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나의 일과
주말 나의 일과는 샐러드 가게에서의 아르바이트다. 아내가 처제들과 합심하여 가치하다협동조합을 설립하고 거주하고 있는 아파트의 자그만 상가 하나를 임대받으면서 4년째 가게를 운영해 오고 있다. 경기가 어려워 쉽지 않은 자영업 운영이지만 마케팅 기법과 샌드위치 샐러드 케이터링까지 배워가며 열심히 운영해 온 덕에 그나마 문은 닫지 않을 정도이다. 평일 처제 두 명이 일을 하고 주말엔 아내와 내가 도맡아 운영하고 있다. 처음엔 알바를 쓰면서 주말 영업을 했지만 성에 차지 않는 구석이 한둘이 아니니 아내는 그냥 주말을 책임지겠다 하고 나서며 나까지 끌어들인 것이다. 그동안 방관자로 지켜만 보던 나는 졸지에 주방의 일원이 돼버렸다. 자칭 주방장이라 칭하며 주말의 일정을 모두 반납하고 주방일을 돕고 있다. 물론 아르바이트비도 정확히 받는다.
주방일을 해오던 삶이 아니어서 종일 주방에서 일하며 밀려드는 설거지까지 해내고 나면 허리도 아프고 피곤이 몰려온다. 그나마 주방일에서 이틀 만에 해방이니 그럭저럭 할만하긴 하다. 앉았다 일어서면 나도 모르게 아이고! 소리가 자동으로 나오는 나이지만 아내와 둘이 마음 맞춰 해내는 일들은 나름 재미도 있다. 육체노동은 잡념을 사라지게 하고 단순한 일의 반복은 생각을 비워내는 역할까지 해낸다. 편히 쉬면서 지낼 수 있는 주말을 노동의 역사로 써 내려간다는 것이 억울한 부분도 있지만 직장 생활을 접은 나이엔 주말과 주중의 경계가 없어지니 딱히 주말이라 특별한 날은 아닐 터이다.
샌드위치의 주재료가 식빵이다 보니 식빵의 식감을 위하여 식빵의 마지막장과 끄트리부분을 모두 잘라내고 부드러운 부분으로 샌드위치를 만들어 낸다. 속에 들어가는 재료 역시 직접 만들어서 준비하는 것이니 어느 샌드위치보다 정성과 품이 많이 가는 일이기도 하다. 에그샐러드, 직화불고기, 닭가슴살볶음, 라즈베리쨈 등 속재료의 준비에도 많은 시간과 공이 들어간다. 물론 이 모든 걸 내가 근무하는 동안에 재료가 모자라면 직접 만들어 내기도 한다.
가게메뉴 중 1등 메뉴는 비프스테이크 샐러드이다. 아내가 샐러드를 준비하는 사이에 나는 비프를 계량하고 올리브유로 데워진 프라이팬에 고기를 투하하고 적당히 익을 때쯤 옆 굴리기를 해가면서 직사각형의 비프를 모두 익혀내고 마지막엔 불향을 입히기 위해 화력을 최고치로 올리고 팬을 기울여 불이 팬 안으로 들어오게 해서 한참을 볶다 보면 은은한 불향이 입혀진다. 불향이 있고 없고는 분명한 맛의 차이가 있어 수고스럽더라도 꼭 불향을 입혀서 나간다. 샐러드 준비가 끝나면 불향을 입힌 비프를 가지런히 놓아두고 발사빅 소스를 뿌리면 준비 완료다.
메뉴 하나하나를 만들면서 음식을 만드는 일이 얼마나 정직한 작업인지를 새삼 깨닫게 되었다. 신선한 재료준비부터 시작해서 씻고 다듬어서 만들어내는 그 과정들이 여간 정성과 손이 가는 일이 아니다. 매일 아침상을 준비하는 아내의 수고로움이 읽혀지는 순간이기도 하다. 이런 정성들이 고객에게 잘 전달되어서 다시 찾는 가게가 되기를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