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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nnerplate Jul 06. 2024

그 누구도 나를 구해줄 수 없다  

혼자만의 시간이. 이 고독이 이토록 평온함을 가져다주는지. 고독은 늘 나와 함께다. 고독의 시간이란, 성장의 시간이다. 약속을 잡을 수도 있지만 굳이 잡지 않고 이내 혼자만의 시간을 택한다. 혼자보내는 시간의 즐거움과 기쁨, 여유를 잘 알아서다. 


이십대땐 어쩜 그리 잘도 돌아다녔는지. 여전히 오랜만에 만나는 친구들과는 그렇지만, 횟수가 확연히 줄었고 더는 외부에서 위로를 구하지 않게 됐다. 체력도 달라졌구나 싶고 정말이지 노는 것도 다 한 때구나.싶다. 


토요일임에도 무심하다. 무척이나 평화롭고 다정한 공기가 집 안에 머문다. 대추방울토마토가 마침 세일이었다. 750g 1팩을 사와 올리브오일에 마리네이드도 해놓고 드레싱 2종을 만들어 보르미올리 용기에 야물게 잘 담았다. 무엇이든 후다닥 뚝딱 하는 성미인데, 집에 있어도 바지런하다. 


점심을 먹은 뒤 바나나, 복숭아, 블루베리 냉장고를 털어 스무디를 만들었다. 마시면서, "참~ 잘 먹는단 말이지^^"했다. 잘 먹는 모습에 스스로도 흐뭇해하곤 한다. 


여유롭게 책도 보고 지금은 그 어느 것도 걸림이 없는 상태. 마음이 편안한 상태다. 기가막히게 기쁘거나 즐겁다거나는 아니지만 그보단 이런 균형있고 조화로운 상태에 편안함을 느낀다. 이젠 어떤 일이 일어나도 과하게 기뻐하거나 과하게 슬퍼하거나 상처받지 않는다. 무심하게. 마음의 균형을 잡는다. 


기쁨이 있으니 슬픔이 있고 슬픔이 있으니 기쁨이 있다. 좋은 일이 있으면 나쁜 일도 있고 나쁜 일이 있으면 반드시 좋은 일이 일어난다는 걸 경험적으로 알고 있기 때문이다. 낮과 밤이 있는 것처럼, 그 어떤 것도 영원하지 않다.  


마음이 방방 뜨는 걸 경계하는데, 일희일비하지 않는 편이 이롭다. 통제할 수 없는 영역에 반응하기 때문에 더욱 상처받고 슬퍼하고 아파했던 거였다. 내려놓음. 수용하고 나니 예전만큼 상처받지 않게 됐다. 기대하는 마음도 내려놓았다. 모든 문제는 집착과 기대하는 마음에서 온다는 걸 인식하면, 알아차리면 알아차릴수록 세상살이가 수월해진다.  


본래 혼자다. 고독은 필연이다. 혼자여도 외롭고 함께여도 외롭다. 일시적인 해소일 뿐, 결국 혼자 남는다. 생은 혼자라는 것. 고독은 필연이라는 걸 받아들이면 역설적으로 혼자여도 외롭지 않고 함께여도 외롭지 않을 수 있다. 고독 없인 성장도 없다. 고독은 내면을 들여다 볼 기회다. 


사람은 처절히 고통스러워봐야, 아파보아야 그때서야 변할 생각을 한다. 변하지 않고서는 현재 자신의 처지를 바꿀 수 없기 때문이다. 나 자신이 그랬다. 스스로가 만들어낸 번뇌와 착각과 집착에 사로잡혀 스스로를 고통과 괴로움 속에 몰아 세웠던 때, 이제 더는 내려갈 곳도, 올라올 일만 남았다고 생각했다. 


모든 괴로움은 내 스스로가 만든 것이었다. 마음이 나라는 착각. 마음은 늘 속이는데, 그걸 바라보지 못한 어리석음이 있었다. 방황도 우울도 무기력감도 결국 생각에서 왔다는 것을, 마음에서 왔다는 것을. 조건화된 개념화된 것들이 나라고 철썩같이 믿으며 아파하고 상처받기만 했다.


상황이 아닌, 스스로가 쏘아올린 화살에 처절하게 무너져 내렸던 것이다. 그 시절이 없었다면 지금의 나는 결코 없었을 것이다. 그로 인해 나는 성장할 수 있었다. 끌리셰하지만 때론 그 끌리셰함이 진실이다. 


서른 중반이 되어서야 비로소 마음을 들여다 볼 줄 아는 사람이 되었다. 그 과정은 필연이었다. 내게 이런 지혜와 깨달음을 알려주기 위한 우주의 선물이었음을. 감사, 사랑, 존중, 용서, 수용을 알게 된 건 내 인생의 축복이었다. 


명징하게 깨닫게 된 것 중 하나는 그 누구도 날 구해줄 수 없다는 것이다. 자기 생의 책임은 자신에게 있는 것이다. 가족이나 타인에게 기대하는 마음.이 얼마나 부질없는 것인지. 그 기대하는 마음이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되돌아오지 않을 때 상처받지 않은가. 그럴 필요도 이유도 없다. 단단하게 자기 자신으로 바로 서는 것. 이것 밖엔 달리 방법이 없다. 


가족, 연인, 친구... 인간관계에서도 적당한 간격을 유지하면서 다정함을 잃지 않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나 가장 가까운 가족에게조차 기대지 않는다. 기대하지 않는다. 각각의 삶이 있고 그 삶을 존중하고 만나면 반갑고 즐겁고 다정한 관계. 자기 자신으로 잘 사는 것이 서로를 위하는 길이란 걸 알게 됐다. 


혼자일 때, 편안하고 즐겁다. 가끔은, "나는 왜 이토록 자꾸만 고독을 찾는가?"싶지만. 이 고독이 나는 여전히 좋다. 내면을 들여다보는 여행이 어느 시간보다도 내겐 가치있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내 안을 들여다보지 못하면, 하루에도 오만가지 이상 절로 이는 생각이 나라고 착각하는 한, 마음이 나라고 착각하는 한, 알아차림 없이는 삶의 괴로움과 고통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을 것이다. 끊임없이 날 흔들어 댈 것이다. 


알아차림이 필요한 이유다. 생각과 마음은 내 통제 영역 밖이다. 생각과 마음을 통제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착각에서 벗어나 현재를 살지 못하게 자꾸만 흔들어대는 마음을 지금 여기로. 지금 이 순간.으로 데려오게 하겠다는 의지다. 


그 누구도 날 구해줄 수 없다. 구해주길 바래서도 안된다. 이토록 내면의 들여다봄에 진심인 이유, 나 자신을 구해내기 위해서다. 구해주고 싶어서다. 저 멀리에서 나 자신을 제3자처럼 바라봄이 일면 눈물이 뚝뚝 흐를 때가 있다. 슬픔이라기 보다 어떤 상처의 마음이라서라기 보다, 나에 대한 연민이다. 그 연민이란, 토닥토닥의 다정함이자 나에 대한 존중과 그리고 내가 나를 보호하겠다는, 지켜주겠다는 적극적인 포옹과 의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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