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와 동거 시작
내 외할머니는 경상북도 경산 출신이다. 부유한 친정집을 뒤로하고, 도시에서 살아보겠다는 마음 하나로 가진 것 없는 부산 남자를 만나 결혼했다. 그러나 할아버지는 일찍 세상을 떠나셨고, 할머니는 홀로 3남 1녀를 키워내야 했다.
그 시절, 할머니는 먹고살기 위해 안 해본 일이 없다고 하셨다. 새벽부터 자갈치시장에서 고등어를 떼 와 빨간 대야를 머리에 이고 집집마다 다니며 파셨고, 문전박대는 일상이었다. 수많은 수모와 고난 속에서도 할머니는 사남매를 강인하게 키워냈다. 억척스러운 엄마가 될 수밖에 없었던 그녀는 자식들을 위해서라면 어떤 어려움도 마다하지 않으셨다.
할머니가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고 무뚝뚝한 것은 경상도 특유의 기질 때문일까, 아니면 세월이 그녀를 그렇게 만든 것일까. 나는 알 수 없다.
엄마는 그런 할머니를 닮아 누구보다 열심히 나를 위해 일하셨다. 나를 낳고도 몸을 제대로 회복하지 못한 채, 백일 만에 다시 일터로 돌아가셨다. 그렇게 나는 할머니 손에 맡겨졌다. 잠시일 줄 알았던 할머니와의 시간은 성인이 될 때까지 이어질 줄 몰랐다.
잊혀가는 할머니와 나의 기억을 붙잡고 싶어 글을 쓴다. 영원히 끝나지 않을, 할머니와 나의 사랑을 글로 남겨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