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닭장 속의 닭

강제로 중성화되는 수탉들

by 최영환

'닭장 속의 닭'은 한국어 속담으로 상황에 따라 다양한 의미로 해석될 수 있으나, 일반적으로는 어떤 그룹이나 조직 안에서 내부 사람들이 서로에게 간섭하는 모습을 비유적으로 표현하는 속담이다. 대한민국은 국지적으로도 강대국(중국, 일본) 사이에 끼어있으며, 조그마한 땅덩어리 속에 높은 인구 밀도와 자원제약으로 무한경쟁시대에 돌입하였다. 서로를 할퀴며 누군가를 짓밟고 올라가는 고군분투의 삶에서 닭들은 조금씩 정신이 미쳐가고 우리나라 사람들만 있다는 화병이 도지기 시작한다. 또 성냥갑 같은 빼 백한 아파트 속에 살고 있는 우리들 모습이 닭장 속의 닭들로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어느 나라에 태어나느냐에 따라 전반적인 경제생활(월급, 자산 등)이 정해지듯이 사실 우리나라에 태어났다는 것은 축복이다. 인생 운칠기삼이라는 말처럼, 대한민국 국민으로 태어났다면 뭐 그럭저럭 운이 아주 나쁘다고 할 수 없다. 생활 수준이나 경제력은 10위 권에 머물며, 최소한 국민이 밥 때문에 굶어 죽진 않는다.

이처럼 공무원 세계도 최소 굶어 죽지는 않는다. 공무원에 합격했다면 기존 닭장 속의 닭에서 벗어나 새로운 닭장으로 이사를 가는 느낌이다. 전의 닭장은 서로를 공격하고 누군가를 이겨야 밥이 나오는 미친 닭들의 경쟁이라면, 이사 온 닭장은 늙을 때까지 알아서 밥도 주고 병아리도 키울 수 있는 조금 괜찮은 닭장으로 처음에는 보인다. 그러나 이런 환경 속에서 닭들은 미치기보다는 시름시름 병들기 시작한다. 생존이 해결됐으므로 자아는 더 상위 욕구를 충족하길 원하지만 앞서 말했듯이, 이 조직은 자아실현욕구와는 거리가 멀다. 대담했던 수탉들도 닭장의 세심하고 예민하게 바라봐야 되는 닭장 문화(차후 언급할 공무원 업무의 문제점)로 성정체성 마저 잃기도 한다.


경쟁을 통해 정년이 보장된다는 일자리를 얻었다는 의미는 생존 욕구를 해결했다는 뜻이며, 과장해서 말하면 리스크가 없는 삶으로 자아 발전을 포기한 삶이기도 하다. 인간의 뇌는 게으르기 때문에 그런 환경에서는 누구나 나태해지기 쉽다.

한편으로는 공무원, 공기업 등 정년이 보장되는 직업들의 남녀가 결혼을 빨리하고 아이를 가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정년이 보장되는 공무원, 공기업 직원들은 통계청에서 발표하는 출산율과 혼인율 통계치와 다른 수치를 보여주고 있다. 여자 공무원들은 20대 후반~30대 초반에 주로 결혼하며, 남자들도 30대 초반에 많이 결혼한다. 공무원 도시에서만 볼 수 있는 현상이다. 안정적이어서 결혼과 육아에 유리한 면도 있으나, 아쉽게도 그들은 닭장 속의 닭에서 다음 병아리를 키워내는 것이 다음 목표일 뿐이다. 사회가 요구하는 대입, 취업, 결혼으로 이어지는 단계를 밟아 나가며 평판유지본능과 종족번식본능의 욕구에 충실할 뿐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113.PNG

그리고 아이가 태어나면 아이를 위해서 직장을 다녀야 하는 당위성이 부여되므로 다음부터는 영원한 월급 노예로 살아간다. 재직 중 만난 사람들의 열에 여덟은 퇴사하고 싶다고 말했으며, 미혼인 사람들이 퇴사하지 않는 이유는 '자기가 뭘 좋아하는지 몰라서, 뭘 해야 할지 몰라서'라고 대답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고, 기혼자들은 가정을 위해 어쩔 수 없이 다녀야 한다고 말했다.

성별에 따라서도 이 직업의 만족도는 다르다. 테스토스테론 호르몬은 여자에게도 있는 호르몬이지만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남자에게 분비가 많은 호르몬이다. 실제 무언가를 성취하거나 크게 일궈낸 사람들은 이 호르몬을 이용하여 성공의 반열에 올랐고 세상에 성공한 사람들이 남자가 많은 이유도 이 호르몬의 역할이 크다.

성평등으로 동등한 권한을 누려야 한다는 말은 동조하나 남녀의 뇌는 너무 다르다.

앞서 말한 테스토스테론(남성호르몬)의 영향이 강한 남자일수록 모험과 스릴을 즐긴다. 그리고 좌뇌(실행의 영역)가 우뇌보다 발달되어 있고, 1차원 사고를 한다. 반면에 여성은 에스트로겐, 옥시토신(공감, 사랑의 호르몬), 프로락틴(젖, 아이 관련 호르몬) 3개의 호르몬에 지배당하며 환상과 향유에 가깝다. 우뇌(감정의 영역)가 더 발달했으며, 복합적 사고를 한다. 조화와 전통(평화, 공감, 배려, 이타적)이 중요하며, 실행, 모험, 쾌락(반항, 독립, 투쟁, 이기심) 성향은 남성보다 약하다고 볼 수 있다. 그러므로 여성일수록 정년이 보장되거나 안정적인 직장을 추구하는 경향이 더 크다. 삶에서 잔잔한 파도가 오기를 원하는 사람들이 많다.


또 뇌는 나이가 들수록 젊은 시절의 뇌와 달리 분비되는 호르몬 수치의 차이도 극명히 다르다. 도파민과 테스토스테론 자극의 수치는 현저하게 떨어지며,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은 오히려 증가하게 된다. 이에 따라 모험, 쾌락, 실행의 영역은 급감하고 남성도 이때부터 안정성을 추구한다.



따라서 공무원 직업의 업무와 특성을 호르몬으로 분석해 볼 때 테스토스테론 분비가 심한 20~30대 남자들에게 가장 부적합한 직업으로 볼 수 있으며, 나이가 들기 시작한 후 모험과 스릴을 즐기기 어려운 50대 이상의 남성부터는 공무원 모델과 어느 정도 일치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가장 적합한 모델은 바로 에스트로겐과 옥시토신이 분비되는 여성일수록 안정성에 가장 우위를 두므로 남성과 상대적으로 직업에 대한 만족도가 높다. 여성은 조화와 전통, 평화, 공감, 배려, 이타적인 마음들이 남성보다 강하기 때문에 복지 차원에서 일을 벌이는 지자체와 정부는 남성보다 실행력이 다소 떨어지더라도 여성에게 일을 맡기는 것이 유리하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당신이 20대나 30대에 이 조직에 들어올 경우, 공무원 업무 특성상 남자들의 대담함보다는 찌질함을 많이 볼 수 있다.


즉, 테스토스테론이 강한 젊은 수탉이 공무원 닭장을 들어올 경우, 중성화를 당하거나 시름시름 앓기 마련이다. 당신이 20~30대 남자 수험생이라면 이 직업을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keyword
이전 03화1-1 그들만의 리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