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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수공원 Nov 05. 2024

열망의 소리

11월 5일, The Sound of Aspiration 

오늘을 보내고 있다. 기쁘다. 왜냐면 오늘이니까. 어느 한 날 어떤 일이 일어난다. 세상에 한 번도 경험해보지 않은 색깔이 파스텔로 퍼지는 그런 날이 있다. 그런 기분을 오래 가지고 싶은 날이 있다. 


그런 날에 대해 생각하고 그런 일에 대해 쓴다. 뜨겁게 바라는 일들이 겹겹이 쌓이고 그 한 겹 한 겹이 이루어지는 것을 바라본다. 바라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이루어질 것이 이루어진 거라 우기며 필연으로 담아 둔다. 


새로 시작하고 새로 쓸 것이라 다짐했던 일들이 벌써 짐을 풀고 몸을 풀고 흔들흔들 차분하다. 나는 지금도 여태껏 글을 쓰고 있다. 나보다 더 나를 사랑하는 사람들에 감사하면서 가만히 살아가고 있다. 


작년 오늘, 와인을 마셨나 보다. 너무 마셔서 삐뚤어진 코가 여전한 건가. 아직 남아있는 취기가 나의 시간을 잇는다. 



비우고 나서 다시 채우는 바람들, 어쩌면 수많은 변덕과 갈증이었을지도 모르는 그런 열망의 잔해들이 나의 시간과 공간을 차분하게 채우고 있다. 


몸 안의 통증을 가라앉히는 일련의 기도들이 오래오래 영험하기를 바란다. 


보이는 눈물이 마르지 않아도 슬픔이었다가 기쁨이기도 하고, 달콤하다가 쓰다가 짜디 짠 기억으로 돌아오기도 하는, 그런 것이 삶이라 여긴다. 그런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단 한번 산다. 


기억이 흐려져 눈이 보이지 않을까 봐 나는 매년 11월 5일을 기록해 둔다. 글을 쓴다. 




둘이 나란히 서서 한 곳을 바라보는 11, 그 열한 번째 달의 다섯 번째 날, 11월 5일에 그가 내게 왔다. 내가 정한 내 삶의 끝과 삶이 억울하게 침범한 그의 끝이 서로 마주 보며 다가오고 있었다. - 단편소설, 남벽 가는 길 by 희수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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