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원은 정보, 핵심원칙, 원칙 적용 팁
대부분의 고객상담실 직원은 고객이 와서 각종 민원을 접수하는 것에 대해 부담을 가진다. 화가 난 고객을 상대하는 것과 접수된 민원을 해결하는 것이 힘들기 때문이다. 따라서, 직원입장에선 불만고객이 찾아오지 않아서 해결해야 할 민원이 접수되지 않는 것이 편하다.
그런데 조금 다르게 생각해 보면 불만고객들은 우리에게 소중한 정보를 제공해 주는 분들이다. 설문조사나 포커스그룹 인터뷰등을 하지 않아도 가만히 앉아서 중요한 정보들을 제공받는 것이다. 직원들이 몰랐던 병원곳곳의 정보들과 직원 시각에서 볼 때는 몰랐던 병원 시스템의 문제들을 알게 해 준다. 그런 면에서 고마운 분들이다.
불만고객들이 제공하는 정보를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병원 혁신의 성패가 좌우될 수 있다. 불만고객이 접수한 민원 하나하나가 병원 혁신의 씨앗인 것이다.
불만고객들이 제공하는 정보들과 그 처리상황에 대해 다음의 세 가지 경우로 나누어 생각해 보자.
첫 번째, 불만고객은 내부 문제 발견 정보를 제공해 준다.
불만고객들은 병원 곳곳에서 여러 가지 정보들을 제공해 준다. OO과에서는 이것이 문제이고 이런 프로세스가 잘못된 것 같아요. 중앙엘리베이터 앞 안내판에 5층 중앙공급실 "급"자의 "ㅂ"이 떨어졌어요. OO과 접수직원은 너무 불친절해서 잘라야 해요. 검사처방 후 검사예약한 후에 다시 진료과에 와서 검사일정을 이야기해줘야 하는 것은 직원편의적인 것 같아요. 환자입장에서 생각해 주세요. 등등
굳이 와서 이야기하지 않아도 될 것 같은 정보들도 제공해 준다. 이런 정보들을 제공받은 후 해당 부서로 피드백되어 변화가 일어난다면 좋은 선순환이 일어나는 것이다. 그러나, 고객들이 제공한 소중한 정보가 여러 가지 이유로 그냥 사장되어 버린다면 병원에도 좋은 일은 아닌 것이다. 많은 부분이 고객상담실 차원에서 사장되어 버리는 경우도 많아서 안타까웠다. 매일매일 들어오는 민원을 접수하는 것에 급급하다 보면 소중한 정보들이 사장되어 버린다. 특히. 고객이 피드백해 달라고 하지 않은 경우에는 더 그렇다.
두 번째, 불만고객은 타 병원 벤치마킹 정보를 제공해 준다.
환자들은 여러 병원에서 진료를 받는 경우가 많다. OO병원에서는 이런 서비스도 제공되는데 여기서는 왜 하지 않아요? OO병원 직원들은 정말 친절한데 여기는 왜 이렇게 불친절해요? OO병원에서는 의무기록사본발급서비스를 온라인으로 사전접수가 가능한데 여기는 왜 그런 서비스를 안 해요?
이런 민원을 받을 때마다 처음에는 속으로 이렇게 말했다. 그렇게 좋은데 그 병원에서 진료보지 왜 여기 와서 난리야. 그 병원이 그런 부분은 좋지만 다른 부분은 안 좋으니 이 병원에 오셨을 거다. 그 병원 고객상담실 가셔서는 반대로 이야기하고 이 병원으로 옮기셨을 수도 있다. 그러나, 잘 생각해 보면 그렇게 이야기한 내용들이 우리에겐 벤치마킹 자료가 된다. 그 병원에 굳이 벤치마킹 가지 않아도 민원고객을 통해 알게 되는 것이다.
