 때의 체감만 비싸게 느껴지지, 결제 할 때 30% 이상이 추가로 붙는 샌프란시스코에 비해서는 비슷하거나 더 저렴했다.
이 곳만 이런 것이 아니라, 여행 중 다른 식당에 가서도 미슐랭 레스토랑을 제외 한 모든 곳에서 내내 결제가격은 65-85프랑이 나왔다. 어느 레스토랑에서는 맥주가 무려 3불이었다 (눈을 씻고 몇 번을 다시 봤다). 보통 샌프란시스코에 적당한 레스토랑에 두 명이 들어가서 메인메뉴 하나 + 주류하나를 시키면 100불 정도가 나오기 때문에 우린 횡재를 한 듯한 기분이 들었다.
이번 주에 샌프란에서 지인들을 만나 식사를 하면서 내 몫만도 각각 37불, 51불을 냈다. 술을 주문하지 않은 가격이다. 속이 씁쓸하다. 남들은 듣고 웃지만, 스위스 외식 물가가 그립다.
이 글은 브런치 에디터픽과 다음 여행맛집 탭에 소개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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