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오래 앉아있는 것마저 무릎에 안좋다니요?
1년 반 가까이 병원 다니고, 운동하고, 약 먹고, 케어하며 무릎을 치료해왔다.
이제는 무릎이 어느 정도 다 나았다고 생각할 즈음, 갑자기 내 인생에 거위발건염이 찾아왔다.
기존에는 무릎 아랫쪽만 시큰거렸다면
거위발건염은 무릎 안쪽부터 허벅지 안쪽 내전근까지 타고 올라가며 찌릿한 고통을 불러왔다.
소염제를 먹고 스트레칭을 하면 조금 괜찮아지다가도,
자면서 무릎이 붓기 시작하면 새벽에 무릎이 아파 잠에서 깰 정도로 강력한 통증을 가져왔다.
뿐만 아니라 1~2시간만 앉아있어도 발가락부터 허벅지 안쪽까지 점점 뻣뻣하게 느껴지기 시작됐다.
위와 같은 통증이 있는 당신, 거위발건염을 의심해보자.
그래서 거위발건염 어떻게 걸렸는데?
올 가을, 튀르키예 여행을 가게 되었다.
튀르키예는 땅덩이가 커서 도시와 도시 사이로 비행기와 버스를 이용해 이동 하는 시간이 꽤 길었다.
처음으로 도착한 도시, 카파도키아를 여행한 후 안탈리아라는 남부 도시로
밤새 버스를 타고 달려 9시간을 이동했다.
그런데 아니 이게 웬걸, 튀르키예 슬리핑버스는 우리 나라 고속버스보다도 시트가 뒤로 안젖혀져서 거의 앉은 채로 9시간을 가야했다.
걱정이 많았지만 버스가 출발한 시간이 저녁 10시 쯤이라 얼마 지나지않아 바로 잠에 들었다.
다음 날 아침, 버스는 안전하게 안탈리아에 도착했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려던 중 무언가 심상찮음을 느꼈다.
왼쪽 무릎 안쪽이 찌릿찌릿했던 것.
이전에는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통증이라 당황했지만,
장거리 운전 후 무릎 통증
장거리 여행 후 무릎 통증
오래 앉아있다가 일어날 때 무릎 통증
등으로 검색해보니 반복해서 등장하는 단어가 하나 있었다.
바로 거위발건염.
물론 이 때는 딱 이 증상이 맞는지 알 수 없었지만 단기간에 급격히 상태가 안좋아졌기 때문에 염증임을 확신했다.
약국에서 전세계 공통 이부르포펜 소염진통제인 애드빌을 구매해 복용하기 시작했다.
숙소에 체크인을 한 뒤, 무릎을 살펴보니 확실히 오른쪽 무릎에 비해서 왼쪽 무릎이 더 부어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걸을 때마다 욱신거리고 계단을 딛을 때면 통증은 더 심해졌다.
아직 여행 초반인데 이게 무슨 일이야?
답답함에 이유를 찾기 위해 챗지피티며, 제미나이, 네이버 지식인을 열심히 드나들었다.
밤마다 자기 전 하체 부종을 제거하는 스트레칭을 해주고 수면 압박 스타킹을 신고 자보았지만
한 두시간이라도 앉아있으면, 그리고 맥주 한 잔만 해도 미친 듯이 붓기 시작하는 무릎을 보면서
아, 이거 염증이구나 확신했다.
그런데 이게 대체 무슨 염증이고, 하면 '거위발건염? 그게 대체 뭔데?' 싶을만큼 생소한 이름이었는데
거위발건염의 원인 중 한 가지 불균형한 자세로 오랜 시간 있을 경우 발생할 수 있다 는 문장을 보고 확신했다.
버스에서 자는 도중에 불편하니까 나도 모르게 몸을 이리저리 움직이며 왼쪽 무릎에 부하가 가는 자세로 잠을 잤구나.
그 때 염증이 생긴거구나.
실제로 한국에서 통원 치료를 시작한 지 3주가 넘었는데도 무릎이 나아지지 않자 MRI를 찍었고
판독 결과 거위발건염을 진단 받았다.
거위발건염은 보통 러너들에게 많이 찾아오는 질환이지만
나처럼 잘못된 자세를 오랜 시간 유지하는 경우에도 쉽게 걸릴 수 있다.
나 같은 경우에는 4주 정도 병원에 다니며 무릎에 염증 주사 1회를 맞고, 체외 충격파 5회 정도 진행해 상태가 많이 호전되었다.
또, 병원에 드나드는 것뿐만 아니라 아침, 저녁으로 하체 부종을 빼주는 스트레칭을 하고 염증을 유발하는 음식을 안먹으며 식단 관리를 해주었기 때문에 빠르게 나은 것 같다.
거위발건염 빠르게 낫는 방법
1. 장기간 운전을 하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는 압박 스타킹이나 무릎 보호대를 착용할 것.
2. 여행 중에는 아침, 저녁으로 스트레칭을 해줄 것.
3. 염증을 유발하는 음식 줄이고 (밀가루, 알코올, 카페인 등), 염증을 줄이는 음식 위주로 먹을 것.
4. 다리를 꼬거나, 양반 다리 하지 않을 것.
5. 오래 걷거나 운동한 후에는 냉찜질을 해줄 것.
운동을 할 때는 무리하지 않고, 평상 시에 바른 자세를 유지하며 거위발건염을 예방하는 것이 가장 좋겠지만
일단 거위발건염에 걸렸을 때는 한 달 정도 운동을 쉬며 치료하면 금방 상태가 나아진다.
나처럼 이미 부하로 인해 무릎이 약해진 사람에게는 더욱 쉽게 나타나기 쉬운 질병이니 언제든 조심해야 한다.
이 통증이 언제 없어질까 싶다가도, 꾸준히 치료를 받고 케어를 하면 다시 또 운동 할 수 있을만큼 회복되니 너무 두려워하지 말고 천천히 더 나아지기를 기다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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