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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듣고 공감하기

경청, 공감, 핵심원칙, 원칙적용팁

by 서기

상담을 잘하려면 내담자의 말을 잘 듣고 공감하는 것이 중요하다. 잘 듣는 것을 경청이라고 한다. 민원고객을 상담할 때에도 경청과 공감은 마찬가지로 중요하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본인 말을 잘 들어주는 사람을 좋아한다. 민원상담의 현장에서도 마찬가지다. 특히, 민원고객은 상담자가 본인 말을 잘 들어주는지 아닌지에 대해 예민하다. 그래서 경청이 더욱 중요하다. 상담자가 경청하고 있음을 보여주려면 눈을 맞추고 고개를 끄덕이며 '그랬군요' 같은 추임새를 넣는 것이 좋다.



나는 민원고객과 눈을 맞추면서 듣다가 열심히 기록하는 것을 선호했다. 기록하는 것은 상담 후에 그 내용을 기억하는데도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열심히 기록하는 나의 모습을 보고 민원고객도 경청으로 받아들이고 신뢰하게 된다. 정말 많이 기록했다. 이렇게 열심히 기록한 결과, 사용한 볼펜심이 수십 개가 될 정도였다. 민원고객의 말을 잘 듣고 경청했다는 증거이다.


상담하면서 사용한 볼펜 심 (빠른 기록을 위해 필기감이 부드러운 볼펜을 선호했다.)


이렇게 잘 듣기만 해도 민원고객은 나를 신뢰했고 이어지는 설득과 협상에도 많은 도움이 되었다. 고객의 말을 끊지 않고 인내심 있게 들어주고 내 생각이나 의견을 표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면 대부분의 고객들은 상담자를 신뢰하게 되고 문제가 자연스럽게 해결되는 경우가 많다.


경청할 때에 고객의 말에 공감하는 것도 중요하다. 공감은 고객의 감정을 인정해 주고 맞장구를 쳐주는 것이다. 고객이 불쾌하게 생각하는 사람이나 상황에 공감할 필요는 없다. 불쾌하게 한 사람이나 상황으로 인해 느끼는 고객의 불쾌한 감정에 공감해 주는 것이다.


공감(empathy)은 동정(sympathy)과도 다르다. 공감은 감정적 연결과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하고 있지만 동정은 감정적 연결보다는 일정한 거리를 두고 보는 태도를 가지는 연민을 바탕으로 한다. 따라서, 상담에서는 동정보다는 공감이 더 적절하다고 할 수 있다.


외래진료 시 의사와 간호사의 불친절한 태도에 불만이 있어서 화난 감정을 가지고 한 환자가 고객상담실을 방문했다. 환자가 의료진에게 "왜 그렇게 퉁명스럽게 이야기해요. 좀 친절하게 말하면 안 돼요?"라고 물었는데 의료진은 "제가 언제요? 제 말투가 원래 이래요"라고 해서 서로 언성이 높아졌다. 그 자리에서 해결되지 않자 화가 난 환자는 고객상담실을 찾아와 감정을 쏟아냈다. "많이 화나셨겠네요. 그래서 많이 힘드셨겠어요"라고 환자의 화난 감정에 대해 공감해주고 나니 환자가 이야기했다. "바로 그거예요! 의사나 간호사가 그렇게 한마디만 해줬어도 내가 여기까지 오지는 않았을 거예요"라고 하면서 고마움을 표하고 돌아가셨다.


화난 감정에 대해서 잘 들어주고 공감해 준 것 만으로 해결된 것이다. 이때 상담자는 "의사나 간호사가 잘못한 거 맞네요. 전문가답지 못했네요"라는 식으로 말하지 않았다. 화나게 한 사람에 대해서 비난하거나 공감해주지는 않았다. 단지 그런 사람이나 상황으로 인해 화가 난 환자의 감정에 대해서만 공감해 준 것이다.


어떤 사람은 '이렇게 들어주고 공감해 주는 것이 병원이나 의료진의 잘못을 시인하는 것이다'라고 잘못 생각하는 경우도 있다. 아마도 공감을 정확하게 잘 몰라서 그렇게 생각하는 것일 수 있다. 공감은 화난 환자의 감정에 대해서 같은 편이 되어주고 이해해 주는 것이다. 그것은 병원이나 의료진의 잘못을 시인하는 것과는 다르다. 오히려 공감을 잘못 이해해서 감정에 공감해주지 못할 때, 문제가 더 커지는 경우가 훨씬 많다.


민원고객과 상담할 때에는 그들의 말을 잘 듣고(경청) 공감해 주는 자세가 필요하다. 고객의 감정에 공감하되 상황을 비난하지 않으며 기록하면서 듣는 것이 효과적이다. 경청과 공감만으로도 많은 민원이 자연스럽게 해결되며, 이는 이후 협상과 설득의 든든한 기반이 된다.






이 아래는 읽지 않으셔도 됩니다



경청의 핵심원칙

1. 온전한 주의 집중

상대방의 말에만 집중하고 다른 생각이나 판단을 보류한다

내 의견이나 해결책을 먼저 생각하지 않는다

2. 끊지 않고 끝까지 듣기

고객이 말을 마칠 때까지 인내심 있게 기다린다

중간에 끼어들거나 말을 가로막지 않는다

3. 경청의 가시화

듣고 있음을 행동으로 보여준다

신뢰는 보이는 행동에서 생긴다


경청의 원칙 적용 팁

1. 비언어적 표현 활용

눈 맞추기 : 진정성과 관심을 전달한다

고개 끄덕이기 : 이해하고 있음을 표시한다

몸을 상대방 쪽으로 기울이기 : 적극적 관심을 표현한다

2. 언어적 반응

"그랬군요", "네", "아~" 같은 짧은 추임새

과도한 반응보다는 자연스러운 호응

3. 기록하기

상담 내용을 꼼꼼히 적는다

기록하는 모습 자체가 진지하게 듣고 있다는 신호가 된다

나중에 내용을 정확히 기억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공감의 핵심원칙

1. 고객의 감정에 집중

사람이나 상황이 아닌, 고객이 느끼는 '감정'에 공감한다

"무엇이 문제인가"보다 "어떤 감정을 느꼈는가"에 초점을 맞춘다

2. 공감하는 것이 잘못을 시인하는 것은 아님

3. 동정이 아닌 공감하기

4. 편들기가 아닌 이해하기

상황의 옳고 그름을 판단하지 않는다

의료진이나 병원을 비난하지 않는다

오직 고객의 감정만 이해하고 인정한다


공감의 원칙 적용 팁

1. 공감 표현 문구

"많이 화나셨겠네요", "그래서 많이 힘드셨겠어요", "속상하셨겠어요", "답답하셨을 것 같아요"

2. 하지 말아야 할 표현

"○○가 잘못한 것이 맞네요" (사람/조직 비난)

"당연히 화나실 만해요" (상황 판단)

"불쌍하시네요" (동정)

3. 먼저 공감 후 문제해결을 위한 행동

감정을 충분히 공감한 '후'에 문제 해결로 넘어간다

감정이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해결책을 제시하면 역효과가 날 수 있다

공감만으로 문제가 해결되는 경우도 많다


경청과 공감의 시너지 효과


경청과 공감을 함께 실천하면

신뢰 형성 : 고객이 상담자를 믿게 된다

문제 자연 해소 : 많은 민원이 듣고 공감하는 것만으로 해결되기도 한다

협상의 기반 : 이후의 설득과 협상이 훨씬 수월해진다

재방문 예방 : 같은 문제로 다시 찾아오는 일이 줄어든다


경청과 공감은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민원상담의 가장 강력한 도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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