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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구나 Sep 19. 2024

누구나 결핍은 있다.

우리의 결핍은 생각보다 특별하지 않다.

얼마 전에 아는 지인과 육아에 대한 이야기를 했습니다.

대화를 하면서 느낀 바가 있어서 글을 적어봅니다.


동생 : 형님은 딸들 뭐 하는 거 있어요?

라구나 : 우리 아가들은 아무것도 안 하는데.

동생 : 저희는 짐보리, 트니트니, 프뢰벨, 방문교육 등 이것저것 많이 하네요.

라구나 : 몸 쓰는 것은 해도 괜찮은데 나머지는 필요한가? 벌써 돈 많이 들겠네.

동생 : 돈은 좀 들죠. 저도 잘 모르겠는데, 와이프가 자기 어렸을 때 아무것도 못 해봤다고 자기 자식들은 해주고 싶다네요.

라구나 : 글쿠나...


그리고 제 과거를 생각해 봤습니다.


저도 유년 시절에 결핍이 있습니다.

결핍을 느끼게 해주는 음식으로도 글을 썼습니다.


https://brunch.co.kr/@kraguna/24


남들 하는데 나만 못한 것처럼 느낀 가장 큰 것 중 하나는 '보이스카웃'입니다.

이것도 글로 쓴 적이 있는데요.


친구가 멋진 단복을 입고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텐트를 치고 1박을 하는데, 저도 어린 마음에 궁금해서 구경 갔었던 기억이 아주 선명하게 있습니다.


그 밤의 명도까지도 기억이 날 정도입니다.

친구가 들고 있던 촛불의 밝기도요.

친구가 참 멋지고 부러웠습니다.


그렇다고 집에 와서 부모님께 '보이스카웃' 하고 싶다는 이야기는 하지 못하였습니다.

더 어려서부터 저희 집이 그 정도로 여유 있는 집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던 것이지요.


어려서부터 있던 결핍들이 자연스럽게 '절약'과 '미래를 위한 저축'으로 이어졌고 그런 인생을 살아왔기 때문에 지금에 제가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그런 과거를 살아왔지만 저는 제가 못 해본 것을 자녀들이 먼저 원하지 않는데 해줄 생각은 추호도 없습니다.

결핍을 가지고 살면서 효율적인 인생을 살려고 노력했고 그 결과 여기까지 올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이렇게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을 수 있습니다.


'라구나님이, 결핍 없이 자랐으면 더 잘 됐을 수도 있는 거 아닌가요?'


어쩌면 그럴 수도 있습니다.

매사에 자신감 넘치고 큰 소리 낼 줄도 알고 좀 더 반듯하게 자랐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지금의 제 모습이 좋습니다.

부모님이 고생한 것에 비하면 별것도 아니지만 저도 나름 고생을 하면서 여기까지 온 것이니까요.


만약에 제 딸이 저에게 '걸스카웃'을 하고 싶다고 하면 저를 설득시켜야 할 것입니다.


왜 걸스카웃을 해야 하고 하고 나서 전/후가 어떻게 달라질 것이라고 생각하는지.

걸스카우트하는데 드는 비용 대비 얻을 수 있는 것이 무엇이 있는지 등 딸에게 강하게 첼린지를 걸 것입니다.


제 결핍은 제 결핍이고

자녀의 인생은 자녀의 인생입니다.

나의 결핍을 자녀에게 채울 필요는 전혀 없습니다.


그리고 중요한 것 하나,

나만 유년 시절의 이것저것 못해보고 결핍을 가지고 산 것 같지만, 사실 해본 사람보다 못 해본 사람이 더 많습니다.


즉, 우리의 결핍이 생각보다 특별하지 않다는 것이지요.

그 결핍을 핑계 삼아 돈을 쓴다는 것은 궁색한 변명이고 감정에 치우친 결론일 수 있다는 것이지요.


선택은 본인의 마음입니다.

다만, 결핍은 누구에게나 있다는 것을 받아들이면 세상이 조금은 덜 억울해 보일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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