중고서점을 가끔 이용한다. 어느 날, 내가 즐겨 다니던 OO중고서점이 아닌 XX중고서점을 이용한 적이 있다. OO중고서점에서는 현장에 있는 단말기에서만 검색한 서적의 위치를 알려주는데, XX 중고서점에서는 앱에서 검색한 서적의 위치를 알려주었다. 서점을 방문하기 전에 미리 도서의 위치를 알고 가서 찾을 수 있었다. 그때 OO중고서점 고객상담실에 연락해서 이 사실을 알려주고 시정을 요구할까? 하고 생각했는데 바빠서 그냥 왔다. (지금은 이미 시정되어 있다.)
세 번째, 정보 활용의 성패는 직원의 관점이 결정한다
앞의 두 가지 경우를 생각해 본 후, 불만고객들이 제공한 정보들을 더 소중하게 생각하게 되었다. 그들이 소중한 시간을 할애해서 제공해 준다고 생각하니 더 소중하게 여겨졌다. 이후로 나는 불만고객들에게 "바쁘신데도 귀한 시간 내주셔서 이렇게 소중한 정보를 이야기해 주심에 깊이 감사드립니다."라고 말씀드린다. 대부분 긍정적으로 반응하신다. 그렇다면 이렇게 받은 소중한 정보를 실제로 병원에서는 어떻게 활용해야 할까?
접수된 민원은 해당부서로 배부하여 반드시 부서책임자의 답변을 받는다. 여러 부서가 얽혀있는 문제인 경우에는 모든 부서가 다른 부서의 문제로 치부하여 '문제는 있지만 문제를 발생시킨 부서는 없다.' 이런 경우는 해당하는 모든 부서를 모아서 조직화하여 함께 문제를 해결하도록 한다. 여러 가지 프로세스나 시스템의 문제는 이런 식으로 해결된 경우가 많다.
불만으로 접수된 민원을 소중한 정보로 보느냐 귀찮은 업무로 보느냐, 그 차이는 접수하는 순간에 결정된다. 물론, 이렇게 생각할 수 있도록 병원차원의 제도적인 뒷받침이 있어야 한다. 감정노동의 최일선에 있는 직원들에 대한 병원차원의 배려가 필요하다. 그리고 그 정보들이 선순환될 수 있는 병원의 시스템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모든 시스템의 출발점은 결국 현장에 있다. 불만고객이 제공한 정보가 병원혁신의 씨앗이 될 수도 있고 한낱 감정배출의 쓰레기로 전락될 수도 있다. 첫 접점부서의 직원인 고객상담실 직원이 결정한다.
불만고객들은 내부 문제이든 타 병원 정보이든 우리에게 중요한 정보를 제공해 준다. 불만고객의 목소리가 병원 곳곳에서 혁신의 씨앗으로 싹트는 그날을 기대한다. 그 첫 걸음은 오늘, 내가 접수하는 바로 그 민원에서 시작된다.
이 아래는 읽지 않으셔도 됩니다
1. '민원내용은 중요한 정보'라는 관점 전환의 원칙
2. 현장 우선의 원칙
시스템도 중요하지만 첫 출발점은 현장 직원의 생각이 중요하다
선순환 구축의 원칙
3. 선순환 구축의 원칙
접수 → 피드백 → 개선 → 공유의 사이클 확립한다
4. 조직화의 원칙
복잡한 문제는 관련 부서 전체를 조직화하여 해결한다
1. 감사 표현으로 프레임 전환하기
"바쁘신데도 귀한 시간 내주셔서 이렇게 소중한 정보를 이야기해 주심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고객의 감정이 누그러지고, 민원이 '정보 제공'으로 재해석됩니다
2. 감정과 정보를 분리해서 듣기
고객의 화난 감정과 그가 제공하는 유용한 정보는 별개입니다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정보의 본질에 집중하세요
3. 고객의 피드백 요청여부와 관계없이 중요정보는 기록하기
매일 쏟아지는 민원 속에서 소중한 정보가 사장되지 않도록 한다.
4. "혁신의 씨앗" 찾기
오늘 받은 민원 중 하나만이라도 "이게 개선으로 이어지면 좋겠다" 생각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