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무사랑 Jun 09. 2023

(육아회고 1) - 들어가기 전에  

저와 같은 분, 손들어 주세요! 

제가 오만한 사람 이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저는 첫 아이를 가졌을 때, 아빠로서 준비가 되어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누구보다 열심히 살았다고 자부했기에, 제 모습을 보여주고 '열심히' 아이를 기르면 큰 어려움이 없이 없을 것이라는 착각에 빠져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외국에서 단 둘이 아이를 키우는 것에 큰 두려움을 느끼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제 착각을 깨닫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특히나 저와는 다른 아이로 키우고 싶었던 저는 실제로는 제 경험을 육아에 사용할 수 없는 평균 이하의 지식을 가진 사람이었죠. 주어진 짧은 시간 육아책을 읽어도 쉽게 매울 수 없는 갭이 있었습니다. 다행히도 육아 선배들의 조언들 덕분에 책을 보고 논문을 보고 기사를 봐도 메꿀 수 없는 수많은 많은 구멍들을 일부분이나마 메울 수 있었습니다. 




옆집의 데이브 할아버지는 정말 마음이 따뜻한 분이시고, 대화를 나누면 기분이 좋아지는 즐거운 에너지를 주는 좋은 분이십니다. 일흔이 넘어서도 자신의 일을 열심히 하시는 데이브 할아버지와 종종 대화를 나누곤 합니다. 하루는 할아버지에게 할아버지처럼 자식을 다 키워내신 분들이 육아책을 쓰셔야 한다, 아이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을 가도 아이를 키우는 것이 너무 힘들다고 말씀을 드린 적이 있었습니다. 할아버지는 손사래를 치시면서 나 같은 사람은 쓸 자격이 없다고 하시더군요. 충분히 이해는 하지만 누구나 가지고 있는 육아의 경험들을 어르신들이 글로 써서 공유해 준다면 참 귀한 정보가 되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제 아이들이 완벽과는 거리가 먼 아이들이긴 하지만, 저보다 행복하고 나보다 더 나은 사람으로 자라나는 아이들을 보면 많이 뿌듯합니다. 그리고 어디에 나가서도 칭찬받는 아이들을 보면 내가 칭찬을 받은 것처럼 어깨가 으쓱합니다. 그리고 가끔씩 내가 아이들에게 들인 노력들이 헛되지 않았구나 하는 보람을 느끼기도 합니다. 그런데 얼마 전 참 기쁜 얘기들을 아이들에게 들을 수 있었습니다. 일주일 정도의 간격으로 대학을 다니는 딸과 고등학교를 다니는 두 딸들과 우연이 와서 저에게 각각 이런 얘기들을 하는 것입니다. 

"아빠 아빠, 나 오늘 친구들과 대화를 하다가 놀랐어" 

"왜? 뭔 얘기를 했는데?" 

"친구들하고 얘기를 하는데, 아빠랑 친한 아이들이 없더라고. 내가 아빠랑 이런저런 얘기를 한다고 얘기를 했더니, 친구들이 엄청 놀라더라. 친구 중 몇 명은 아빠랑 얘기도 안 한데. 난 다들 아빠랑 친할 줄 알았는데, 얘기를 해보니깐, 내가 내 친구 중에 아빠랑 젤 친하더라고!" 

"와 정말 기쁜 얘기다. 아빠가 딸하고 친구처럼 이런저런 얘기를 할 수 있어서 너무 좋네. 얘기해 줘서 고마워. 아빠가 그 얘기를 들으니 참 기쁘네."

그런데 우연이었을까요? 아이들에게 이 얘기를 듣고 일주일 후쯤, 아는 분이 저에게 아이를 어떻게 키웠는지 한번 적어보는 것이 어떻겠냐고 지나가는 말로 건네시더군요. '나 같은 사람이 누구에게 도움이 되겠어', '내가 무슨 자격으로 그런 걸 써?', '내가 뭐 아는 게 있어야지' 하고 그냥 넘겼지만, 다시 생각해 보니, 옆집의 데이브 아저씨의 경험이 나에게 도움이 될 수 있듯이, '내 육아를 엿보게 된다면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전문가는 아니지만 아이와 친해지는 것이 목표인 아빠가 있다면 누군가에게는 도움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러한 작은 생각들은, '누군가 내가 했던 고민과 같은 고민을 지금 하고 있다면, 내 작은 노력이 의미가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으로 발전했고, 우리 모두가 조금씩 자신의 부끄러운 경험을 나누기 시작한다면, 우리도 더 좋은 사회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이 글을 쓰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제가 생각한 육아, 그리고 제가 잘한 것 같은 이야기, 그리고 후회하는 것들을 써볼까 합니다. 




학교에서 일등을 하고, 일류대에 보내는 것이 목표가 아닌, 아이들을 행복하게 키우고, 아이들이 자신을 꿈을 이루어 갈 수 있도록 옆에서 도와주고, 아이들과 친구가 되는 것이 육아의 목표가 되는 사람이 저 말고도 또 계신다면 저의 글이 누구에게는 위로가 되고, 누군가에게는 도움이 되기를 희망해 봅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