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컴플리트 언노운 by 제임스 맨골드 감독
[no 스포일러는 없다]
접시나 가구가 된 것 같은 그런 느낌을 안다면 이 장면에서 반드시 눈물을 흘리리라.
Sylvie Russo: [in her final scene saying goodbye to Bob through the fence at the ferry terminal] It was fun to be on the carnival train with you, Bobby, but I think I gotta step off. I feel like one of those plates, you know, that the French guy spins on those sticks on the Sullivan show.
Bob Dylan: Oh, I like that guy.
Sylvie Russo: I'm sure it's fun to *be* the guy, Bob. But I was a plate.
Sylvie Russo: [여객터미널의 창살로 된 담을 사이에 두고 Bob에게 작별인사를 하며] 너와 이 축제 같은 여행을 같이 하며 재미있었어, Bobby, 근데 나 이제 그만하려고. 난 접시 중의 하나가 된 느낌이야, 있잖아... 쇼에서 막대기로 접시를 여러 개 돌리는 그 프랑스 사람...
Bob Dylan: 오, 난 그 사람 좋던데.
Sylvie Russo: 그래, '그 사람이 되는' 건 신나는 일이지, Bob. 근데 난 접시였다니깐.
사람을 만나다 보면, 특히 너무 좋아해서 무작정 맹목적으로 바라보다 보면 어떤 순간, 그 맹목적의 열기가 그 사람을 막고 서서 온기를 구걸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그런 당황이 외로움이 되고 까만 고독이 되었다가 눈물이 된다.
한 번만 진심으로 꼭 안아주었으면 좋았을 텐데. 바라보는 방향이 서로 달랐나 보다 깨달으며 지금껏 그저 하나의 부속물처럼 덜렁 달려 있었다는 절망은 그렇게 이해되곤 한다.
그래, 나는 접시였구나. 그저 나는, 따뜻함이 필요할 때 뒤로 손을 당겨 쓰는 모자를 걸어두는 겨울 재킷 옷깃 뒤 쪽의 단추 정도였구나. 가끔 낡은 눈빛만 받곤 하는 가구 한 점 정도였나보나, 하는 그런.
그녀가 떠난 이유가 아프다. 그녀의 뺨 위로 흐르는 눈물을 그의 슬픈 손가락이 거두어 갈 때, 나누어 피던 담배의 연기처럼 조금씩 퍼져 나가며 투명하게 보이지 않던 그들의 슬픔을 보았다. 많이 슬펐다.
밥 딜런의 노래 'Like a rolling stone'의 가사 중 일부분이 영화의 제목이다, 'A Complete Unknown.' 노래 가사를 전체적으로 이해하면 현실적인 인물을 비유하며 추락과 공허를 담고 있다.
...
How does it feel 기분이 어때
how does it feel 기분이 어떠니
To be on your own 너 스스로 혼자
With no direction home 집에 가는 방향도 모르고
Like a complete unknown 철저히 알려지지 않은 존재로
Like a rolling stone? 구르는 돌 같은 그런 느낌 말이야
아무런 배경 지식 없이 처음 이 영화를 보았을 때 나는 제목으로서의 의미가 '예술가가 바라보아야 할 방향'이라 생각했다. 전체 영화를 품는 메시지와 그 제목은 네 번이나 영화를 본 지금도 같은 생각이다. 아마도 내가 unknown(모르는, 미지의, 알려지지않은, 유명하지 않은...) 한 상태를 좋아하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그것도 complete(완전히, 철저히...) 하게 unknown 하다니!
▣ Elle Fanning 사진 from IMDB
작가님! 절대공감 합니다. 길다고 좋은 글이 아니네요.
작가님의 진한 공감에 가슴 뜨겁습니다. 식지 않는 마음으로 살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사람을 만나고 좋아하고 맹목적이 될 수 있는 작가님은 순수하고 순수한 사람이라는 뜻이겠죠!
당황으로 외로움으로 옮겨가지 마시고 작가님 마음안에서 마냥 사랑하시길요.
가을 바람이 훌쩍 다가와 존재감을 알리는 아침!!
사색할 수 있는 글 올려주셔서 감사해요 작가님.
오, 작가님, 안녕하세요. 건강하게 잘 지내시는지요. 그곳의 가을 향이 솔솔 전해오는 것 같습니다. 외로움이 습관인가 싶을 때도 있지만 이내 풀쩍 그 반대 레인으로 뛰어 옵니다. 마냥 마냥 사랑하며 살겠습니다. 언제 오시는지 기다리며 그리움 쌓고 있습니다♡
슬퍼서 너무 울고 싶은 날에 이 영화를 찾아보겠습니다. 눈물을 줄줄 흘려도 왠지 아름다울 것 같은 영화입니다.
실제 밥딜런 눈빛은 매력있다 생각한 적이 없다가 그를 연기한 배우에게 더 빠진것 같기도 합니다^^ ㅎ 자꾸 그의 뒷모습에 마음이 시립니다. 그리고 그에게 영감을 준 그녀에게도요. N차 중인 멋진 음악 영화입니다~♣
이 영화를 예매하고 서울가는 기차를 일찍타고 서울에 일찍와서 오랜만에 명동이란데를
돌아다니며 구경을 하고 커피숖에서 커피도 마시며 영화시간이 되어 극장엘 갔는데
사람들이 대여섯 밖에 없었습니다. 너무 이른시간이라 그런가...
이 영화를 보면서 슬프기도 했지만...이상하게
왠지 건조한 슬픔이랄까... 묘하게 버석거리는 소리가 나는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그리고 작가님 글을 읽으니 그럴것도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시리고 아픈데 눈물로 질척거리지도 않고 뭔가 건조한 슬픔같은게 관통하는 느낌...
건조한 슬픔이 어떤 느낌일지 조금은 알 것 같습니다. 영혼이 빠져나간 빈 강정 같이 부서질것 처럼 마음이 그랬습니다. 꾸욱 아픈 그런거요. 관통하는 동질감이 느껴져 위로가 됩니다, 작가님. 저도 영화로 자주가는 명동이라 반가움에 미어캣마냥 목을 쭉 뽑게 됩니다. 공허하다 슬프다가 신기하고 반가워 변덕에 머쓱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