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생하다
어떤 음식은 시간이 지나면 변질되어 버리게 된다. 어떤 음식은 오히려 발효되기를 기다린다. 변질된다는 것은 위험해진다는 징조다. 발효된다는 것은 유익하게 변화되고 있다는 신호다.
2023년 9월 1일이 주는 의미는 내게 새롭다.
오늘로써 교직에 들어와 재직한 경력이 25년 되는 날이다. 교육대학교를 졸업하고 임용고시를 떨어진 뒤 군 복무(2년 4개월)를 마친 뒤 임용고시에 가까스로 합격하여 발령받은 날이 9월 1일이기 때문이다. 교감을 2년 6개월 했으니 교사로는 22년 6개월을 한 셈이다.
오세영 시인의 '그릇'이라는 시에 이런 구절이 있다.
깨진 그릇은
칼날이 된다.
무엇이나
깨진 것은
칼이 된다.
22년 6개월을 교사로 살아오면서, 2년 6개월을 교감으로 살아오면서 요즘처럼 학교 현장에서 '고생한다'라는 말을 많이 건넨 적은 없는 것 같다.
초임 교사 시절 시골 학교에 근무할 때가 그립다.
오고 가는 길에 마을 어르신들을 볼 때가 많았다.
어르신들은 손주 뻘 되는 어린 교사를 볼 때마다 밭일하시다가도 벌떡 일어나셨다.
"선상님, 안녕하셔요~"
짧은 인사말이었지만 그 속에 존경이 묻어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어르신들은 교사인 나를 볼 때 선생님으로 바라보신 것이다. 나이 어린 사람으로 보신 것이 아니었다.
그때까지만 하더라도 선생님을 존중하는 분위기가 남아 있었다.
지금은 전혀 다르다.
선생님들끼리 서로 '고생한다'라는 말을 서로 건네는 이유가 무엇일까?
'고생하다'라는 말은 껍질을 벗기다는 뜻에서 유래되었다.
껍질이 벗겨진다는 것은 보호받을 수 없는 상태다.
우리 선생님들이 법적으로 보호를 받을 수 없는 상태가 지금의 상태다.
껍질이 벗겨진 상태다.
껍질이 벗겨진 선생님들은 기댈 곳이 없다.
껍질 벗겨진 것이 두려워 남을 공격하는 경향을 보인다.
깨진 그릇처럼
서로에게 칼날이 된다.
25년이 되는 날,
나는,
깨진 그릇을 붙여야 할 역할을 맡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