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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권. 출간 후 생각 들(2. 반도체와 같은 사람)

반도체와 같은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by 종구라기


전기 분야에서 사용하는 용어 중 '도체, 부도체, 반도체'가 있습니다.

도체는 은이나 구리처럼 전기가 잘 흐르는 물질입니다.

부도체는 절연체라고도 하며, 도체와 반대로 고무나 플라스틱처럼 전기가 거의 흐르지 않는 물질입니다.

반도체는 평상시에는 부도체와 비슷하지만, 열이나 빛, 불순물 첨가 등의 조건이 주어지면 도체처럼 전기가 잘 통합니다.

이 성질 덕분에 반도체는 다이오드, 트랜지스터, 집적회로(IC) 등 현대 전자기기의 핵심이 되었습니다.

도체, 부도체, 반도체, 각각의 특성을 잘 활용하면 유용한 제품이 되고, 삶을 편리하게 만듭니다.

예를 들어, 전선을 만들 때에, 전기가 잘 흐르고 가성비 좋은 구리를 안에 사용하고, 절연체인 고무로 바깥을 감싸 사람을 보호합니다.

도체는 좋고 부도체는 나쁘거나, 반대로 부도체가 좋고 도체는 나쁜 것은 아닙니다.

상황에 맞게 쓰일 때, 맡겨진 기능대로 활용될 때 의미가 있습니다.


사람도 마찬가지 아닐까요?

평소에는 화내지 않는 부도체 같은 사람이, 몸이 아프거나 누군가 곁에서 화를 돋우면 도체처럼 분노를 드러내기도 합니다.

그렇다고 항상 부도체처럼 조용히 있어서는 안 됩니다. 때로는 도체처럼 목소리를 내야 합니다.

민주주의가 짓밟히거나, 공동체가 심하게 부패하거나, 지도자의 잘못된 행실을 눈감아 주는 맹목적인 지지가 이어질 때에는, 작은 힘일지라도 도체가 되어 경각심을 일깨우고, 바른 길로 돌아오게 해야 합니다.

그래야 공동체가 건강하게 유지됩니다.


부도체는 예수나 석가처럼 흔들림 없는 성인의 모습일 수 있습니다.

도체는 늘 흥분하고 화내는 모습이라면, 반도체는 평소에는 차분하다가도 불의와 부패가 득세할 때, 정의를 위해 일어서는 모습일 것입니다.

도체만 있으면 세상은 모두 감전되어 안전할 수 없고, 부도체만 있으면 전기 없는 암흑이 될 것입니다.

반도체처럼 평소에는 조용히 있지만, 필요한 순간에는 정의롭게 일어서는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저는 반도체처럼, 사람들에게 유익을 주고, 세상에 필요한 빛을 흘려보내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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