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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놀마드 노을 Sep 24. 2024

애매한 나이 30대 중후반, 장년백수가 되고

▪︎ 11년의 회사생활, 1년 6개월의 백수


회사 안은 전쟁터고 회사 밖은 지옥이라는 말에 어차피 힘든 거 돈이라도 벌어야지 하며 회사라는 전쟁터를 필사적으로 누빈 게 벌써 11년이었다. 그러다 30대 중반에 퇴사를 하고 백수로 살아온 지 1년 6개월이 지났다.


끝나지 않는 전쟁에 항복선언을 하고 지옥이라 불리는 회사밖으로 냅다 피난을 왔다. 

팽팽하게 당겨진 채로 쉼 없이 들이붓기만 하다가 퇴사를 기점으로 모든 게 멈춘듯했다.

정신 차리고 보니 30대 중후반의 장년백수가 된 내가 바람 빠진 풍선처럼 너덜 해져 덩그러니 웅크리고 있다. 


물경력에 결혼도 못한 나이배기 30대 백수는 이제 뭘 해야 할지 막막하기만 하다.

살려고 피난을 왔는데 난민이 되어버린 현실을 마주하니 그래도 다행이라며 웃어야 할지 망했다고 울어야 할지 웃픈 심정이다.








▪︎ 많지도 적지도 않은 애매한 나이


30대 중후반은 아주 애매한 나이다.

대한민국 법률상 청년은 만 19세 이상 만 34세 이하인 사람이지만, 일부 청년정책에서는 만 39세까지 포함되는 경우도 가끔 있으니 지금의 나는 청년이라 하기엔 늙었고 중년이라고 하기엔 젊다.


아직 자리를 못 잡아도 어리니까 젊으니까 이해받고 격려받는 20대 청년도 아니며, 그렇다고 이 나이 먹고 뚜렷한 커리어나 파이어족을 할만한 든든한 자산이 있는 것도 아니다. 

현재의 나는 애매한 나이에 직장도 직업도 없이 ‘나이 많은’과 '청년’이라는 상반된 수식어를 동시에 달고 서있는 어중이떠중이 경계인일 뿐이다.

취업은 물론 알바와 결혼에 이르기까지 아직 늦지 않았다는 위로의 말을 들을 때, 아이러니하게도 그 애매함이 새삼 더 크게 다가온다. 

나이 든 청년 백수, 즉 장년백수가 맞이한 세상은 내 현재 나이나 상황처럼 애매하고 흐릿하며 녹록지 않다.



아무리 먹는 걸 좋아해도 이렇게 나이만 먹기는 싫었는데, 꾸역꾸역 들이킨 나이를 제대로 소화하지 못해 탈이 난 것처럼 답답하기만 하다. 어떻게 해야 이 소화불량 같은 괴로움을 해결할 수 있을까.






▪︎ 지금 흔들려야 피어날 수 있다


지금 나의 불안과 답답함은 누구나 크고 작게 겪는 자연스러운 과정일 것이다.

모든 사람이 지금 나이를 사는 것은 처음이며 때마다 마주하는 새로운 문제와 씨름하고 타협하고 갈등을 겪으며 성장한다. 일과 커리어, 직업에 대한 고민 또한 계속된다. 아마 죽을 때까지 끝나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그렇기에 청년과 중년사이, 장년의 장점을 잘 찾아서 다신 오지 않을 지금을 살아가야 한다.


장년은 너무 어리지 않기에 적당한 사회경험과 연륜이 있고, 청년 세대를 이해할만한 마인드도 있다. 

사이에 껴있다는 것은 모호함이기도 하지만 양쪽에 모두 걸쳐있기에 가동범위가 넓다. 

복수국적을 얻은 듯, 어디에도 소속되지 못하는 것 같지만 사실은 양쪽에서 누릴 수 있는 게 많다. 

어차피 중년으로 가게 될 테니 일시적인 애매함일 뿐이며 지금 많이 흔들려야 단단한 중년을 맞이할 수 있다. 


너무나도 당연한 삶의 과정임을 알기에 오늘도 많이 흔들려야지. 

이 흔들림을 잘 소화하여 피가 되고 살이 되는 경험으로 바꿔나갈 수 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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