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선택
그간 우울했던 기분을 잠재우고자 코임브라에서 하루를 보내기로 했다.
앞으로 어떻게 걸어야 하는 지 생각해봐야지
코임브라는 학교의 도시같은 느낌이 물씬 풍겼다.
해리포터 망토를 두르거나 옆구리에 책을 끼고 걷는 학생들도 꽤나 많았다.
이전까지 산과 들, 차만 가득한 길을 걷다 이렇게 생기가 있는 곳에 오니 확실히 환기가 되는 기분이다.
금강산도 식후경!
우울한 잠재우기 프로젝트 1. 그동안 채우지 못했던 K푸드를 먹어야겠다.
다행히 코임브라에는 2곳의 한식당이 있었다.
그 중 서울치킨이라는 곳을 택했고, 가격은 비쌌지만 잠시나마 고향 내음을 느낄 수 있어 행복했다.
맥주와 김밥, 그리고 라면!
한국에선 쉬이 먹을 수 있는 음식이지만 이곳에선 그렇지 못하니 한 입, 한 입 아껴서 먹었다.
식사를 마치고 코임브라 대학교도 둘러보고, 경치를 볼 수 있는 언덕에도 올라가며 복잡한 생각을 정리했다.
답을 찾고자 온 곳이지만, 답은 없다.
내가 정하는대로 가는 것이 답이 될 수도 혹은 오답이 될 수도 있다는 걸 깨달았다.
지금의 감정에 집중해 결정을 내렸다.
내 선택은 내일 기차를 타고 포르투로 넘어가기
우울한 800km가 아닌 행복한 500km가 더 값진 선택일 거란 믿음으로, 기차를 예매했다.
이 결정을 남편에게 알리고 나니, 마음이 다소 후련해졌다.
이렇게 짧게 썼지만 공원 벤치에 앉아 3시간을 고심한 결과이다.
이렇게 고심한 이유는산티아고까지 여정의 장단(길고 짧음)이 아닌 인생의 기로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정(正)도를 걷는 것이 인생의 진리라고 믿었고, 계획한대로 해내야 그것이 진정한 목표 달성이라는 생각을 품고 살았기에 포르투까지 기차를 타고 간다는 결정이 더 무겁게 느껴졌던 거 같다.
산티아고를 걷는 일은 그간 가볍게 여겨왔던 선택을 무겁게 느끼도록 한다.
이제 갈피를 잡았으니, 우울한 잠재우기 프로젝트 2. 코임브라 맛집 가기
흰살 생선 구이와 감자, 그리고 화이트 와인 한 잔에 그간의 설움을 달랬다.
맛은 올리브향 가득한 담백한 생선구이, 그리고 거리의 풍경처럼 깔끔하고 드라이한 와인
역시 실망시키지 않는다.
스페인은 유달리 해가 늦게 진다.
오후 8시가 넘어야 해가 떨어지기에 하루를 길게 보낼 수 있다.
스페인 사람들의 저녁 시간이 늦은 이유일까?
나 역시 늦은 저녁을 먹고 강가 앞 벤치에서 시간을 보냈다.
한국에선 잘 마시지 않는 써머쓰비(먹던 거 먹을 걸.. 약간 후회했다)
붉은 노을을 벗삼아 풍경 한 컷
아아 이 풍경은 정말 값지다.
내일은 오늘보다 씩씩하게 잘 다녀보자. 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