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5일, The Sound of Aspiration
그런 날에 대해 생각하고 그런 일에 대해 쓴다. 뜨겁게 바라는 일들이 겹겹이 쌓이고 그 한 겹 한 겹이 이루어지는 것을 바라본다. 바라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이루어질 것이 이루어진 거라 우기며 필연으로 담아 둔다.
새로 시작하고 새로 쓸 것이라 다짐했던 일들이 벌써 짐을 풀고 몸을 풀고 흔들흔들 차분하다. 나는 지금도 여태껏 글을 쓰고 있다. 나보다 더 나를 사랑하는 사람들에 감사하면서 가만히 살아가고 있다.
작년 오늘, 와인을 마셨나 보다. 너무 마셔서 삐뚤어진 코가 여전한 건가. 아직 남아있는 취기가 나의 시간을 잇는다.
몸 안의 통증을 가라앉히는 일련의 기도들이 오래오래 영험하기를 바란다.
보이는 눈물이 마르지 않아도 슬픔이었다가 기쁨이기도 하고, 달콤하다가 쓰다가 짜디 짠 기억으로 돌아오기도 하는, 그런 것이 삶이라 여긴다. 그런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단 한번 산다.
기억이 흐려져 눈이 보이지 않을까 봐 나는 매년 11월 5일을 기록해 둔다. 글을 쓴다.
둘이 나란히 서서 한 곳을 바라보는 11, 그 열한 번째 달의 다섯 번째 날, 11월 5일에 그가 내게 왔다. 내가 정한 내 삶의 끝과 삶이 억울하게 침범한 그의 끝이 서로 마주 보며 다가오고 있었다. - 단편소설, 남벽 가는 길 by 희수공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