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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I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으며 (8)

데이지 버킷리스트 ②⑦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 걷기

by 여행가 데이지 Feb 22. 2025

*본 글은 세계일주 버킷리스트인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으며 작성한 일기입니다. 가볍게 읽기를 추천드립니다.



산티아고 순례길 지난 이야기 (1) 걸으면서 생각해 볼게 
                                              (2) 삶에서 쉼을 주어 만난 사람들
 
                                             (3) 이별은 또 다른 만남의 시작이라고
                                              (4) 모든 순간이 아름답다면, 그건 지루할 거야
 
                                             (5) 나만의 속도로 걷는 거야
 
                                             (6) 주어진 선택지는 '앞으로 간다' 뿐이야
 
                                             (7) "예진아, 나 포기하지 않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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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간 800km의 순례길 걷기를 마치며,


처음, 히치하이킹을 통해 우여곡절 도착해 한 버스 기사 아저씨의 도움으로 무사히 생장에 도착한다. 

순례자 여권을 등록하는 곳에서 진언니와 만나, 함께 출발한 순례길. 

생각보다 비싼 알베르게 숙박비용에 후딱 걷고 끝내자는 나의 생각에 

둘째 날부터 진언니와 헤어져 먼저 더 걸어 도착한 숙소에서 만난 까미노 첫 패밀리. 


부르고스에서도 그냥 하룻밤만 같이 묵고 나는 먼저 가려고 했는데, 

함께 시간을 보내고, 보내다 보니 어느새 많은 길을 함께 걸어오게 되었다. 


개인적으로 가려고 하던 내게 부르고스 타파스를 함께 나눠먹으며 기덕오빠는 말한다. 


“역시 함께하니까, 이렇게 다양하고 풍부하게 먹을 수 있나 봐”.


같은 숙소에 도착해 함께 장보고 요리 만들어 먹던 날들. 김치찌개 라테와, 삼겹살을 먹으며 보낸 밤, 

우리에게 자신의 맛있는 버섯을 나눠준 다른 한국분들과  그들에게 수박을 나눠준 우리. 

수박을 자르면서 기덕오빠의 말, 


“자신의 것을 베풀 때 바라지 않는 게 좋아.” 


그렇게 함께 이야기 나누게 된 다현언니와 민성언니, 

나아가 잊을 수 없던 경민오빠의 닭 한 마리 칼국수와 지영언니의 까르보나라 스파게티, 

매일 아침, 미리 장 보았을 때 사두었던 시리얼과 빵, 

매일 저녁마다 함께 제작했던 샌드위치와 점심에 바닥에 앉아 함께 나눠먹던 샌드위치. 


경민오빠의 유쾌함과 재밌는 이야기들, 

기덕오빠의 배려심과 희생정신, 

영성오빠의 경제적 확실함과 빠른 두뇌, 


까미노 패밀리와 다 함께 성당 저녁거리를 걸었을 때, 

기부제 성당에서 함께 저녁을 먹었을 때, 

까미노 패밀리와 서로의 속마음을 이야기하면서, 

서로가 살아온 삶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걸어온 길들까지.


저녁 가격을 부담스러워하는 나를 위해 슈퍼에서 사 함께 전자레인지로 만들었다가 계란을 터뜨렸던 순간, 

몸상태가 좋지 않아 아무런 말도 못 한 채 계속 걷기만 했던 진언니와의 하루,

이후 조그만 바에 들어갔을 때 느낀 따뜻함에 눈물이 왈칵 났던 순간, 

상태가 안 좋은 나를 위해 자신의 것을 나눠준 진언니, 

계속 자고 있던 내게 덮어준 침낭과 에너지바, 

다 함께 둘러본 성당, 다시 홀로 길 위에 오른 순례길, 

무턱대고 부탁한 가정집에서 나눠준 소중한 물, 

태어나서 처음으로 벌에도 물려보고, 

처음으로 하루에 50킬로미터도 걸었다.


그렇게 다시 혼자서 걷고 걸어 만나게 된 오빠, 


오빠와 만나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걷기 시작한 마지막 120 킬로미터, 

그렇게 오빠보다 먼저 걷게 되면서 어느새 혼자서 마주하게 된 산티아고 성당까지. 

지나온 사진을 저장하면서 짧게 읊었지만, 

순간순간 속 잊지 못할 순간들이 참 많다. 


소중한 인연들, 

소중한 이야기들, 

소중한 배려들 그 속에서 사소하지만, 

사소하지 않음을 느꼈다. 



이른 새벽, 여전히 해가 뜨지 않은 스페인 거리를 나선다. 

