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접사의 하루

또 다른 용접하기

by 날개


아침부터 볕은 자글자글 끓는다.
재단이 끝난 파이프들이 제가 들어앉을자리에서 수북이 대기 중이다.
모닝커피 한 잔 마시는 사이 벌써 등짝으로 쭈르륵 땀이 흐른다.
누군가 하지가 지난 지가 두 달이 되어가니 동지가 멀지 않았다며 농담처럼 분위기를 띄운다.
5톤 윙바디가 공장 안으로 들어온다.
형태가 묘하다.
바람막이가 너덜거리고 앞판이 뒤로 넘어가고 있다. 우그러진 날개가 살짝 벌어져 있다.
십중팔구는 난간을 들이받았거나 낮은 지하도를 생각 없이 냅다 달리다 들이 받친 걸 거다.
날이 더워지면 이런 사고차가 는다.
깜빡하고 날개를 열고 출발한다.
경광등이 번쩍이고 있어도 너무 익숙해진 탓이다.
오늘은 파이프 용접보다 사고차의 기사를 달래주어야겠다.
기사는 아직도 손을 떨고 있다 이 날씨에.
머릿속에서는 일을 쉬어야 하는 것과 부담해야 할 수밖에 없는 수리대금과 그렇잖아도 생활비 모자라다는 아내의 일그러진 얼굴이 한꺼번에 섞여 있을 것이다.
다치지는 않으셨어요? 우선 차 한잔 드세요.
봉지커피 한 잔을 받아 들며 미안해하는 표정을 지어 보인다.
어디서 그러셨어요?
물건 내리고 나오다가......
그럼 그 업체에 피해보상까지 하셔야겠네요.
얼마나 청구될는지......
기사의 얼굴은 거의 울상이다.

우선 사고차의 수리 시간과 견적이 나왔고, 차주가 데리러 올 동안 사무실로 그를 데리고 올라왔다.
저...... 커피 한잔 더 마실 수 있을까요?
방금 드셨으니 차를 드세요.
시원하게 둔 둥굴레 차를 큰 잔에 가득 따라 주었다. 쪼그라진 마음이 조금 풀렸는지 한숨을 푹 내쉰다.
차주가 도착하기까지 40여분을 나는 그의 마음을 용접한다.
일자리를 잃고 부모님께 사정사정해서 사업을 시작했는데 사기를 당하고 겨우 잡은 일자리인데
지난봄에도 비슷한 사고를 낸 터라서 이번에는
그만두어야 할 것 같다고 한다.
내가 그를 용접하는 방법은 그저 귀만 빌려주면 된다.
그가 담고 있던 말, 뱉어 낼 수 있을 만큼 들어주면 된다.
그가 기억하는 시작점부터 지금 여기 나와 같이 있는 시간까지의 일생은 30분 밖에는 걸리지 않았다.
애썼네요. 그래도 안 다치셔서 다행이고, 아직 젊으니 또 다른 일도 할 수 있고, 일단 오늘은 집에 가서 푹 자요. 아무 생각 하지 말고.
내일이면 다시 일할 수 있을 것 같네요. 아까 우리 사장님하고 통화하시는 걸로 봐서 차주님이 우리가 잘 아시는 분이에요.
그분도 기사 시절이 있으셨던 만큼 이해하실 거예요.
어느새 손에 들린 찻잔이 비어 있다.
한 잔 더 드릴까요?
아뇨. 됐습니다.
모니터 화면에 차주의 차가 들어오는 것을 본 모양이었다.
서둘러 운동화를 신는 그의 뒤에 대고 한마디 덧 붙였다.
힘내요. 별일 아니라고 마음먹으면 정말 별일 아니게 되더라고요.
열리는 문 안으로 열기가 훅 들이친다.

며칠 걸릴 줄 알았던 수리를 우리의 드림팀은 하루 만에 고쳐 놓았다. 견적도 아마 자기들 생각의 절반쯤 되었으리라.
다음 날 차를 찾으러 온 기사의 표정이 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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