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 충격적인 테스트 결과

첫 진료

by 달항아리


의사는 내게 심리 검사지를 건넸다.

‘그냥 체크 몇 개 하면 되겠지’

싶었던 마음은

결과 앞에서 완전히 무너졌다.


불안도가 매우 높고,

예민하며,

공황장애와 PTSD.

불안과 우울의 수치가 심각한 수준이다.


그게 내 진단명이었다.


사실, 예상은 했던 것 같다.

하지만 막상 누군가가 그렇게

단어로, 숫자로,

“매우 높다”라고 말해주니

기분이 이상했다.


내가 약한 사람인 것 같고,

뭔가 고장 난 사람 같고,

한참 동안 멍하니 있었다.


의사는 말했다.

“주변 사람은 바꿀 수 없어요.

당신이 바뀌셔야 해요.”


그 말은 나에게 잔인하게 들렸다.

왜 또 나여야 하지?

왜 항상 나만 바뀌어야 하지?


하지만 곧,

그 말은 차가운 현실이자,

유일한 해답이기도 하다는 걸 알았다.


**


나는 잠을 잘 못 잔다.

조금만 소리가 나도 깨고,

아침이면 피곤이 남아 있다.


의사는 말했다.

“잠을 못 자면 예민해지고,

그게 불안을 더 키워요.”


그래서

불안 완화제와 수면을 유지해주는 약을 처방받았다.

약 봉투를 손에 쥐고 나오는 길,

내가 이제

‘병원에서 약을 받는 사람’이 되었다는 사실이

조금 낯설고,

조금 슬펐다.


하지만 동시에

어쩌면 이건

‘이제부터 나를 살려보겠다’는 시작일지도 모른다

싶었다.


**


내가 바뀌어야 한다면

그건

‘다른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니라

나를 더 잘 보호하는 사람으로 성장하는 일일지도.


약을 먹고,

자고,

숨 쉬고,

조금씩 내 감정을 들여다보면서

나는 아주 조금씩

다시 나에게 돌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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