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모두 0부상없이 얇고 길게 운동합시다
예술 고등학교에서 미술을 전공하고, 대학도 미술학과를 졸업했다.
모든 미대생이 그런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의 미대생은 운동과는 거리가 멀다.
하루 6시간 이상 이젤과 책상 앞에 쭈구리고 앉아 그림에만 몰두하다보면 어느새 거북이가 되어있는 나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
고등학교가 예고여서 그런지 3년 중 단 한 학기, 일주일에 한 시간 밖에 체육 수업이 없었다.
그마저도 열심히 하지 않았기 때문에 피구를 해도 제일 먼저 탈락했고, ’수우미양가‘ 중 ‘양’ 아니면 ‘가‘를 받았던 기억이 있다.
그런 내가 성인이 되어 운동이라는 취미에 이렇게 눈을 뜨게 될 줄이야.
나도 몰랐고 우리 엄마도 몰랐고, 정말 그 누구도 몰랐다.
처음으로 시작했던 운동은 요가였다. 다른 운동에 비해 장벽이 낮다고 느꼈던 것 같다.
나름 3년간 꾸준히 재미를 붙였다.
하지만, 워낙 활동적인 성격이라 요가만으로는 무언가 부족하다고 느낄 즈음 클라이밍을 하기 시작했다.
클라이밍은 몸을 쓰는 운동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머리를 쓰는 운동이어서 생각보다 너무 지치고, 금방 힘이 빠져서 한 번 운동을 다녀와도 계속 아쉬운 기분이 들었다.
또, 헬스나 다른 운동을 병행해 근육을 키우며 단계적으로 성장해야하는데 헬스에 영 관심이 없어서 진도가 나가지 않으니 금방 흥미를 잃었다.
그러고는 자전거를 타기 시작했다.
2년 전, 성인이 되고서 처음으로 자전거 타는 법을 배운 뒤 매일 같이 자전거를 타고 다녔다.
매일 퇴근하면 근처 천에 가서 2시간씩 자전거를 타고 돌아오고 주말에는 서울 동에서 서까지, 북에서 남까지 쉬지 않고 자전거를 탔다.
푹 빠져 집중적으로 타다보니 무릎이 찌릿 찌릿 아프기 시작했다. 그 이후로 자전거는 이동 수단으로만 열심히 타고 있다.
달리기는 처음부터 관심이 가던 종목은 아니었다.
그냥 친구들이랑 경주에 벚꽃 구경가자는 생각으로 경주벚꽃마라톤을 신청했다.
헬스장을 안다녀서 러닝머신도 안뛰어봤는데 코스가 아름답다는 말에 덜컥 10km를 달렸다.
당연히 발에 통증이 와서 치료를 받았지만 금새 회복했고, 이 날 일을 교훈삼아 지금은 러닝 크루에 들어가 꾸준히 달리고 있다.
원래도 바다보다 산을 좋아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등산을 가기 시작했다.
서울 안에 있는 산이면 어디든.
인왕산, 북한산, 아차산, 용마산, 관악산, 청계산을 올랐고,
어디 여행갈 때도 무조건 등산을 포함시켜.
한라산, 무등산, 지리산에 다녀왔다.
무등산 9시간 등산 이후 무릎을 다쳐 무릎 통증을 달고 있지만 여전히 아름다운 산을 찾아 다니고 있다.
취미와 취향이 정반대인 애인과 접점을 만들기 위해 2:1 PT를 시작했다.
애인은 20살이 되었을 때부터 헬스장에 다니기 시작해 벌써 1n 년 째 꾸준히 운동을 해서 제대로된 트레이닝을 받아보고 싶어했다.
하지만 헬스장 한 번 안가본 내게 PT란 너무 낯선 세계였다.
데드리프트, 벤치프레스, 스미스.. 어쩌구
혼자 멀리서 바라봤을 때는 마냥 험악하기만 해보였던 쇳덩어리가 수업을 들을 수록 하나 하나 이해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어색하기만했던 PT도 이제는 발레와 같이 아직도 꾸준히 하고있는 운동 중 하나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정착한 운동은 바로 발레.
직장을 다니면서도 꾸준히 평일 저녁 2회, 주말 아침 1회 발레를 다니고 있다.
발레가 매력적인 이유는 하루 하루 몸의 변화가 눈에 띄게 보인다는 것, 그리고 단지 근육을 만들고 끝나는게 아니라 만들어진 근육을 사용해 춤을 출 수 있다는 것.
언젠가 모든 사람이 춤을 출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적이있다.
그게 발레든, 라틴 댄스든, 한국 무용이든, 그냥 막춤이든 상관없이 춤을 추면 좋겠다고.
외국 여행을 가면 공원에서 춤을 추는 분들을 자주 볼 수 있다.
우리나라는 길거리에서 춤을 추면 차가운 시선을 던지기 일쑤.
모두가 마음에 여유를 갖고 각자 자기가 추고 싶은 춤을 출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발레를 배우기 시작했다.
발레는 배우기 시작한 지 3년 정도 되었는데 아직도 수업가기 전까지 가슴이 두근두근 거린다.
일부러 월요일에 수업을 듣는 이유도 발레 수업을 간다고 생각하면 월요일 아침 집 밖을 나서는게 즐겁기 때문.
많이들 발레가 무릎에 가장 안좋은 것 아니냐고 하는데 오히려 발레는 온 몸의 근육을 사방으로 펼치며 사용하고, 코어, 허벅지, 엉덩이 근육을 쓰지 않으면 동작을 할 수 없어 무릎에 무리가 덜 가는 것 같다.
체감 상 가장 무릎에 무리가 갔던 운동은 순서대로
등산 > 달리기 > 자전거 > 클라이밍 > 발레 > 요가
물론 등산, 달리기, 자전거, 클라이밍, 요가 모두 내가 제대로 배우지 않아 근육을 잘 못써서 무릎이 아팠을 확률이 높다.
그렇다면 오늘의 교훈은 어떤 운동을 할 때도 집중해서 온 몸의 근육을 전부 사용해 무릎으로 가는 부하를 줄여줘야 한다는 것
컨디션이 안좋거나 피곤할 때는 과감하게 운동을 포기하고 온전히 운동에만 신경을 쓸 수 있는 날에 최선을 다해 운동을 하고 돌아오는 것
그게 바로 직장인이 얇고 길게 오래 오래 취미 운동을 즐길 수 있는 가장 확실하고 실천하기 쉬운 방법이 아닐까?
#운동 #발레 #직장인 #건강 #달리기 #러닝 #등산 #헬스 #PT #클라이밍 #자전거 #정형외과 #재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