어두운 거리를 걸으며 노래를 듣는다. 조금씩 여명이 밝아온다. 


순례길을 걸으며순례길을 걸으며


이번 순례길을 통해, 나는 너무나도 많은 걸 깨달았고, 많은 추억을 얻었으며, 소중한 인연을 얻었다. 


스스로와의 싸움을, 그 속에서 감사함을, 

나의 나약함을, 그 속에서 단단함을, 

끝이 보이지 않는 상황을, 그 속에서 간절함을. 

끝은 있다는 생각을, 그 속에서 나아감을 배웠다. 


아침에 일어나면 걷고,

도착하면 먹고, 씻고, 잠들고, 

다시 아침에 일어나면 걷고.

단순해진 삶의 방식에서

현재를 살아가는 법을 배웠다. 


그 속에서 

내가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이며, 

내가 보고 듣는 것 다 섬세하게 느껴지며

경이로웠던 순간.

모든 것에 대한 감각이 살아남을 느꼈다. 


그 속에서 

모든 것에 감사함을 갖게 된다. 

해가 떠도 감사하고, 

다음날 무사히 일어나고 감사하고, 

춥지 않음에 감사하고, 

추워도 갈 수 있음에 감사하고, 

신발에 물에 젖지 않음에 감사하고, 

신발이 물에 젖어도 걸을 수 있음에 감사하고, 

비가 와도, 바람이 불어도, 

걸을 수 있음에 감사하다. 



본능에 충실한 삶을 살아가면서 

삶의 이유를 고민했고, 

본래 우리의 삶은 결국 우리 존재 목적을 확인하는 것임을 깨달았다. 



“지나간 모든 것에 감사하고 앞으로 올 모든 것을 긍정하세요”



이 말을 모든 걸음을 통해서 다시 직접 느꼈다. 


마치 ‘삶’이란 것을 압축하여 살아본다면, 

순례길을 걷는 것과 같지 않을까. 

그 속에서 우리는 감사함을 느끼고, 

그 감사함과 따뜻한 코코아 한잔으로 오늘도 살아간다. 




혼자 걷기 시작했지만, 

그 속에서 소중한 인연들을 만났다. 

혼자 시작한 순례길이지만,

 길을 걷는 모든 순간은 결코 혼자 걷는 순례길이 아니었다. 


삶이라는 길을 살아가는 이 세상 모든 순례자들에게, 


부엔까미노. 



2023.10.10 - 2023.11.062023.10.10 - 2023.11.06


어릴 적, 까미노 책을 읽고 막연히 품었던 순례길의 꿈, 28일간의 순례길로 무사히 마쳤습니다.


걸으면서 

미래에 대한 고민을,

지난 시간 동안 미뤄왔던 생각을, 

지난 과거의 실수와 후회를,

스스로에 대한 질문과 답변을,

가끔 아무 생각 없이 노래를,

혹은 아무 생각 없이 침묵을, 


그러면서 

이유 없이 눈물을 흘리기도,

소중한 사람들을 생각하며 웃음을 짓기도,

새로운 인연을 만나며 다른 우주와 연결되기도,

무섭게 떨어지는 우박에 지치기도,

비가 그쳐 보인 무지개에 감사해했어요.


그런 순례길을 걸으면서 순례길이 참 인생과 닮았다는 생각을 했어요. 


순례길의 모든 순간이 다 햇살만 가득한 게 아니듯이, 

우리 인생도 모든 순간이 찬란하지만은 않다고요. 


그 속에서 

잠시 쉬기도 하고,

다른 순례자와 서로 마주치면 응원해 주고, 

소중한 인연과 함께 노래 부르기도, 

서로의 우주를 공유하기도,

작은 바에서 따뜻한 코코아로 몸을 녹이기도 하며

조금씩, 차근차근 앞으로 계속 걷는 거죠

순례길을 혼자 시작했지만, 길 위의 모든 순간은 혼자가 아니었습니다. 


순례길을 걸으며 느낀 모든 감정과 순간을 한 페이지에 담아낼 수는 없지만, 

소중한 추억과 깨달음을 갖고 오늘도 한 걸음 나아가겠습니다.








브런치 글 이미지 12

데이지 (신예진)

yejinpath@gmail.com

@the_daisy_path : 인스타그램

https://blog.naver.com/daisy_path : 블로그


[나의 데이지]는 21살 신예진(데이지)이 

1년 간 전 세계 45개국을 여행하며 

어릴 적 꿈인 세계여행 버킷리스트 100가지를 

이루는 여행기입니다. 


브런치 외에 인스타그램블로그와 유튜브 통해 더 자세한 이야기를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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