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로 잰 듯 열을 맞추고 조금만 튀어나온 것이 있으면 각을 맞추고 싶어 몸이 근질근질한 사람, 정리할 무언가가 쌓이고 쌓일 때면 심장이 두근두근 설레는 사람, 두 가지를 진심으로 대하는 나를 감히 ‘정리와 청소의 덕후’라고 불러본다. 사실 정리는 쉽지 않다. 한 번 정리하려면 큰마음이 필요하고 날을 잡아야만 하는 일이니까. 그러나 특정한 날이 아니라 틈나는 대로 해야 하는 것부터가 첫걸음임을 안다면 조금은 수월해지지 않을까 싶다.
청소 타임
오전 6시 50분이면 주안이와 예주가 등교를 위해 집을 나선다. 그때부터 나는 빨랫감을 확인하고 세탁기를 돌린다. 빨래가 되어가는 동안 설거지를 마치고 청소기를 집어 든다. 우간다는 바람에 모래가 실려 오기도 해, 하루라도 청소기를 사용하지 않으면 발바닥에 닿는 느낌이 거칠다. 그렇게 청소기를 돌리고 물걸레질로 마무리하면 방 3개에 화장실, 욕실, 창고가 각 한 개인 우리 집에서의 밀고 닦는 데 시간은 30분이면 충분하다. 세탁기의 알람 소리에 맞춰 젖은 빨랫감을 건조대에 널고는 화장실 청소로 이어진다. 사용하지 않고 보관만 해온 또는 유통기한이 지난 손 세정제로 청소하는데, 변기며 수전이며 세정제로 닦아내면 살균 효과가 있고 물때도 생기지 않아 그 방법을 꼭 사수한다. 이는 가스레인지 주변과 냉장고를 닦을 때도 그렇다.
오늘도 정리
하루에 한 번, 고정적으로 하는 일이 있다. 그것은 버려야 할 것이 있는지 점검하는 것! 이것도 처음이 어렵지! 계속하다 보니 더 이상 버릴 게 없고, 있다고 해도 그 양이 적어 치우기도 간단하다. 자주 비우고 버리면 유통기한 지난 음식을 냉장고에서 만날 일이 거의 없다. 여기에 아이들이 그린 그림과 사용하고 남은 종이 조각들도 정리한다. 이때 종이 박스는 정리하기 최고의 도우미다. 학교에서 받아온 알림장을 한데 모아두기 좋고, 자주 꺼내지 않는 장난감과 책들을 보관하기에도 좋다. *참고로 아이들 그림과 작품을 정리하는 것에 대해서는 “엄마표 아이들 작품 정리”로 하여 따로 소개할 계획이다.
타인에게 강요나 스트레스받지 않기
깨끗해지는 과정과 각각의 물건들이 제자리를 찾아 쪼르르 놓여 있을 때의 ‘정렬의 아름다움’에 매료된 나였기에 결혼 초기에는 남편과 다툼이 끊이질 않았다. 옷을 벗어 의자에 툭 걸쳐놓는다든지, 다 마신 물병을 바로 치우지 않는 것에 이해할 수가 없었다. 특히 마트에서 받아온 구매영수증을 2년이 넘도록 왜 버리지 못하는 것인지 의아했는데, 이후에 연애 시절에 주고받은 작은 쪽지 한 장도 버리지 않고 가지고 있던 남편을 보며 추억을 담고 사는 사람이란 것을 알았다. 타고나기를 나는 정리의 은사를, 남편은 간직하는 은사를 가졌던 거다. 그리고 우리 사이에 태어난 아이들이 아홉 살, 여덟 살이 되기까지의 시간을 보내며 내 정리의 강도가 조금씩 낮아진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지금은 자기 자리를 찾지 못한 물건들을 볼 때 또 아이들이 어질러놓은 것을 대할 때 스트레스를 받기보다는 ‘애들 자고 나면 좀 치워야지.’하고 설레고 들뜬 마음으로 바라본다.
30분에서 한 시간이면 충분한 정리와 청소의 삶을 내일로 미루고 또 그다음 날로 미룬다면― 나는 아마도, 아니다! 상상하고 싶지 않은 일이다. 특별한 청소와 정리법을 가진 건 아니지만 나는 그 행위 자체를 매우 좋아하고 즐긴다. 매일 책임질 무언가가 주어진 것 같달까. 오늘도 우리 집은 정리 정돈이 잘 되었고 쾌적해졌다. 정리에 대한 열심을 하루도 내려놓을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고, 그것이 내가 머물 공간에 대한 그리고 나에게 주는 선물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