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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놀마드 노을 May 02. 2024

스페인의 마지막 밤, 다시 한국으로


스페인 여행의 마지막날이다.

스페인행 비행기를 끊어놓고도 과연 가는 날이 올까 싶었는데 벌써 돌아갈 날이 내일이라니 시간이 정말 빠르다.



이 순간을 잊지 않고 싶어서 노을을 보러 나왔다.

이제 곧 떠난다고 생각하니 더 예뻐 보이고 소중해지는 풍경들.



여행 끝자락을 함께하기에 노을만큼 좋은 친구도 없다.

저 타오르는 아련함은 여행의 마지막에서 느껴지는 아쉬움과 너무 닮아있다.



한국행 비행기를 탈 시간이 다가오니 두 가지 마음이 교차한다.

쉽게 올 수 없는 곳이라서 떠나기 싫은 마음도 있지만 집에 간다고 생각하니 너무 좋다.

(여행도 좋지만 슬슬 집에 가고 싶었다. 김치찌개가 너무 먹고 싶다.)


돌아갈 수 있는 나라와 집이 있고 반겨주는 가족이 있다는 게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3주 동안 스페인 바르셀로나에 머물면서 유럽에 대한 막연한 환상은 없어졌다.

대신 두고두고 꺼내보며 즐거워할 추억을 갖게 되었고, 내년엔 어디를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며 다음을 그리게 되었다.





여행을 통한 새로운 경험 덕분에 평소와는 다른 생각을 하는 나를 발견한다.


내가 달고 살았던 걱정의 대부분 정말 사소한 것들이며, 그저 좋지 않은 습관에 불과하다는 걸 알게 되었다.

세상은 넓디넓기에 종종거리며 살필요가 없었고, 내 인생은 생각보다 잘 돌아가고 있었다.

한 발자국 물러나 내 삶을 바라보며 매사에 조금은 의연한 마음을 갖게 되었다.

말도 통하지 않는 낯선 곳에서 혼자 지내다 보니 당연하게 여기고 있었던 모든 것들이 너무 감사해졌다.



한국으로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바라본 풍경


오자마자 김치찌개부터 먹었다 ! 매콤시큼한 김치찌개를 먹으니 살 것 같다! 역시 행복은 별게 아니었어




2023년 2월의 마지막날, 나는 한국으로 돌아왔고 3월에 퇴사를 했다.


그 후로 1년이 지난 현재까지 백수로 살고 있지만, 세상 태어나서 지금이 가장 마음 편하고 행복한 시간이라고 느낄 정도로 잘 지내고 있다. 너무 싫었던 회사에서 벗어난 행복감이 말할 수 없이 컸다.



세상이 원하는 보통의 범주 안에 살고 싶어서 남 눈치보기에 급급했던 나는, 이제 남이 아니라 내가 원하는 것을 찾아나가며 나 자신으로 즐겁게 살고 싶었다.


내가 원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는 말을 강연이나 책에서 수 백 번 접하면서도 와닿지가 않았는데, 역시 내가 스스로 깨닫고 느끼는 게 가장 효과적인 학습법임이 분명하다.


너무 두렵고 무서웠지만 재밌게 잘 지내고 무사히 돌아왔던 스페인 여행처럼, 

삶이라는 여행을 나 스스로가 느끼고 깨달으며 나만의 일정으로 꾸려나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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